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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연결하는 재능기부

2015.10.28.

살아가면서 누구나 법원을 3번은 방문하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우리 일상 생활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겪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말조차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에겐 이러한 평범함이 막막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일반대학원 소속으로 서울남부지법에서 중국어 민원 상담관으로 활동하는 중국인 유학생 왕양(법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과 서련(법대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이 바로 그 주인공. 어학 능력과 법률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건내주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서련 학생(왼쪽), 왕양 학생
서련 학생(왼쪽), 왕양 학생

우리의 활동

왕양 : 한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외국인, 특히 중국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위해 법원 소송 절차 안내 및 상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련 씨와 제가 월요일 수요일 번갈아 가면서 서울남부지법에서 근무하며 본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서련 : 지난 주 수요일에 처음으로 서울남부지법에 출근했어요. 직접 상담에 들어가기보다는 번역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지난 주에는 한국 민사, 형사 재판 소송 중에 자주 쓰는 법에 관련된 말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업무를 수행했어요.

대학원생 민원상담관의 탄생

왕양 : 지난 학기 서울대학교 법대 게시판에서 봉사 활동 통지를 보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외국인들을 도와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원했어요. 행운으로 선발이 되어 법원장님께 위촉장을 받고 상담 업무를 시작했어요.
서련 : 지난 학기 왕양 씨가 남부지방법원 민원상담관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저에게 알려줬어요. 그때부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인상적이였던 점 중 하나는 주변 한국 학생들은 보통 일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어요. 실천 경험이 있으니까 법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도 실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마침 민원상담관으로 일하시던 한 선배님이 그만두시게 되었고, 제가 그 자리를 맡아 일을 하게 되었지요.

상담으로 마주한 현실

왕양 : 장사를 하는데 사기를 당해 법원에 스스로 찾아와 구제를 청하는 젊은이부터 주소불확정 때문에 법원 소환장을 놓쳐 피해를 입은 가난한 어르신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접했어요. 손해배상소송 사건, 대금반환소송 사건, 외국인과 한국인의 협의이혼 등 민사 사건이 주된 상담의 대상이에요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

왕양 : 한국어를 잘 못하는 50대 중반 중국인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타다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는데 어쩔 수 없이 지팡이를 짚고 법원까지 응소하러 왔습니다. 억울한 사정을 듣고 법원 절차를 안내하며 필요한 법률 문서를 작성하는 것까지 도와드렸어요. 제가 맡은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네요.

민원상담관으로서의 자질

왕양 : 당사자의 다급한 마음을 다독여주고 말하려는 복잡한 사정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정리한 다음 적절한 절차를 안내해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전공 지식과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에요. 서련 : 특히 어학 능력이 전공 지식보다도 더욱 강조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정확하게 번역하여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가 우리가 하는 업무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동기부여의 원천

서련 : 아직 한국법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특히 중국법과 다른 점들이 있어 한 항목 한 항목 잘 따져 봐야해요. 실제로 활동하면서 이러한 법들을 직접 마주하고 배워나간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
왕양 : 저도 한국 법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같이 일하시는 한국인 상담원님께 많이 도움을 받아요.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다른 사람을 도와드리면서 자신의 가치를 느낄 수 있어 보람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목표

왕양 : 현재 국제법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인데, 민원상담으로서 좋은 경험을 쌓아 나중에 졸업하면 계속 한국이나 중국 두 나라 어디에서든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싶어요.
서련 :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보람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사실 이 활동의 첫 번째 이유는 자기 발전을 위해서였죠. 하지만 시작하고 보니 중국 동포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기뻤어요. 원래 사회나 국가가 필요한 사람이 되는 일이 단순한 구호뿐 일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정말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인생 목표도 바꾸게 되었지요. 원래 한국에 와서 실체법만 배울 예정이었는데 지금 절차법도 좀 배워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런 일을 하며 자기발전과 더불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나갈 계획이에요.

홍보팀 학생기자
남정훈(사회교육학과 10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