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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연구부문 - 김재정 교수(화학생물공학부)

2020.02.11.

연구실에서 만난 김재정 교수님
연구실에서 만난 김재정 교수님

겨울이라기엔 유독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었던 지난 22일(수)의 오후, 2019 학술연구교육상의 연구부문 수상자인 김재정 교수(화학생물공학부)를 만났다. 제2공학관(302동)의 개인 연구실에서 기자를 맞이한 김 교수는 직접 커피를 건네주는 등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주도했다. 일정을 마친 이후엔 기자들에게 김 교수의 주요 연구 성과인 구리 포일(Copper Foil)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재정 교수는 2000년 제3회 젊은과학자상, 2010년 반도체의 날 기술개발유공자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이미 반도체 분야의 저명한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학술연구교육상의 연구부문 수상 역시도 반도체 배선 공정을 포함한 전기화학 분야의 발전을 이끈 김 교수의 학문적 역량에 주목한 결과다.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 기자의 질문에 김 교수는 “나는 전자가 반응에 참여하는 전기화학 반응을 연구하는 전기화학공학 전공자”라며 “전기화학 중에서도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반도체 분야와 관련한 더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재정 교수는 “노트북, 핸드폰 등의 전자기기가 점차 발전함에 따라 반도체 역시 전자를 더욱 빨리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구리 배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연구를 한다”고 답했다. 구리 배선에 적용되는 구리도금 기술은 1922년 미국에서 에디슨에 의해 개발되어 실제로 산업에 응용되는 특허가 출원되었다. 대표적으로는 핸드폰에 주로 활용되는 리튬 배터리의 전극에 구리 포일이 사용되고, 여전히 에디슨이 출원한 특허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여전히 미국의 특허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가 지금 리튬 배터리와 관련해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선 데에는 구리 포일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첨가제 적용 기술의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전자기기의 두께가 점차 얇아지는 최근의 경향에 발맞춰 구리 포일을 더욱 얇게 만드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라며 김 교수는 “LG나 삼성전자 등에서 사용하는 구리 포일은 주로 8μm인데 약 1.5m 너비의 이 얇은 구리 포일을 1km 정도로 롤러로 감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그동안 구리 포일이 찢어지면 안 되는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최첨단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김재정 교수는 실리콘관통전극(TSV)*에 적용되는 황 첨가제 기술과 관련한 연구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첨가제 기술에 황이 사용되는 이유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김 교수는 “꼭 황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개의 첨가제를 사용한다”며 “황을 쓰면 구리가 만들어질 때 좀 빨리 만들어져 황 첨가제를 가속제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황을 쓸 때는 가속의 효과, 질소를 쓸 때는 감속의 효과가 있다”면서 “감속제와 가속제의 적절한 적용을 통해 최선의 성과를 내는 것이 첨가제 연구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술교육연구상 수상 소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재정 교수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사실 대학의 역할로서 연구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교육상을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산업현장에서 일한 경험을 회상하면서 김 교수는 “상하 관계에 놓인 것이 아닌, 잘하는 연구원에만 집중하지 않고 당장에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 회사와 학교의 결정적인 차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제 관계에서의 돈독한 관계를 바탕에 두고 학생들의 학업적 역량을 키우는 인큐베이터로서의 학교의 역할에 특히 주목한 관점인 셈이다.

미래의 공학도들에 대한 조언 역시도 잊지 않았다. 김재정 교수는 공학 연구에 매진하고자 하는 학생들에 대해 “원래는 큰 비전을 가지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말이지만 버티라고 말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이에 덧붙여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으니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충분히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김 교수는 90년대 산업현장에서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주도했고, 서울대에서는 연구자로서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많은 성과를 내었다. 그 과정 모두가 보람이었다고 말하며 김 교수는 “그런 재미와 보람을 맛보면 버텨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뒤를 이은 많은 공학자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

*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존 와이어 본딩을 대체하는 기술로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단 칩과 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 칩을 적층할 때 추가 공간을 요구하지 않아 기존 와이어 본딩 대비 속도와 소비전력, 면적 면에서 큰 개선이 가능하다.

홍보팀 학생 선임기자
이경인(국어국문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