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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연구부문 - 김나영 교수(의학과)

2020.02.17.

임상의학의 현장에 계시는 김나영 교수님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만났다.
임상의학의 현장에 계시는 김나영 교수님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만났다.

헬리코박터*. 지금은 가장 유명한 세균 중 하나이지만 이 세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90년대에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많은 환자들이 궤양으로 인한 위장 출혈을 겪었으나 이의 원인과 그 대응책에 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약 30년간 연구를 진행하며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등의 질환과 헬리코박터와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약물을 사용한 제균 치료의 효과를 입증해낸 의사가 있으니, 바로 김나영 교수(의학과)이다. 위와 같은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김나영 교수가 최근 2019 학술연구교육상 연구 부문을 수상하였다. 학술연구교육상 연구 부문은 한 해 동안 창의적이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가장 탁월한 연구실적을 낸 열 명의 교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김나영 교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소화기질환을 진료하는 의사이자 서울의대 교수로서 다양한 소화기질환을 연구한 바 있다. 김 교수는 “그중 가장 역점을 둔 연구는 두 가지였다”며 우선 “위암과 소화성궤양의 원인인 헬리코박터 감염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위암 예방을 위한 헬리코박터 제균과 그 기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던 김 교수는 재발이 빈번한 십이지장궤양과 위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의 제균을 실시한 결과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위암의 전구단계인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의 발생 원인으로 헬리코박터균이 가장 중요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는 헬리코박터의 제균으로 위암 발생이 감소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김 교수가 역점을 둔 두 번째 연구는 성과 젠더 차이가 소화기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중개 연구였다. 남녀의 차이는 크게 생물학적 차이, 즉 호르몬이나 유전자에 의한 성 차이(sex)와 사회문화적 역할에 의해 형성되는 젠더 차이(gender)로 구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두 가지는 상호 연관성을 가지고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며 “남녀 차이를 고려한 대장암 예방책 구현에 초점을 맞추는 등 소화기질환에서의 중개연구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왕성한 연구 활동을 진행해오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많았다. 관련한 일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나영 교수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자리 잡기 전이 많이 힘들었다”며 “UCLA에서의 연구 기간에는 결과 중심적인 시스템에 의한 독촉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 교수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여자라는 이유로 대학병원 취직이 어려워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자아가 흩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김 교수는 “가정과 육아 및 연구를 양립하기도 어려웠다”며 “헌신적인 어머님의 도움과 기계공학 전공인 남편의 조력이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UCLA에서 방문 연구원(Research Scholar)으로 일했던 3.5년간의 연구경력을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경험으로 손꼽기도 했다. 우리나라 소화기내과 여교수 중 제일 연장자로서 전공의와 전임의를 끝내고 교수가 되기까지의 11년간의 어려움, 그리고 앞세대 교수로서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기까지의 역경을 솔직하게 풀어낸 답변이었다.

수많은 고난을 딛고 일어서 이제는 여성 과학자의 모범적인 표본으로 자리 잡은 김나영 교수의 연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위암과 대장암의 종양미세환경 연구와 성차의학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해온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자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고 나아가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조금은 반성하고 있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히며 넌지시 웃음을 던지기도 했다.

인터뷰의 말미 학술연구교육상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나영 교수는 “지금까지 함께 연구해온 연구진 모두의 노고와 가족의 헌신적인 도움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소화기질환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건강한 삶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 김 교수는 “자신의 험난한 과거가 여자 소화기내과 의사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것 같다”면서 자신의 삶과 연구의 한 증표로서의 이번 연구상 수상으로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을 여성 과학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헬리코박터: 위 점막층에 살고 있는 나선형의 세균. 만성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 악성 위점막림프종 등의 위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 위축성위염: 위의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얇아진 상태로, 만성 위염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경우 위 점막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동반될 수 있다.

홍보팀 학생기자
임진우(조선해양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