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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교육부문 - 최연희 교수(생명과학부)

2020.02.20.

볕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식물을 닮고 싶다는 최연희 교수님을 만났다.
볕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식물을 닮고 싶다는 최연희 교수님을 만났다.

지난 6일(목) 오후, 관악산 계곡이 내다보이는 생명과학부 건물(502동) 사무실에서 2019 학술연구교육상의 교육 부문 수상자인 최연희 교수(생명과학부)를 만났다. 평소에도 많은 학생이 편하게 찾아와 몇 시간이든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최 교수의 말처럼, 기자와의 인터뷰 또한 공식적인 질문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이어질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최연희 교수의 주된 연구 분야는 ‘식물 발생’이다. 중복수정의 진화적인 의의를 후성유전학*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최 교수의 주된 관심사다. 생물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특히 식물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말에 최 교수는 “식물은 알면 알수록 기특한 생명체”라며 눈을 반짝였다. 최 교수는 “식물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움직이지 못한다는 최대의 약점을 극복하고 이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지혜를 총동원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티를 내지 않고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는 사실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생명체”라고 식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연희 교수는 현재 생명과학부에서 ‘현대식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등의 강의를 맡아 지도하고 있는데, 위 강의들의 담당 교수로서 관련한 교육에 이바지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아 이번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로까지 선정되었다. 과거에 공부한 적이 있던 학생의 입장에서는 생물학이 암기 과목으로 느껴지기도 한다는 기자의 말에 최 교수는 “대학원에 가면 그러한 생각이 180도 달라진다”며 “생물학은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찾아 답을 추리해내는 과학 수사 같은 과목”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생물학과 식물학에 가지는 편견을 깨주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학생들은 종종 최연희 교수의 사무실에 들러 진로 고민이나 개인적인 일상 생활과 연애 고민도 털어놓고 가기도 한다. 최 교수가 오랜 기간 생명과학부 학생지도위원이자 상담전담교수로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편하게 찾아오라고 격려해온 덕분이다. 최 교수는 “언제든지 찾아와도 다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힘든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다고 느낀다면 은퇴하기 전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최 교수는 특히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에 와서 자괴감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결국 누가 더 끈질기게 노력했느냐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진로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에게 최연희 교수는 ‘정말 좋아하는 일’이 가지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실제로 최 교수는 UC 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9년 동안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비교적 긴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학생들이 나를 보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용기를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연희 교수에게 학술연구교육상의 수상 소감을 묻자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때 받은 개근상 이후 상을 받아보는 게 처음이다”라며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라며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 교수는 앞으로도 학생들과 소통하며 식물의 내면세계를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기특하게 할 일을 다 하면서도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 식물과 같이 한결같은,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조언하는 최 교수는 조용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식물학 연구와 강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식물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큰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생명과학부에 힘을 더하는 최연희 교수의 앞날을 응원해본다.

* 후성유전학: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나타나는 유전자 기능의 변화가 유전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

홍보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