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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는 삶 - 사회봉사상 수상자

2016.07.14.

봉사는 단지 주위로 고개를 돌리며 살아온 사람들의 평범한 ‘삶’이었다. ‘시간’은 ‘봉사’를 평가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척도지만, 이들이 알며 실천하며 살아온 세월은 그마저도 충분했다.

김웅한(왼쪽) 교수, 정진성  교수
김웅한(왼쪽) 교수, 정진성 교수

구로동 주민과 아프가니스탄 소녀, 아픔은 모두가 같다

학창시절 의대 가톨릭학생회(CASA)에서 의료 봉사를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봉사자’라는 타이틀을 인생에서 놓은 적이 없는 김웅한 교수. 1999년 이후 국내에서 129여 건, 해외 의료낙후지역에서 580여 건 소아심장수술을 집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선청성심장병 수술을 하는 의사 절반이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명의가 열악한 의료 환경, 의사소통이나 예기치 못한 문제로 신경 쓸 일이 빼곡한 개발도상국의 병원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전쟁 이후에 미국에서는 서울대학교 교수들을 초빙해서 선진 기술을 가르쳤어요. 봉사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 교수라면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한창 활발하게 연구하고, 활동하는 교수일수록 현지에서도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는 아직도 수술 후 잘 회복하는 환자를 보면 가슴이 짜르르 떨리고, 자칫 다른 이유로라도 세상을 떠난 아이를 보면 울컥한다.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픈 사람과 직접 만나서 치료하는 접점에서 느끼는 사람과의 따뜻한 정과 공감 그리고 신뢰감은 변함없다. “선천성 심장병은 세계 어디든 1,000명 중 8명의 아이가 가지고 태어나는 흔한 선천성 기형입니다. 수술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어요. 한번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내민 손을 잡아 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는 시상식 다음 날에도 또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를 떠난다. 젊은 시절 마음에 품은 화두는 아직도 더운 열기를 간직하고 있다. 우리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찬찬히 살피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슴 아픈 세계의 어린이들을 치료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의사의 고민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사회의 취약한 어느 곳에나 젠더 문제가 있다

1990년대 초,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처음 한국 사회의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위안부 피해자 증언집과 각종 연구 자료를 발간하는 학자. 2012년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의 초대센터장이 되어 인권침해 문제를 조정하고, 교수와 학생 사이 소통을 이끌며 벽돌을 하나하나 쌓는 심정으로 일한 행정가. 한국유엔인권정책센터 소장으로 국제인권 규범을 한국에 소개하며 꾸준히 현장에서 여성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 정진성 교수는 사회학을 공부하고 미국에서 돌아왔던 1984년 여름, 여자-사회학-교수가 정말 드물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소명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저도 당하고 있었으니까요.” 침해된 인권 주체들의 목소리를 연구 영역으로 포섭하여 학문 패러다임으로 주류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여성 운동에 조사, 연구를 결합한 그의 활동은 일본군위안부, 결혼이주여성, 불가촉천민에서부터 교수 사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대상을 다룬다. 범위도 대학, 정부, 아시아, 유엔을 넘나든다. “여성학은 실천적이어야 해요. 이론과 정책이 함께 가야 하고, 운동과 학문이 가까워야 해요. 카스트 계급사회에서 불가촉천민들, 세계 중산층 계급에서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아시아 여성, 일제강점기 식민지 하층 계급의 여성 위안부. 취약한 사회의 모든 데 젠더 문제가 있죠.” 지금 정 교수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귀환여성’ 문제다.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왔다가 사연을 하나씩 안고 모국으로 돌아간 여성들. 그들을 부르는 이름(귀환여성)을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마련한다. “지금은 베트남 껀터 지역에 만들어진 센터를 잘 운영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7월부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거든요. 은퇴가 2년 남았는데 그전까지 열심히 연구하고 제자들을 돕고요. 이후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 이제 생각해 봐야지요.”

1981
처음 바라본 도시의 빈민가

가톨릭학생회에서 구로동 도시 빈민가로 학생 진료를 갔다가 한 집에 열 가구가 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나의 이웃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그런 환경을 접해보는 것 자체가 제가 대학 시절 받은 가장 큰 교육이었어요.

1965
부정의에 대한 감수성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등수대로 자리를 정해 바꾸어 앉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중산층 집마다 있던 일하는 어린 여자애들도 제 마음에 상처를 입힌 장면입니다.

2016 제6회 사회봉사상

제6회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사회과학대학 사회학과 정진성 교수와 의과대학 의학과 김웅한 교수가 선정되었다. 6월 9일(목) 행정관 대회의실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서울대학교는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책임감을 고양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의 역할 수행을 확산시키고자 2011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봉사상’을 신설하여 시상해오고 있다.

김웅한 교수
2012년부터 의과대학 흉부외과학 교실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소아심장학회사회이사,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부센터장, (사)라파엘인터 내셔널 이사를 맡고 있다. 저개발국에서 지속적으로 펼친 의료봉사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제6회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진성 교수
1996년부터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초대 센터장을 역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유엔인권정 책센터 소장, 외교통상부・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여성 권익 증 진 활동에 대한 공헌으로 제6회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