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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가치의 복원, 규장각 문화재 수리복원팀

2015.04.30.

선조의 지혜와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시대의 기록. 우리는 그 존재를 끊임없이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역사를 지키는 중요한 일이라고 문화재 수리복원팀은 이야기 한다.

왼쪽부터 이혜윤(수리복원실 업무총괄), 강유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수리복원 인턴과정), 김신미(고지도, 회화자료 수리복원), 민여진(고문헌 수리복원), 허승희(영정모사)
왼쪽부터 이혜윤(수리복원실 업무총괄), 강유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수리복원 인턴과정),
김신미(고지도, 회화자료 수리복원), 민여진(고문헌 수리복원), 허승희(영정모사)

한국학 연구의 중심이자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수많은 자료들을 보존·관리하는 규장각 한편에 위치한 문화재 수리복원팀을 찾아갔다. 수리복원실 곳곳에서는 여러 문화재들의 수리·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모사 전문가인 허승희 씨는 규장각에서 보관하고 있는 유언호 영정의 유일본의 모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허승희 씨는 “문화재가 유일본이기 때문에 훼손될 때나 전시를 위해 모사본을 제작하고 있다”며 “같은 크기의 실사본을 인쇄해 이를 통해 모사본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수리·복원 전문가인 민여진, 김선미 씨가 『괴원계달』이라는 이름의 선장본의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줄로 묶인 책을 한 장씩 분리해 세척하고 얇은 한지로 한 가닥씩 다시 연결하는 작업은 엄청난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해 보였다. 문화재의 복원 및 보존, 관리를 담당하는 수리복원팀에 대해 이혜윤 학예연구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규장각 수리복원팀의 소개.

수리복원팀은 지난 2012년부터 조직이 꾸려져 시작됐습니다. 소장 문화재에 대해 매년 초 정밀상태조사를 실시해 문화재들의 수리복원 우선순위 결정과 예방 보존 환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훼손 상태가 심각하고 훼손이 진행될 우려가 있는 자료를 우선으로 수리복원과 모사본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모사 전문가, 수리·복원 전문가 등 총 4명의 전문가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규장각에서 관리하는 자료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은 1776년 정조가 즉위하면서 창설한 규장각에서 보관하던 역대 국왕들의 어제, 어필, 왕실족보 등의 국왕 관련 문서와 국정운영 및 학문연구를 위해 수집·간행한 도서, 구한말에 편입된 관청과 지방사고 자료 등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각종 외교문서, 중국본 자료, 국가 행정기록자료, 왕실재정자료 등 총 24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중요 자료로는 조선왕조실록, 일성록, 승정원일기, 의궤 등의 세계기록유산과 삼국유사 등의 국보, 보물 문화재가 있습니다.

복원한 문화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화재.

소장 자료 중 ‘준천시사열무도’는 영조 36년에 행해진 준천 공사의 과정과 공신들에 대한 사은 행사 등을 기록한 궁중기록화인데, 규장각에 소장된 자료는 그림 4면과 준천사실을 기록한 내용 4면만이 따로 존재하는 낙질본입니다. 원본은 충해와 열해 등으로 훼손이 심해 수리복원을 실시하고, 복원 모사본 제작을 위해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본과 미국 버클리대 소장본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초 『준첩계첩』이라는 이름으로 1권으로 묶여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규장각에서는 일실된 부분을 원형 복원한 끝에 정본화하여 장서로 등록해 보존·활용하고 있습니다. 원본의 수리복원을 통해 문화재의 수명을 연장하고 내용이 탈락된 문화재를 정본화하는 수리복원팀의 목표를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화재 복원과 관리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

규장각은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위해 우리 전통 기술과 방법을 활용해 전통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예로 한지, 직물, 염색, 먹, 안료 등 원본에 사용된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을 각 분야의 장인들이 동일한 재료와 방법으로 제작해 복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전통 산업이 조금이라도 활성화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전통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서는 아직 복원 기술이 개발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 밀랍본의 경우 보존처리 방안이 아직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수리복원을 미루고 있습니다. 규장각에서는 이러한 문화재들의 보존방안의 마련을 위해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농생대 산림과학부 등과 함께 보존방안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어 자료조사와 연구에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완료되고 특허를 획득해 ‘서울대표’ 보존처리 기술이 되면 보관중인 문화재의 관리는 물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사회에 스며있는 문화재와 우리들의 공존을 위한 노력.

문화재는 우리의 역사고, 우리 선조의 정신과 생각이 깃들어 있는 자료입니다. 그중에서도 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문화재는 과거의 연구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사와 문학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과학, 천문학 등 다양한 학문들의 종합 연구결과물입니다. 단순한 골동품들이 아니라 현재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통해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보존하는 일은 현재를 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본의 보존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체본들을 제작하여 유사시에 대비하고, 활용을 활성화시키는 일은 모두가 노력해야할 일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훼손된 문화재는 다시는 원상태로 돌릴 수 없습니다.

서울대 구성원에게 한 말씀.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보고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규장각이 서울대 내에 있음에도 정작 서울대 구성원들의 상당수는 규장각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문화재는 스스로 아껴 보호해야 합니다. 규장각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은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홍보팀 학생기자
하지상(조선해양공학부 1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