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내가 만들어 가는 수업

2014.12.31.

‘자기주도적 학습’ 최근 교육에서 가장 강조되고 있는 단어이다. 강의자는 칠판에 판서하고, 학생은 받아 적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들이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평가가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추세이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다양한 단과대에서 기존 수업의 틀을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수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선두에 서있는 기계항공공학부의 ‘창의공학설계’ 수업과 독어독문학과 ‘독일명작의 이해’ 수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팀워크와 창의성을 접목시킨 수업-창의공학설계

작품 콘테스트
작품 콘테스트

지난 12월 16일 서울대학교 종합체육관에서는 에어쇼에서나 볼법한 모형 비행기들의 곡예 비행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계항공공학부 ‘창의공학설계’ 과목 항공 분야 작품 콘테스트가 개최된 것. 콘테스트는 테플론 비행기와 플라잉 볼 두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기계항공공학부의 1학년 수업인 ‘창의공학설계’는 다양하게 주어진 목표물을 창의적으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강생들은 한 학기 동안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설계와 손 제도, 기초적인 설계 및 제작 지식을 쌓고, 3~7명씩 조를 이루어 기계와 항공 두 분야중 하나를 선택해 실제 작품 제작을 하게 된다. 학기 말에는 조별로 제작한 작품으로 성능을 평가하는 시험을 치르게 된다.

테플론 비행기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이 직접 비행기를 조종해보며 8자 비행과 같은 다양한 기술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플라잉 볼의 경우 기본 성능과 함께 벽을 타거나 바닥을 구르는 등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추가한 기능들의 독창성을 평가하였다. 수강생인 이민지(기계항공공학부 14학번) 학생은 “단순 이론 습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모형비행기를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시행착오도 많았고, 시험비행 중 모형이 부서져 힘들었지만, 만든 비행기가 실제로 나는 모습을 보니 매우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직 공학의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1학년 학생들에게 직접 작품을 설계, 제작해보며 실전경험을 쌓게 해주고자 이 과목을 개설하게 되었다고 밝힌 김승조 교수(기계항공공학부)는 “전문적인 공학 지식을 가르쳐주기 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앞으로 전공과목을 듣는데 필요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창의공학설계’ 과목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들에게 기계항공공학의 입문과목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작년 같은 과목을 수강했던 박정재(기계항공공학부 13학번) 학생 역시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하며, “학년을 올라가며 더 어려운 전공과목을 배울 때 이 과목을 들으며 얻은 경험과 자신감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문학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으로 만들어나가는 수업-독일 명작의 이해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책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책

‘내면의 문학적 호기심’을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으로 꼽는 전영애 교수(독어독문학과)는 강요가 아닌 자율적인 의지에 따라 문학작품을 접해야 진정한 감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독일명작의 이해’는 이러한 취지 아래 전영애 교수가 맡고 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문학작품에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볼 것을 독려한다. ‘파우스트 엠티’와 ‘나만의 책 만들기’로 학생들에게 유명한 이 수업은 18년째 ‘관악의 명강의’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명작의 이해’ 수업은 수강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수업이다. 이 수업에는 정해진 교재가 없다. 전 교수가 한 독일 문학작가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스스로 그 작가의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읽고, 작품에 대해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게 된다. 작품에 대한 감상도 정해진 형식없이 자유롭게, 각자의 관점에 따라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한 학기동안 여러 독일명작들을 접하며 다른 사람들과 감상을 공유하고, 학기말에는 다뤄온 내용들을 담아 디자인부터 제본, 인쇄까지 모두 자율적으로 기획하여 ‘나만의 책’을 만든다.

모든 수강생들이 말하는 이 수업의 백미는 ‘파우스트 엠티’이다. 수강생들은 약 한 달 동안 60년에 걸쳐 집필된 대작 ‘파우스트’를 감상한다.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선택하여 읽은 뒤, 전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경기도 여주에 지은 여백사원에 모여 감상문을 낭독한다. 조별로 직접 작품 속 한 장면을 연극으로 연출해보기도 하는 이 엠티를 통해 학생들은 작품에 대한 감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우정도 쌓게 된다.

이번학기 ‘독일명작의 이해’ 수업을 수강한 명준호(경영학과 07학번) 학생은 이 수업을 ‘학생과 강의자의 역할에 관한 틀을 깬 수업’이라고 소개하며 “교수님께서 강의자가 아닌 사회자로써 학생들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덕분에 알을 깨고 나와 지적으로 새로운 세계에 나온 느낌이다”고 수강소감을 밝혔다. 명 씨는 처음에는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지만, 스스로의 호기심에 따라 작품을 선택할 수 있어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전하며, “문학적 감동과 함께 훌륭한 학우들과 끈끈한 연을 맺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수업을 평가했다.

전 교수는 “처음엔 다들 작품을 읽고 감상하는 것에 낯설어하고 당황하지만, 학기가 지날수록 각자 다른 전공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고 밝히며, 학생들이 스스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열정, 호기심을 통해 작품들을 접하고, 문학적인 통찰력을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창의공학설계’와 ‘독일명작의 이해’ 두 수업은 서로 다른 분야의 내용을 다루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학생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수업을 만들어나가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러한 수업들은 학생들에게도 매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대학교에 이러한 수업들은 더욱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홍보팀 학생기자
이주헌(전기정보공학부 1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