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인터뷰

[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연구부문 - 민현식 교수(국어교육학과)

2020.02.20.

그의 연구만큼 수많은 책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연구실에서 만난 민현식 교수님
그의 연구만큼 수많은 책으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연구실에서 만난 민현식 교수님

입춘이었지만 여전히 쌀쌀했던 지난 4일 오후, 사범대학(11동) 사무실에서 2019 학술연구교육상 연구 부문 수상자인 민현식 교수(국어교육과)를 만났다. 수백 권의 책들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민현식 교수의 사무실은 마치 작은 도서관을 떠올리게 했다. 민 교수는 기자에게 따뜻한 차와 다과를 내어 주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민현식 교수의 주전공 분야는 국어 문법 교육으로, 특히 문법론과 어휘론, 개화기 국어 연구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까지 원리로서의 생활 문법을 위한 문법 교육과정의 개발에 힘써 왔다는 민 교수는 “국어교육이 문맹 퇴치와 소통정신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교과임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개화기 국어를 연구하면 근현대 전환기 국어의 실상을 알 수 있는데, 조선 신분제 사회의 ‘문맹’과 그로 인한 ‘불통’이 조선이 망국이 된 원인이었다는 것이 민 교수의 지론이다. 광복 이후 배우기 쉬운 기적의 문자인 한글 교육이 잘 정착한 덕분에 우리나라가 위와 같은 문맹과 불통의 문제를 극복했다면서 민 교수는 “앞으로도 한국어의 ‘언어 활력’(language vitality)*을 잘 가꾸어나간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현식 교수는 2012년부터 3년간 국립국어원의 원장으로 국어 정책 연구를 이끌었고, 이는 이번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의 주요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민 교수는 특히 통일을 대비한 남북 언어통합 연구와 한국어의 세계화, 그리고 위키피디아형 국민 참여 웹사전 ‘우리말샘’ 사전 구축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한, 실제 어문규범과 현실 언어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포용의 관점에서 언어 현상에 접근하고자 노력하였는데, ‘자장면’과 ‘짜장면’, ‘예쁘다’와 ‘이쁘다’ 등의 단어가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게 된 데에는 바로 이러한 노력이 있었다. 민 교수는 “생각이 바르면 언어가 바르고 언어가 바르면 사회와 문화도 창의적으로 발전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국어 사용 환경 개선에 힘썼다는 말을 덧붙였다.

국어교육 연구의 의의와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현식 교수는 “언어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를 선도하며 함께 간다”고 답했다. “언어학은 불변의 언어 법칙 안에서 가변의 언어 현실을 탐구하고 진단하고 처방하는 학문이기에 그 어느 학문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실용적 학문”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민 교수는 국어교육계의 연구자로서 한글 맞춤법 등 어문 규정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재점검하고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쉽고 재밌는 한국어 교재 개발 연구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민 교수는 자신의 주전공 분야인 국어교육사와 어문규범 변천사를 정리하려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술연구교육상의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민현식 교수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으신 데도 능력이 매우 부족한 제가 과분한 상을 받아 송구하다”며 “더 공부할 일이 많은데 일모도원*을 절감한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민 교수는 “자강불식*의 정신으로 연구에 더욱 정진하여 나라와 모교의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도록 힘쓰겠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민 교수는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의 뜻은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 서울대학교의 이름을 세계로 드높여달라는 격려로 알겠다”고 덧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국이 10대 선진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고 한국어가 세계 10대 언어로 발전하기까지 민 교수는 닿는 데까지 힘쓰겠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이제부터 시작일, 민 교수가 만들어갈 한국어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 언어 활력(language vitality): 랜드리(R.Landry)와 얼라드(R. Allard)의 논문에서 제기한 개념으로 다언어사회에서 지배적 영향의 언어는 ‘인구, 정치, 경제, 문화’의 힘을 발하는 언어라는 주장이다. 한국은 전 세계 8000만 인구로 13위권이며, 정치 민주화 달성국으로 20위권이고, 10대 무역대국으로, 반만년 고유 문명을 간직해 온 나라로서 언어 활력이 높다.
*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
*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

홍보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