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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터닝포인트_3] <내 딸 서영이> 탤런트 이상윤

2013.01.18.

[2012년 터닝포인트 특집]

당신에게 2012년은 □□입니까?

이 질문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였다고 대답할 서울대 사람들이 네 명 있다. 변호사 강진명 (국문과 98), 탤런트 이상윤(물리천문학부 00), 회사원 박재훈(경제학부 04), 법률홈닥터 임규선(법학전문대학원 09). 앞의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다른 두 명은 학교를 떠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갔다. 이들에게 2012년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일까? SNU News가 2012년을 반추하고, 2013년을 설계하는 의미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청해봤다.

주말극 첫 단독 주연과 학업을 붙잡은 2012년
<내 딸 서영이>의 탤런트 이상윤 (물리학과, 00)

2012년 학교로 돌아온 탤런트 이상윤(물리학과 2000학번) “학교 다닐 때요? 주로 편한 츄리닝이나 캐쥬얼을 입고 다녀요.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 그게 좋아요. 외면과 내면이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배우, 인간적인 매력이 있잖아요.”

<내 딸 서영이>의 까칠한 순정남, 강우재

인터넷에 ‘서울대 남자 연예인’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상윤. 그에 대한 목격담은 대략 비슷하다. 교내에 보기 드문 ‘훤칠한 키와 비율’에 한 번 놀라고, 교내에 차고 넘치는 ‘헐렁한 옷차림’에 또 한 번 놀란다고.

하지만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에 참석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짙은 남색 수트가 유난히도 잘 어울리는 남자, 바로 2012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내 딸 서영이>의 주인공 강우재의 모습 그대로인 것. 주관 뚜렷한 국민남편 캐릭터로 연기에 물이 오른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첫 단독 주연으로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했다. 2011년 드라마 <짝패> 이후 연기 성숙을 위해 조용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던 그가, 마침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처음 작가님이 ‘강우재’라는 캐릭터를 소개해주셨을 땐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이 ‘까칠함’을 연기해야 할까 고민도 하고. 그래서 처음엔 사람들의 여러 조언을 ‘짬뽕’하다가 시행착오도 겪었죠. 그런데 드라마가 진행되고 주변 배우 분들과 호흡을 맞춰가면서 ‘우재’의 것과 같은 제 안의 무언가가 올라오더라고요. 집념, 고집 같은 거(웃음). 그 때 알았어요, 곁에 있는 배우들을 믿고 의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요.”

시청률 30% 드라마 주연도 시작은 단막극부터

평균 시청률 30%를 웃도는 주말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됐지만, 사실 그는 대학에 와서도 자신이 연예인이 될 줄 전혀 몰랐다고. 그런 모범생이, 어떻게 연예인이 될 수 있었을까? “옛날엔 제가 눈이 정말 나빠서 핑핑 도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녔어요. 결국 너무 불편하다보니 라식을 하게 됐죠. 그런데 그 후 얼마 안 있어 갑자기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됐어요. 연예인 해볼 생각 없냐고.”

수학 과학 문제에만 익숙했던 물리학과생은 그렇게 생전 처음 연기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표정을 배우고, 대사를 읊다 보니 어느 순간 ‘진짜 연기’가 하고 싶어졌다고. (결국은 엎어져버린) 독립영화 속 말없이 농구하는 ‘선수1’에서 KBS 단막극 <드라마시티: 변신> ‘촬스’까지, 데뷔 초 그는 작은 역할 하나하나에 애착을 갖고 연기자로서 걸음마를 뗐다.

“좋은 기회들을 얻어 여기까지 왔지만, 그래도 대사 없이 연기하던 그때가 생생하다”는 배우 이상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드라마 주연으로서 특별한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을 의식적으로 잊고 각 장면에만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임하는 배우는 어떤 작은 역이라 할지라도 그 자신에겐 모두 주연인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주연이라고 해서 혼자 마차를 끄는 말처럼 연기해서는 안 되고, 결국은 다 함께 가야하는 것 같아요.”

졸업을 위해 KBS드라마 <내 딸 서영이>를 촬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학교를 다녔다. 올해 1학기까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7년 만에 돌아온 학교, 졸업과 그 후의 과제

2012년은 그에게 연기만큼이나 학업도 중요한 해였다. 잇단 휴학과 제적처리 때문에 무려 7년이란 긴 시간동안 학교를 떠나 있었기 때문. 졸업을 위해 그는 <내 딸 서영이>를 촬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학교를 다녔다. “2학기엔 물리과 전공 2개를 들었는데, 오랜만의 전공수업이다 보니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후배들 도움이 없었다면... 휴, 연기에 대한 확신이 멀리서 오는 게 아니에요(웃음).”

물리과 전공에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지만, 짧지 않은 배우생활로 다양한 감정과 인생을 거쳐 온 덕분인지 교양 수업에선 종종 득을 보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인문학 교양수업을 들으니까, 옛날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그의 강추 수업은 올해 여름 계절로 수강했던 <종교와 영화>. 영화 속 인물들의 인생과 종교적 고민이 자신의 이야기로 겹쳐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했다고. “교내 좋은 특강이나 수업은 미리미리 꼭 들어두세요. 학교가 공부 말고 인생도 가르쳐 줍니다.”

출석이 중요한 대학영어 한 과목 때문에 이상윤은 내년 1학기에도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그에게 서울대는 어떤 의미일까. “서울대 프리미엄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연기든 뭐든 제가 더 큰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를 열어주었으니까.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해요. 배우로서 그 어떤 이미지나 타이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졸업하면 묵직한 영화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배우 이상윤. 2012년의 터닝포인트를 발판으로 그의 도전은 또 다른 출발선상에 있다.

홍보팀 학생기자
문선경(법학전문대학원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