아웅 산 수 지 서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 및 기념강연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관용’이 가장 중요

오연천 총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아웅 산 수 지 “모든 갈등의 해결은 내면에서 시작됩니다.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한 증오와 두려움이 분쟁의 원인이니까요. 그래서 타인과 그 사람의 가치관에 대한 관용이 절실합니다.”

2013년 2월 1일(금) 서울대 명예박사학위(교육학)를 받은 미얀마의 아웅 산 수 지 여사는 기념강연에서 시종일관 조화와 관용, 그리고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겨울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문화관 중강당을 메운 430여명의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 외빈들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에게 경청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경제발전의 필요성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주제의 기념 강연에서 수 지 여사가 가장 강조한 표현은 ‘경제발전’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 표현이 그 뒤를 이었다.

입장하는 아웅 산 수 지 민주주의를 한 나라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체제로 정의한데 이어 “최근 20여년 만에 유럽 선진국을 다녀왔는데, 경제위기라고는 해도 예전보다 훨씬 부유해 보였다”며 말문을 연 그녀는 “미얀마는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희망마저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는 정치‧경제‧사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인데, 수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경제발전이 보다 나은 인간의 조건을 건설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균형과 책임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과거 아시아의 권위주의 체제가 자유보다는 안보를 강조하면서 독재를 정당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안보가 위협받아서는 곤란하다는 것. 또 수 지 여사는 “민주주의라고 하면 권리를 떠올리지만, 그만큼의 책임도 요구된다”며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지배와 더불어 국민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과 미얀마가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국가적인 하모니를 이룬 한국도 현재의 미얀마와 비슷한 독재정권, 투쟁과 갈등, 분열과 상처 등을 겪으며 경제발전에 매진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학사모의 술을 뒤로 넘기며 “민주주의와 인생은 끊임없이 배워나가는 과정이라는 면에서 비슷하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배울 게 많은 것처럼 타국도 미얀마에서 배울 게 있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정직, 정치적 자산이 된 부모님의 가르침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수 지 여사는 영감을 준 사람으로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를 말하면서, 부모님이 강조한 정직의 가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사람들은 너무나 이상적이라고 말하지만, 정직은 정치의 핵심”이라며 “정치인들이 쉽게 약속하고, 가볍게 미안하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고 했다. 스스로도 몇 차례 언약을 깬 적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고통스럽고 죄책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편 인생의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대학원생의 질문에 “단지 가택연금을 당했을 뿐이고, 감옥에 간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고난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도전이라고 받아들였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또 우간다 학생이 미얀마의 민주화에 대해 묻자 “이번 기회를 빌어 아프리카에서 미얀마에 지금까지 보내준 관심과 애정에 감사를 표한다”며 “희망을 갖고 살지만 삶에서 진정한 변화를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며 “진정으로 긍정적 변화를 경험할 때 비로소 민주화 과정이 만족스럽게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젊은이들에게는 목표설정이 필요

기념 연설을 하는 아웅 산 수 지 수 지 여사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목표가 무엇인지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옥연 교수(정치외교학부)가 향후 공공기구와 NGO 등에서 활동할 미래의 리더인 서울대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나온 일성이었다. 활동가가 되더라도 무엇을 위해 활동할지 결정하고, 직업을 택해야 한다는 것. 동시에 그녀는 “교육을 통한 역량 계발 못지않게 의지가 개인을 좌우한다”며 “타인과의 연대를 잊지 말고, 스스로를 수양해 나갈 것”을 전했다.

기념강연과 청중의 질의응답 내내 수 지 여사는 친절한 웃음과 명료한 답변으로 참석자들을 사로잡았다. “난 시간 관념이 투철하다. 왜냐 하면 여러분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라며 일방적 강연보다는 질의응답에 많은 시간을 할애, 9명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동시에 “지금은 학생들을 위한 시간이므로 미얀마에서 오신 분들과 기자들의 질문은 다음에 받겠다”며 문화관을 찾은 서울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공식 행사를 마친 후에는 문화관 로비에서 참석자들의 휴대폰 카메라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하느라 출발이 다소 지체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연천 총장과 변창구 교육부총장, 학장단 등 40여명이 참석해 수 지 여사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축하했다. 수 지 여사는 소설가 박완서 선생, 故 WHO 이종욱 사무총장,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에 이어 111번째 서울대 명예박사가 됐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어진(외교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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