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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시간을 복원하는 탐험가

2017.11.16.

이융남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융남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아이부터 어른까지 순수한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공룡.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공룡학자, 이융남 교수를 만나 1억 년 전 시간의 흔적을 찾아가는 공룡 연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억 년 전의 시간을 발굴하는 공룡학자

공룡의 흔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화성시 공룡 알 화석산지. 갈대가 펼쳐진 탁 트인 벌판을 산책하듯 걷다 보니 1억 년 전 공룡 알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융남 교수는 익숙한 발걸음을 옮기며 암석 사이로 듬성듬성 박힌 화석을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공룡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4년, 반세기 동안 밝혀지지 않던 공룡의 수수께끼를 밝혀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65년 2.4m의 거대한 앞발이 발견된 이후 아무런 발견이 되지 않은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Deinocheirus mirificus)’가 그의 발굴을 통해 5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융남 교수는 2009년 몽골 탐사 당시 데이노케이루스를 발견한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화석을 보자마자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의 뼈다!’ 함께 탐사하던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어요. 지금 떠올려도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던 순간입니다. 세계의 모든 공룡학자의 목표였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공룡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 제게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데이노케이루스의 골격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동안 육식공룡일 것이라는 다양한 추측과는 다르게 뱃속에서 발견된 위석과 턱뼈 등을 통해 잡식성 공룡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4년 8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에 논문이 게재되었으며, ‘이 주의 주목받는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룡 연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한국인 고생물학자가 학계 최대의 미스터리를 해결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 고생물학계의 뜨거운 이슈다. 사라진 생물을 연구하기에 공룡 연구는 수많은 시간과 시도의 과정이 따른다. 특히나 새로운 화석을 찾아 연구를 이어가야 하므로 오지로 탐사를 떠나는 일이 잦다. 모래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사막을 헤매고, 발굴과 뼈를 추리기까지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긴 시간 끝에 비로소 과거의 생명체, 공룡을 만날 수 있다.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 역시 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이융남 교수는 즐겁기 때문에 연구를 놓을 수 없다며 명쾌하게 답한다. “고생물학의 매력은 자연이 숨겨놓은 미지의 보물을 찾는 일과 같습니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훨씬 이전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던, 우리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생명체를 찾는 특별한 과정인 것이지요.”

지층에 숨겨진 과거의 지구를 되살리는 일

최근 이융남 교수는 또 한번 새로운 공룡을 찾았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함께하던 중국과 일본의 공룡학자와 이뤄낸 성과다. 이들은 공룡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하나의 뜻을 품고, 발굴이나 논문 작업을 함께 하기도 하며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세 학자가 발견한 공룡은 화식조처럼 머리 위에 투구형 볏을 가진 어린 육식공룡 화석이다. 이들이 정한 학명은 ‘코리소랍토르 자콥시(Corythoraptor Jacobsi)’. 속(屬)명에 ‘투구(코리소)가 있는 약탈자’라는 뜻을, 종(種)명으로는 존경의 뜻을 담아 이들의 지도교수였던 루이스 제이콥스(Louis L. Jacobs) 박사의 성을 붙였다. “척추고생물학계에서 존경받는 분이신 제이콥스 교수님은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하신 분이며 좋은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공룡 연구의 불모지였던 한국의 학생이 고국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준 것에 대한 감사일 것이다. 특히 이융남 교수가 연구를 시작한 1980년대 우리나라는 공룡을 연구하는 척추고생물학이 태동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연구 개척자로서 겪어야 했을 수많은 난관에도 그는 꿈을 접지 않았다. “많은 공룡 뼈들이 풍화와 침식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만약 발굴하지 못한다면 이 귀중한 고대 생물은 실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존재를 모른 채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지요. 현재까지 세상 밖으로 나온 공룡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영원히 사라지기 전에 공룡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림으로써 되살려내고자 합니다.” 공룡을 포함해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과거 생명체들이 화석으로 땅에 기록되어 있다. 그는 공룡에 대한 애착은 물론이고, 지구의 과거를 연구한다는 학자로서의 자부심으로 탐구에 매진한다. “지구의 한 생명체로서 과거의 생명체를 이해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고생물 연구는 인류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일입니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38억 년 전, 공룡은 중생대 2억 3000만 년 전부터 6500만 년 전까지 생존했으며 조류로 진화했다. 지층에 숨겨진 화석을 발굴하고 의미를 찾으며, 시간을 복원해가는 이융남 교수. 정장보다는 커다란 배낭과 산악화가 어울리는 탐험가. 그는 오늘도 시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공룡을 우리 곁으로 다시금 되살려내고 있다.

이융남 교수 프로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생물학 권위자. 연세대학교 지질학 학‧석사, 미국 댈러스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척추고생물학 박사를 취득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4년 반세기 동안 공룡학계의 미스터리였던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스’의 골격을 완벽히 복원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룡의 진화사를 밝히고자 여전히 세계 곳곳을 탐사하며 새로운 화석을 발굴하고,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루이스 제이콥스 교수, 이융남 교수, 일본의 고바야시 요시쓰구 교수, 중국의 뤼준창 교수

몽골 고비사막 탐사 당시 루이스 제이콥스 교수, 이융남 교수, 일본의 고바야시 요시쓰구 교수, 중국의 뤼준창 교수의 모습이다. 루이스 제이콥스 교수의 제자였던 세 교수는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국제학회에서 ‘아시아 마피아’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공룡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하나의 뜻으로 현재까지 발굴이나 논문 작업을 함께하며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