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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2014.06.27.

세상의 일에 관심이 많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세상을 더 알고 싶어 인류학과에 진학했고 사회의 여러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기자가 되었다. 세상을 누비던 청년은 돌연 신문사를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에서 공익변호사로 활동 중인 정민영 변호사(법학전문대학원 1기)의 이야기이다. 후배 이유영(법학전문대학원 6기)씨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공익변호사 정민영 동문(왼쪽)과 법학전문대학원 6기 이유영 씨
공익변호사 정민영 동문(왼쪽)과 법학전문대학원 6기 이유영 씨

선배님 안녕하세요. 공익 변호사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지금 2년째에요. 졸업하고 한겨례 신문에서 사회부 기자로 일하다가 로스쿨에 진학하게 됐어요.

동기들을 보면 보통 일반 회사 생활 하다가 로펌으로 이직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선배도 그만둘 때부터 공익변호사를 꿈꾸었던 건가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한 것이 아니라, 법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상당수가 법원에서 결말을 맺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졸업하고 꼭 변호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뚜렷하지 않았어요.

여러 길 중에 공익 변호사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활동은 만족스러운가요?
법학전문대학원에선 1-2학년에 로펌에서 인턴을 하고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일반 로펌에 가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을 것 같았어요. 큰 로펌이 아닌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 작은 로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곳들은 채용을 많이 하지 않았고요. 그러다 운좋게 서울대학교 로스쿨 동기들이 만들어 준, 한 명의 공익 변호사를 후원하는 기금을 지원 받았어요. 덕분에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죠. 항상 즐거운 일을 하고 싶고, ‘남들이 안 가는 길이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길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지금 일도 대체로 만족해요.

공익변호사 정민영 동문
공익변호사 정민영 동문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 법무법인에서는 위임장 제출이라든지, 행정적인 부분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잖아요. 저는 혼자 일일이 다 해야 해요. 짜여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막막할 때도 많죠. 그때, 그때 부딪히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덕분에 전투력이 더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외국의 경우도 아마 비슷할 거예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비영리 활동 하는 사람들의 저변이 넓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죠.

법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법을 공부하게 됐는데 최종 권한은 법원이나 공공기관이 가지는 경우를 보면서 좀 답답하기도 해요. 공익변호사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 일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변호사는 판검사와 달리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게 좋지 않나요. 양 당사자들 하는 이야기를 듣고 수동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판사와 달리 변호사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의제로 끌고 갈수 있어서 좀 더 능동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민영 변호사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시각장애인 대리로 청구한 차별금지법 손해배상 소송입니다. 웹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했습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웹사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선, 화면에 마우스를 댈 때 웹사이트 내용이 음성으로 들려야 하고, 이를 웹 접근성이라고 합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웹사이트가 웹 접근성을 갖추는 것은 법적 의무지만 아직 많은 사이트들이 제대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실정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6기 이유영 씨
법학전문대학원 6기 이유영 씨

꿈이 있나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명확하게 이루고 싶은 꿈은 없지만 맡은 일마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표현의 자유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관심이 있는데, 관련해서 법원의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네요.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조금 더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길 바라요.

후배들에게 한마디!
공익 변호사라는 일이 잘 닦여지지 않은 길이라 해서 겁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있지만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조금 더 용기를 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일단 저지르고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조은별(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