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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상 수상 시리즈2] 사고하는 글,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다_김현진 교수

2017.09.15.

서울대학교는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창의적인 강의로 교육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교원을 발굴하여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하고 있다. 2017학년도 1학기 수상자들을 통해 교육활동의 모범을 제시하고 대학교육의 혁신과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만나는 수상자는 영어영문학과 김현진 교수이다.

김현진 교수
김현진 교수

매 학기 학생들은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글을 쓴다. 많은 땀과 고민이 녹아있는 텍스트, 그 너머에서 ‘생각하는’ 글을 가르치는 김현진 교수를 만났다.

자신에게 책임을 지는 사람

김현진 교수의 전공은 중세영문학이지만, 학부 전공 수업에서는 주로 중세 및 르네상스 영문학을, 교양 수업에서는 기원전 700년경부터 서기 1700년경까지의 서양 문학을 가르친다. 현대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기회가 주어지면 최근 작품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스스로 연구와 교육의 비중을 51:49로 정의하지만 본의 아니게 51%가 49%를 끊임없이 침범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서 김 교수는 웃음 지었다.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둘 다 당연히 교수로서 해야 할 의무지만, 굳이 교육자로서의 자신을 견인하는 힘이 있다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과 아주 이기적인 차원에서의 절박함”이라고 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잘 아니까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김 교수는 말을 이었다. “다만 문학 공부하는 것과 세상 돌아가는 것이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읽는 훈련이 세상을 읽는 훈련이고, 세상을 읽는 시각이 바뀌면 결국 세상이 바뀌는 거니까요.”

공정하게 읽는다는 것

김 교수는 ‘공정하게 읽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학 공부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대화와 협상의 과정입니다. 텍스트의 일차적 의미와 다양한 맥락을 존중하되 우리 개개인이 독자로서 갖는 위치와 시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문학 작품을 읽는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해석 행위는 어느 정도는 폭력적일 수밖에 없고, 텍스트에서 독자에게로 의미가 투명하게 전달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독자로서 할 일은 불가피한 폭력을 최소화하는 것, 즉 텍스트를 최대한 신중하게, 살살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창의성이 들어설 자리가 생기는 거예요. 진정한 창의성이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할 때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 발휘됩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창의적이라도 날지 못하는 비행기는 비행기가 아니듯이, 아무리 논지가 독창적이라도 텍스트에 밀착되지 않은 해석은 해석이 아니다. 이는 무조건 텍스트를 존중하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텍스트의 의미는 결국 독자로부터 나온다고 것을 강조한 것이다. “문학 텍스트는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해지면, 즉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독자에게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지 못하면 바로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다만 중세문학 전공자여서 그런지 문학의 현재성이 시간적 근접성에 비례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래된 작품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새롭고 낯선 시각을 제공할 수도 있거든요.”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며

공정하게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일단 자신이 텍스트를 공정하게 읽으려고 노력한다면서, 김 교수는 말을 이었다. “인문학에서 글은 곧 사고입니다. 따라서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단순히 글재주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를 제대로 하는가 못 하는가의 문제예요. 자신이 인문학과 맞지 않는 것이 단순히 글 쓰는 기술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이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덜 틀리는 글이 꼭 더 좋은 글은 아닙니다. 맞는 말만 하면서 형편없는 글을 쓸 수도 있고 군데군데 틀린 말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글을 쓸 수 있거든요. 좋은 글은 결점이 없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결점에도 불구하고 좋은 거예요. 그래서 특히 저학년생들에게는 글 쓸 때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따로 바라는 것은 없고 이 힘든 시기에 부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은비(국어국문학과 16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