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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허식의 소셜미디어는 가라

2014.11.21.

익명으로 흔적 남지 않아

공대 건설환경공학부 유기윤 교수가 이끄는 GIS연구실 소속 벤처팀에서 특이한 소셜미디어를 개발하였다. 기존의 지인들 네트워크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소셜미디어로서 사용자 익명성 보장과 정보의 휘발성이 특징이다.

버블시티 아이콘
버블시티 아이콘

“누군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나 역시도 할 말을 시원하게 한 번 해보고 싶다.” “나의 말이 어딘가에 영원히 남는다는 건 끔직하다.” 이런 의견들에 공감하는 사용자라면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주목해도 좋다.

페이스북과 같은 기존의 소셜미디어는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 즉, 뻔히 아는 사람들끼리 계산속 소식 즉,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보게 되고 자칫 위선과 가식으로 흐르게 된다.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특징은 익명을 기반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한다. 즉, 지도위에 누군가 익명으로 낙서를 하면 그 낙서에 댓글을 달거나 낙서와 낙서를 연결하여 보다 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마치 공개된 ‘이야기 광장’과 같아서 익명의 사람끼리 계속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실제로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서울대학교의 일부 학생들이 사용한 결과 페이스북과 같은 기존의 공식적 정보 성격과는 달리 매우 솔직하고,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 매우 신랄한 이야기들이 캠퍼스의 여기저기에 실시간 계속해서 올라오고 사라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정보의 휘발성이다. 기존의 소셜미디어는 사용자가 생산한 정보들을 모두 모아서 보존한다. 새로운 소셜미디어에서는 사용자가 정한 시한이 지나면 이야기가 자동으로 완전히 소멸된다.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발상의 전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난 2년간의 핵심 알고리즘 개발을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디지털 지도위에 자유롭게 낙서를 하고, 관련된 낙서를 연결시키고, 낙서와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장소 기반으로 묶고 이들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원천기술들이 바로 그것이다.

개발의 주역들인 서울대 GIS연구실의 학생 벤처팀은 최근 벤처컴퍼니를 설립하고 글로벌 도약을 위해 내년 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경연장을 찾을 예정이다.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버블시티’라는 이름으로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한글과 영문 두 가지를 지원하며 곧이어 아이폰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개발 배경 스토리

친구들 사이에서 소셜왕이라 불리는 대학원생 L씨는 요즈음 페이스북을 별로 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친구가 500명에 달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였지만 갈수록 페이스북을 찾는 횟수가 줄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페이스북에 글을 열심히 올려도 늘 찾는 친구들이 정해져 있어 새로운 맛이 없고 또 친구들의 글 또한 어디서 뭘 먹었네, 어딜 다녀왔네 식의 소위 자랑질이 대부분이라 여기에 댓글달기 또한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페이스북 사용자의 상당수가 과장된 정보를 올리거나 타인의 자랑질에 염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위선과 허식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지겨움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이 한결같이 개인의 이야기들을 보관하여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는 점도 맘에 들지가 않았다. 내 이야기가 잊혀질 권리가 왜 없는 것인가 하는 불만이 점차 늘어간 것이다. L씨는 소셜미디어의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 싶었다. 꼭 친구가 아니어도 좋다. 누구나, 아무나, 만나고 싶었다. 익명이면 어떤가. 위선과 허식을 벗어던지고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또 내가 쓴 얘기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흔적 없이 지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L씨는 아예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을 매개체로 하여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정보 공유를 지원하는 기능, 즉, 디지털 지도위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나온 게 낙서이다. 지도위에 맘껏 낙서를 하게 했다 그것도 익명으로. 그리고 낙서와 낙서를 서로 연결시켜 보다 큰 이야기가 되도록 했다. 물론 그 낙서는 원할 때 펑∼ 하고 터져 흔적 없이 사라지게 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낙서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해야 제격이지. 지도위에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게 했고 낙서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켰다. 이렇게 이야기와 이야기, 이야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은 끊임없이 연결되어 도시의 이야기를 계속해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솔직한 이야기, 웃기는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 무엇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L씨는 이제 새로운 재미에 빠져있다.

이야기가 올라오는 모습
이야기가 올라오는 모습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나타남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나타남

버블시티 개발팀
버블시티 개발팀 (앞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영민, 이재은, 노건일팀장, 권필, 손화민, 최재완, 방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