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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 벤처 사업가 호창성 동문

2014.12.02.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14년 간 창업 성공을 위해 실패와 실패를 거쳐 온 호창성 대표(전기공학부 93학번)보다 이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2013년 일본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Rakuten)이 크라우드 소싱을 기반으로 영상 컨텐츠를 제공하는 벤처 회사 비키(viki)를 2,100억 원에 인수하였을 때, 비키가 한국인이 설립한 벤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키를 설립한 공동 대표 호창성 씨와 그의 아내 문지원 씨는 한국에서 사업 성공 경험이 많은 이름난 사업가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호창성 동문
호창성 동문

첫 창업에 실패하다

호창성 대표가 전기공학부에서 공부하던 90년대 후반에 공대생들에게 인기 있는 진로는 대기업, 연구소, 대학원이었다. 하지만 호 대표는 이 뻔한 길에서 벗어나 창업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당시 미국에서 유학하신 교수님으로부터 ‘미국 공과대학의 가장 우수한 학생들은 창업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90년대 말 한국의 벤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호창성 대표도 졸업 후 아내와 함께 3D 시뮬레이션 아바타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준비 없이 시작한 첫 창업의 끝은 참담했다. 벤처 투자가 시들해지면서 투자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결국 회사는 3년 만에 문을 닫고 1억 가량의 빚을 지게 되었다. 빚을 갚기 위해 다시 호창성 대표는 대기업에 취직하지만 대학 시절에 품었던 ‘나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만은 여전했다. 창업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었지만,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창업이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창업의 중심으로 들어서다

호창성 대표는 6년 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하면서 미국의 창업 생태계를 경험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휴렛 & 팩커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야후, 구글 등 벤처 회사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까지 성장한 회사들의 창업자들을 많이 배출한 스탠포드 대학은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호창성 대표가 두 번째 사업 기획서를 쓰면서 투자자를 만난 곳도 스탠포드 대학의 창업 수업에서였다.

난관봉착, 집단 지성 활용

호창성 대표는 ‘꽃보다 남자’와 같은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의 언어로 번역되는 것을 보고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언어의 장벽이었다. 콘텐츠를 빠르게 번역해서 해외로 전파하기에는 수많은 번역전문가들과 함께 일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었다. 플랫폼을 만들어 전 세계 국가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번역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번역하던 일을 확장해 한국 드라마를 번역하기 시작했다. 성과는 훌륭했다. ‘장난스러운 키스’ 는 2일 만에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미국의 교민들과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임대료 없어 PC 방을 사무실 삼아

사업을 시작한 후 비키에 새로운 가입자들이 유입되었지만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매출은커녕 회사를 운영할 자금조차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07년에 학자금 대출로 얻은 7만 달러는 2009년이 되자 결국 바닥을 드러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이용자들을 두고 사업을 마냥 접을 수도 없었습니다. 돈이 떨어져 미국에서의 사업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남양주의 한 PC 방에서 간신히 비키 서비스를 운영하였어요.”
당시 서비스 중단을 검토하던 호창성 대표는 가입자들로부터 기부를 받는 한이 있더라도 서비스를 계속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기부를 통해서 들어오는 천만 원으로 서버 운영비를 충당했다. 기부를 통해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넘긴 호창성 대표는 질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전력했다. 방송사들과의 계약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하자 가입자 수도 극적으로 늘어났다. SK텔레콤, BBC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고 투자와 콘텐츠 확보, 가입자 증가의 선순환을 거쳐 비키는 2013년 2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콘텐츠와 전자상거래의 서비스 시너지를 높게 평가한 라쿠텐은 2013년 9월 2,100억에 비키의 인수를 결정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점과 점을 연결하다

비키를 매각한 호창성 대표는 두 가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는 ‘더 벤처스’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미국에서의 창업 성공의 지혜를 작은 기업들에게 나눠주고 자금을 투자해 성장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업에도 기본적인 공부와 준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호창성 대표.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시행착오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멘토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
두 번째는 빙글이라는 새로운 관심사 기반 소셜 네트워크 회사의 창업이다.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소셜 서비스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당당하게 겨루어 보고 싶다고 한다.
첫 번째 창업의 실패와 14년간의 크고 작은 좌절을 견뎌내고 얻은 비키의 탄생, 그리고 새로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빙글과 사업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전수해주는 ‘더 벤쳐스’까지. 서로와 서로를 연결해 새로운 힘을 만들 호창성 대표의 새로운 도전들이 이 세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홍보팀 학생기자
오상록 (경영대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