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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전공 판매전에 가다

2016.12.15.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도예전공에서는 판매전을 개최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이 행사는 2008년에 처음 시작하여 올해 9회를 맞이하였다. 서울대 안팎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행사가 진행되는 미술대학 물레실은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판매전은 바자전의 형태로 진행되며 그 수익금의 60%는 작품을 출품한 학생들에게 되돌아 가고 40%는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에 도예전공 학생들의 이름으로 기부된다. 학생들의 작품의 가치가 인정되고 기부를 통해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그 현장에서 판매전에 참여한 4명의 작가들을 만나보았다.

(왼쪽부터) 도예과 이규호, 최원정, 양시훈, 김재란 학생
(왼쪽부터) 도예과 이규호, 최원정, 양시훈, 김재란 학생

Q. 안녕하세요, 모두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재란) 12학번 도예전공, 이번에 졸업 전시를 하게 된 김재란이라고 합니다.
(이규호) 저도 마찬가지로 12학번 도예전공 이규호입니다.
(양시훈) 올해 3학년 이고 내년에 졸업 전시를 할 예정인 11학번 양시훈입니다.
(최원정) 15학번으로 입학해서 2학년인 최원정입니다.

Q. 도예전에 출품하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해주세요.

(김재란) 저희 학교는 전통적으로 물레, 백자가 굉장히 유명하고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고 있어요. 근데 적어도 저한테는 백자가 조금 차가운 느낌이어서 졸업전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자는 취지로 작업을 했어요. 아동교육학 용어 중에 아이들이 블록을 쌓으면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구성놀이라는 것이 있는데, 거기에서 개념을 따와서 아동이 아닌 우리들도 다시 한 번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는 의미로 ‘구성놀이’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형태적인 모티브는 블록에서 따왔지만 작품 그 자체를 향유하게 하는 것 보다는 그 모양을 보고 사람들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작품의 용도와 놓일 장소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규호) 저는 사실 군대에서 제대한 지 두 달 조금 넘어서 아직 도자기에 제 스토리를 담을 만한 성형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백자 위주의 작업을 하면서 열심히 다시 적응하면서 기술을 먼저 배워나가고 있는데요, 저희가 다루는 흙이 백자 중에서도 굉장히 다루기 힘든 종류라서 그 흙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보통 물레를 차서 만든 기물을 완성하는 데에는 가장 작은 가마를 기준으로 최소 2주 정도가 걸리는데, 사용할 흙의 화학적 구성, 기물의 습도, 가마의 온도 등의 아주 사소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전체 성형 과정의 결론을 짓기 때문입니다.
(양시훈, 최원정)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학교 커리큘럼 상의 과제 이외에 ‘공백’이라는 팀에서 활동을 하면서 플리마켓에도 참여하고 페어 준비를 하면서 조금 더 자유로운 느낌의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든 작품 중에는 화분도 있고, 가운데에 향초를 둘 수 있는 캔들홀더접시가 있습니다. 접시 같은 경우에는 유약을 활용하기 위해서 기물에 특징을 짓지 않고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Q. 판매전에 출품한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오래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재란) 사실 제게는 가마를 여는 매 순간들이 그런 기억들로 남아 있어요. 저는 큰 가마를 쓰고 손으로 기물을 성형하는 방식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1달여의 작업의 모든 결과가 가마를 여는 순간 판가름이 되었어요. 그래서 가마를 열었을 때 엄청 휘어져서 나온다거나 금이 가거나 유약이 덜 녹거나 말린 것을 봤을 때는 좌절하기도 하고 기물이 잘 나오면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이규호) 어떻게 보면 천재지변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만약에 가마에 넣은 기물들이 완전히 말라 있지 않았다면 그 습도 때문에 가마 안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렇게 되면 흙이 팽창을 하면서 어느 순간 가마 안에 있던 기물이 터집니다. 그런데 만약에 터지는 기물이 중간 층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높게 쌓아 놓은 기물들이 다 무너져 버리면서 그 가마 안에 들어있던 기물 전체가 다 망가지게 돼요. 이런 불행한 일이 이번에도 일어나서 많은 학우들이 원래 출품하려던 작품들을 내지 못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최원정) 저희는 과제가 많아서 보통 과제 하나 당 1주일 정도 밤을 새는데, 이것 외에도 ‘공백’팀 활동을 하려면 2주 정도 밤을 새야 합니다. 과제와 ‘공백’ 모두를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둘을 끼워 맞춰가며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양시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공백’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도자기를 성형하는 과정과 동시에 졸업 이후의 저희의 활로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예전공 판매전 풍경
도예전공 판매전 풍경

Q. 자신들이 만든 작품이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김재란) 일 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 바로 이 때에요. 오랜 기간 동안 작품을 만들다 보면 정말로 그만두고 싶은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판매전에서 제 노고를 알아주고 누군가 제 감성에 대해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다음 해에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받습니다.
(이규호) 저는 공예를 배우는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서 공예가로 활동하는 데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배움의 한 부분이 판매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예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고 고객을 대하는 법도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시훈) 누군가가 제 작품이 구매하는 것에 저는 뿌듯함을 느껴요. 애초에 공예라는 것이 사용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쓰여야 하는 것이어서 전시장에 두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판매전이 공예의 본질에 굉장히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원정) 저는 아무래도 2학년이다 보니까 경험이 부족해서 만든 것들이 다 잘 나오진 않아요. 그래서 그 중에서도 제일 맘에 들고 잘 나온 작품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이 공존해요. 시원섭섭하다고나 할까? 사실 어제 제가 제일 좋아했던 화병이 팔렸는데 계산서를 쓰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마음 속으로 ‘잘 살아~잘 지내!’를 계속 외쳤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지향점을 가진 도예 작가가 되고 싶나요?

(김재란) 제가 느끼는 도자의 안타까운 점은 오랜 기간에 걸친 성형기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값이 책정되고 아무래도 대중들이 즐기기 힘든 분야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예 분야를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 대안점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일단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규호) 저는 제 손으로 만든 도자기를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손으로 만지면서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촉감으로도 형성될 수 있는 감성이기 때문에 제 손으로 성형한 도자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습니다.
(양시훈) 저는 사실 이 길이 만만치가 않은 길인 것 같아서 아직 각오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이길은 많은 각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직 저는 각오가 부족한 것 같지만 후에 작가로서 성장하게 된다면 한정된 그릇 형태의 도자에서 벗어나 장난감, 그림 등과 같이 더 넓은 범위에서 활용하면서 도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최원정) 도자기를 만들다 보면 규격을 정해놓고 만들어도 사람마다 다 개성이 묻어나요. 이 맥락에서 공예품은 그냥 물건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만든 도자를 사는 사람은 저와 어느 정도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돼요. 이처럼 저와 생각이 잘 맞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다양한 감성에 대해 공유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홍보팀 학생기자
송미정(건축학과 1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