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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무 총장, 경제어려워도 인재 키워야

2008.11.26.

이장무 총장[이장무 총장 연합뉴스 인터뷰]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인원을 대폭 줄이고 사업을 접고 연구ㆍ개발(R&D)을 축소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좀더 미래를 보면서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이장무 총장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제위기와 관련해 기업들에게 이같이 주문하고 정부기관과 대학에 대해서도 대학을 졸업하는 인재들이 취직이 되지 않더라도 희망을 갖고 계속 자기 능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특히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공계 분야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대폭 확대와 병역특례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서 우수한 교수를 초빙해오는 것과 교육과 연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게 해서 차별화를 통해 우수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자-- 총장직을 맡으신 지 2년 4개월여가 지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이장무 총장 -- ▲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전방위적인 국제화를 통해 세계 속에 서울대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대는 100위권 밖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꾸준하게 상승해서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종합순위가 2005년도 93위에서 금년에는 50위로 상승했습니다. SCI 논문 게재수에서도 지난 수년 간 32, 31위 이렇게 하다가 작년 기준으로 세계 24위에 올랐습니다. 프랑스 명문 에꼴 데 민이 평가한 글로벌 기업 CEO 배출 실적에서도 작년 32위에서 올해에는 16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괄목할 만한 국제적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600여 개 해외 유수 대학과의 활발한 교류 활동 등 전방위적인 국제화 노력에 밑바탕을 두고 있는데 교류 대학이 제가 취임할 당시 370여 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또한 외국 대학과의 복수학위제, 공동 원격강의, 아이비리그 수준의 국제 하계강좌, 100명의 외국인 교수 유치 계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의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학문간 학과 간의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학문 간의 벽이 너무 높아 학문간 융합이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는 올해 2월 수원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설립하여, 서로 다른 학문분야가 만나 융합연구가 이뤄지는 것이 가능해졌고, 인문ㆍ사회ㆍ예술ㆍIT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만나는 범학문 통합연구소까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한 학과에 들어가면 전과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연계해서 택할 수 있는 연계전공이 신설되었고 내년부터 학생이 자유롭게 전공을 택하고 만들 수 있는 파격적인 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됩니다.

-- 세계 10위권의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요구된다고 보십니까.

▲ 지난달 미 예일대 레빈 총장과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정상급 석학들을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등 뛰어난 외국인 학자들을 초빙해서 서울대의 촉망받는 젊은 학자들과 학생들을 교육시켜 세계적인 학자, 인재로 키워나가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글로벌 헤드헌팅'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급의 해외 석학 등 외국인 교수 100명 신규 채용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2명의 외국인 교수를 채용했으며 현재도 각 학문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교수가 금년 1학기에 초빙 석좌교수로 임명되어 4개월 간 강의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 폴 크루첸 박사도 자연과학대학 석좌교수로 초빙해 내년 1학기부터 교육과 연구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한 교수들의 승진과 정년보장 강화, 그리고 전 교수 가운데 매년 평가를 통해서 우수 연구교수 상위 10%, 우수 강의 교수 상위 10%를 시상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치열한 경쟁과 수월성에 대한 보상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를 통해 우수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게 하는 그런 제도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이뤄야 하겠습니다. 우수한 사람들이 더 우수해지도록 뒷받침하는 이런 것이 세계 정상권의 대학으로 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 올해 과학분야 노벨상에서 일본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우리는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과학분야의 노벨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 잘 아시겠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분들이 업적을 내고 바로 받은 것이 아니고 대개 20년 후에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학문 특히 과학 분야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해방 후 이뤄졌습니다. 또 지난 30-40년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지 그 전에는 연구다운 연구를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독창적인 연구를 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세계에 알려져야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서 노벨상도 받게 되는데 사실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는 최근 20년 사이에 이뤄진 것입니다.

외국인 교수들이 많이 한국에 오고 국내 대학 교수들이 외국에 나가서 연구활동을 하고 국제협력을 하고 한 것은 길어야 20-3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에는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국해서 60년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발전 산업발전을 이뤘고, 국제적인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세계 100대 대학에 국내 두 개 대학이 들어가게 되고 서울대는 50위로 올랐습니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 개교기념식에서 '노벨상 프로젝트' 발표하셨는데요.

▲ 사실 노벨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징성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학문수준에 올랐느냐 하는 의미이죠.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게 되면 이공계 학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풍토가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1년, 2년 연구, 그리고 결과를 빨리 제출해야 하고 연구결과 논문수가 많아야 하고…. 이런 식의 풍조와 학풍이 만연해있습니다.

앞으로는 노벨상에 근접해 있다고 하는 교수님들과 막 올라오고 있는 소장학자들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큰 꿈을 가지고 본질적인 연구, 장기적인 연구에 몰입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벨상을 받은 크루첸 교수도 결과적으로 자기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대학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주는 대학의 체제, 또 기초학문을 중요시하는 국가와 사회의 분위기 이런 것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힘이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학풍 그런 대학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한편으로는 그분들이 외국에 나가서 독창적인 연구업적을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해외 석학들이 서울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알 수 있도록 초빙교수로 오고 단기방문 등을 활성화하는 국제화, 연구의 국제화를 더 강화해서 그분들의 업적이 세계에 알려지고 노벨상을 받는 때가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그럴려면 과학기술분야의 국가.사회적 관심이 중요한데 이공계 기피현상부터 불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1997년도 IMF사태 이후에는 연구개발 인력들이 많이 직장을 떠나고 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공계에 그나마 많은 인력이 갔던 것은 비록 이공계가 배우는 것도 많고 힘든 과정이 있지만 졸업했을 때에 직장이 안정적이고 보수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택했는데 IMF사태로 한때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의대와 법대 그쪽이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유로운 직업과 직장을 유지할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산업이 비교적 활성화되고 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도 많이 완화된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가 생기지 않으려면 산업이 활성화되어서 이공계 졸업생들이 회사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어야 하고 첨단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나가서 창업을 해서 새로운 직장을 만들고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이공계 쪽이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하고 있듯이 이공계분야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대폭적으로 늘려줘야 된다고 봅니다.

또 한국이 굉장히 잘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이공계분야의 우수한 인력에 대해서는 병역특례를 해준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난 10여 년 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서 훌륭한 기술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급두뇌들이 많이 양산됐습니다. 이것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가 옛날에는 했지만 요즘에는 하지 못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공계 인력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조금씩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우리는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입시 시즌인데 서울대가 학생선발에서 중요시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 서울대는 학생 선발시 여러 형태의 선발방법과 기준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수시 입학에서는 고교 학생부 성적에 의한 지역균형 선발과 특기와 인성을 고려한 심층 면접도 포함된 특기자 선발을 하고 있고 정시에서는 고교 성적과 논술과 수능으로 선발합니다. 또한 우수한 학생 확보와 함께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을 배려하는 입학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매년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는 고교가 크게 증가해서 금년에는 930여 개 고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다양한 능력과 창의성과 잠재력을 지닌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대학졸업생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코리아리더스포럼의 지난주 조찬모임에서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어떻든지 우리가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위기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이때 미래에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도 많이 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역발상으로 얘기하면 앞으로 2년 간은 투자의 기회라는 겁니다.

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그리고 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업은 지금 경제위기를 이유로 인원을 대폭 감축하고 사업을 접고 R&D를 축소하고 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보다는 조금 더 미래를 보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사장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인재가 일단 1년 동안 쉰다든지 하면, 다음에는 녹이 슬어 실력발휘를 못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그래도 많이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 기관과 학교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인재들이 취직이 되지 않더라도 뭔가 그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계속 자기의 능력을 개발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1997년 서울공대 학장을 할 때 IMF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98년도 초에 공과대학에 있는 모든 강의를 개방해서 그때 실직을 했지만 유망한 분들을 1년 반 동안 교육시켰거든요. 150여 명이 와서 강의를 듣고 난 후 재기해서 나중에 태국의 철강회사 사장도 되고 했습니다만 앞으로 그런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들을 정부와 대학이 고민해야 된다고 봅니다.

--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한때는 대학을 지식공장(knowledge factory)이라고 얘기했습니다만, 요즘에는 지식을 실험하고 그것을 생산해서 전파하는 소위 지식연구실(knowledge laboratory)의 개념까지도 포함됩니다.

지난달 서울대에서 예일대, 동경대 등 세계 9개 대학총장들이 모여서 대학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역시 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지식을 창출하는 데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한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지식을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인류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복잡하고 포괄적인 지식을 개발하는 데 학문의 영역과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계적인 범위와 수준에서 지식의 구축을 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입니다.

두 번째는 대학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사람의 사고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탈렌트를 양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간에 학생, 교수 교류와 공동학위제 등을 좀더 확대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이제 대학은 학생 교육과 연구에만 관심이 있어서는 안되고 세계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인류가 당면한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문제, 예를 들어 에너지와 환경, 재난, 빈부격차, 문명의 충돌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나아갈 길입니다. 대학총장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공동의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구요.

2008. 11. 26
[연합뉴스]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