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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달리는 웹툰작가 세리, 비완을 만나다

2014.04.30.

왼쪽부터 웹툰작가 세리와 비완, 지망생 도원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함께 만화를 그리던 11살 여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이제는 선생님이 되어 40명의 아이들과 함께 학교라는 공간에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작품을 함께 그려 나가고 있다.
그 작품은 바로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 『매지컬 고삼즈』이다. 이 작품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공감을 얻고, 위로를 주는 작품으로 학생들과 웹툰 매니아들 사이에서 명성이 높다. 학내 애니메이션 동아리 ‘노이타미나’에서 활동하며 미래의 웹툰 작가를 꿈꾸는 김도원(재료공학 12학번)학생이 『매지컬 고삼즈』의 작가 세리(본명 이가영, 국어교육 06학번), 비완(본명 최윤경, 조소 06학번)을 만나보았다.

성공한 매니아, 세리

세리는 어릴 때에는 만화가가 꿈이었다. “어떻게 웹툰 작가를 시작했는지 저도 굉장히 신기해요. 시간이 갈수록 만화 출판시장의 규모가 줄고 웹툰 시장이 성장하는 걸 느꼈죠. 원래 웹툰이랑 만화 사이 구별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화를 시작한 것 같아요.”
웹툰 작가는 만화가와 달리 독자들에게 매주 최소 한 번씩 14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전달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전달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독자의 피드백이 전달된다는 웹툰의 특징은 만화와의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세리는 즉각적인 피드백은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봐주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아요. 긍정적 반응이라면 응원이 되어 더 힘이 나서 다음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독자들은 즉흥적으로 반응해요. 길게 스토리를 보지 않고 특정한 화에 대해서만 반응합니다. 가끔은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비난이 작가에게 가기도 하죠.”
세리에게 서울대학교는 삶의 의지를 키워준 공간이었다. 그는 학교 안의 많은 대단한 사람들을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재학시절 세리는 뭐든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 손으로 무엇이든 감당해내려 하던 학생이었다. 그것엔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고등학교 때 꿈을 접고 공부로 길을 가게 된 것은 부모님이 저를 몰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존하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컸죠. 하지만 남을 만족시키는 삶보단 본인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아야 해요.”
현재 본인을 만족시키는 삶을 살고 있는 세리는 입시스트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학원물과 『만화로 읽는 수능 고전시가』외 다른 학습서의 집필도 꿈꾸고 있다.

초연한 모범생, 비완

비완도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그가 대학교에서 조소과를 선택한 것도 피규어 때문이었다고 한다. “저는 수업에 빠지지 않는, 학점 좋은 모범생이었어요. 학점 위해 과제도 잘 내고 출석도 잘 하지만 조소작가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던 학생이라고 해야 하나..약간 엇나간 방향으로 임용고시를 봤어요. 워낙에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아 시험을 택했었죠.”
비완은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미술 선생님으로 일을 시작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업무에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겼다. 비완은,『고시생툰』을 끝낸 후 차기작을 위한 공백기 중이었던 세리를 찾아 새로운 웹툰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비완은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웹툰이 만화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웹툰이라는 매체 자체가 출판 만화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요. 음악을 넣는다든지 페이지 뷰 방식을 활용한다든지요. 다이나믹한 진행이 가능하다고 할까요.” 그러나 마감 시한의 압박과 고료 문제로 인한 웹툰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그에게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김도원 학생이 비완에게 ‘만화가의 길을 걷기 전 사람 또는 학교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얻을 수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중, 고등학교 때 만화 관련된 것은 다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으로 눈을 돌려 대학교 조소과에 왔었죠. 너무 새로운 세게였어요. 미대 친구들은 만화책을 본 적도 없는, 순수예술만 한 아이들이더라고요. 학교에서 일하는 것도 새롭긴 마찬가지였어요. 그림 배우던 학생에서 어르신들 사이에서 살갑게 처신하는 등 많은 것을 배웠죠.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세계에 갇혀 있다가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작품의 코드도 이를 통해 변한 것 같아요. 웹툰 댓글과 독자의 반응에 상처 받지 않고 초연한 것도 이런 경험들 때문인 것 같고요.”
비완의 미래계획은 전부터 하고 싶었던 스포츠물과 귀농에 관한 내용을 담은 소소한 작품을 그리는 것이다.

신뢰와 배려로 만들어지는 『매지컬 고삼즈』

세리와 비완의 인연은 초등학생부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를 그리며 처음 알게 된 둘. 비완은 세리를 “또래에 비해 영민하고 행동력 좋았던” 아이로 세리는 비완을 “똑똑하고 대담했던, 그리고 작업 속도가 빨랐던” 아이로 기억한다. 이런 둘이 본격적으로 깊게 교류하며 작품을 만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매지컬 고삼즈』에서 비완은 그림을, 세리는 스토리를 담당한다.
일견 분업체제라서 작업이 효율적일 것 같지만 사실 스토리작가와 그림 작가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도원 학생은 1년 전쯤 친구와 협업으로 만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 혼자 그릴 때와 협업을 할 때가 많이 달랐다며 선배들에게 협업 노하우를 물어 보았다. 둘은 협업의 노하우로 ‘신뢰’와 ‘배려’를 꼽았다.
그림 그리는 비완에게 세리는 신뢰 가는 스토리작가임과 동시에 자신의 영원한 지지자다. “세리가 앞으로 그리는 스토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요. 신뢰하는 거죠. 그리고 제가 그림을 주면 세리가 얘기를 해 주는데 그때마다 좋아해주고 있는 걸 많이 느껴요. 덕분에 주눅 들지 않고 그리고 있어요. 간섭하기 시작하면 협업은 힘들어질 텐데 세리가 배려를 많이 해줘요. 아마 혼자서 스토리, 그림, 둘 다 맡아봐서인 것 같아요.”
『고시생툰』 그리고 최근에 학생들을 위하여 『만화로 읽는 수능 고전시가』를 집필하기도 했던 세리는 그림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혼자서 작업해 봤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노동량과 콘티 중 그림 그리는 것이 더 노동량이 드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자잘한 인터뷰나 계약은 제가 맡으려고 하고 있고 그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삶 택해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다. 김도원 학생은 원래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로 타협을 택했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재료공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의 꿈은 과학과 만화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세리는 “후배들이 본인의 선택보다 주위의 기대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고, 주위의 기대치에 부응하다 보니 가진 것을 쉽게 던지기 어렵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선택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완은 “너무 한 방을 바란다든지 남과 구별되게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잘못된 것 같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취미,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거든요. 본인을 만족시키는 삶이 아니면 후회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도원 학생은 가방에서 A4사이즈의 타블렛을 꺼내 두 선배에게 싸인을 받았다. 김도원 학생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홍보팀 학생기자
조은별(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