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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만큼 가능한 미래

2015.12.21.

이정현 동문(왼쪽), 정원희 동문(오른쪽)
이정현 동문(왼쪽), 정원희 동문(오른쪽)

휠체어를 타고 멋지게 졸업 연설을 하고, 해외에서 당당한 NGO 인턴으로 활약했다. 올해 막 대학교를 졸업한 꿈 많은 두 친구가 7년간의 우정을 담은 편지를 서로에게 보냈다.

이정현 | 2009년 경영대학 입학, 2015년 전기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경영대학원 인사조직 전공에 재학 중이다. 경영대학 학생회장, 포스코 인턴, 아산서원 장학생, 해외 NGO 인턴십 등 다양한 경험으로 가득한 학부 시절을 보냈다.

정원희 | 2009년 경영대학에 입학 후 2015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대표 학생으로 졸업했다. 뇌성마비 2급의 장애를 제약 조건으로 인식하지 않고 교환학생, 장애연극동아리 대표 겸 배우 등 활발하게 대학 생활을 하고 현재 한국투자공사 주식운용실에서 일한다.

To. 누구보다 큰 열정을 가진 원희

원희야, 몇 달 지났지만 졸업 다시 한 번 축하해. 연단에 올라 푸른색 학사모를 쓰고, 졸업 연설을 하는 네 모습 정말 멋졌어. 장애인으로서 첫 졸업생 대표 연설자는 아니었지만 2천3백여 명의 졸업생들 앞에 울려 퍼진 너의 첫 마디는 정말 자랑스러웠어. “가능하다고 말하면 그것은 가능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문제라고 말하면 그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 돌아옵니다.”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서 네 삶을 지켜보았던 나로서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더라.

새터 가는 날 우리 처음 만났잖아. 휠체어를 탄 너의 모습을 보고 예비 입학생 온라인 모임에서 읽었던 네 얘기가 생각나 고개를 갸웃했어. 부드러운 말투로 조곤조곤 자기 소개하면서 가끔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그런데 실제의 너는 달랐어. 능숙하게 전동 휠체어를 운전하면 친구들 중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었고, 무슨 일에서든 빠지지 않는 당당한 성격을 갖고 있었어. 너는 내가 널 많이 도와줬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네 도움 덕분에 나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내가 2011년도 경영대학 학생회장을 할 때 말이야. 적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모으고, 때로는 부딪치며 학생회를 이끄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그때 옆에서 항상 나를 응원해주고 따뜻한 조언을 건네줘서 참 고마웠어. 너는 나보다 섬세하게 나를 알아주는 소중한 친구야.

많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입학식을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할 지도 몰라.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쉽지는 않으니까. 우리는 입학식보다 졸업식이 더 행복한 학교 생활을 보낸 거 맞지? 지금처럼 항상 조금 더 나은 우리 자신과 미래를 꿈꾸면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나가자. 20년 뒤에 네가 어느 공항에서 또 나에게 연락해올 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항상 응원할게. 고마워 친구야!

From. 정현

To. 편견 없이 나를 바라봐준 정현

정현아, 나 원희야. 입학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가 졸업을 했네. 혹시 우리 처음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나니? 그냥 2008년 같은 해 경영학과에 입학한 40명의 반 친구들 중에 여자는 몇 없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 그리고 내가 낯선 길, 새로운 곳에서 돌아가거나 느리게 가야 할 때,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 네가 항상 나와 함께 해 주었던 덕분에 더 가까워졌어.

다양한 진로를 꿈꿀 수 있는 경영학과에 입학하고 나서부터 뚜렷한 꿈을 좇던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었던 게 정말 많았잖아. 그래서 우리가 더욱 친해졌을 지도 모르겠다. 항상 부지런히 어딘가에 도전하고 활동하는 너의 모습은 내게도 많은 자극이 됐어. 네가 먼저 학생회 활동을 해본 후 날 추천해준 덕분에 나도 1년간 학생회 활동을 했고, 교환학생도 네가 먼저 떠난 다음 좋다고 권유해주어서 나도 떠난 거잖아. 또 네가 경영대학 학생회장으로 활동한 후에, 나도 예비 사회적기업의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고.

부끄럽지만 처음 고백하자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몸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고민들을 털어놓은 친구가 바로 너야. 원래 남들한테 이런 얘기는 잘 하지 않거든.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문제잖아. 또 나도 평소에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살지 않는데, 괜스레 말했다가 사람들이 너무 크게 받아들일까봐 아예 말을 못하기도 했어. 그래서 평생 누구한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였는데, 너한테는 편하게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

지금 대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서 항상 감탄해. 우리 같이 놀러 다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나는 내가 공부와 잘 맞지 않는다는 걸 금방 깨달았지만 너는 여러 가지를 하면서도 언제나 뛰어난 성적을 놓치지 않았잖아. 리더십 있고 똑똑한 너는 정말 멋진 연구자가 될 거야. 서로 격려하며 바쁘게 살았던 대학 생활처럼 앞으로도 우리 응원해주면서 함께하자.

From. 원희

경영대학 GCS
2010년 경영대학 글로벌 봉사활동 동아리 GCS(Global Community Service)에서 이정현, 정원희 동문은 스태프와 봉사자로 관악구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체험 교육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연극 <테레즈 라캥>
정원희 동문은 장애연극동아리 ‘짓’의 대표이자 배우로 연극 <테레즈 라캥>을 무대에 올렸다.

국제 민주주의 연구소 (NDI)
이정현 동문은 미국 국제 민주주의 연구소(National Democratic Institute)에서 인턴십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