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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서울대에 온 이유

2009.02.25.

서울대는 2009년 1학기 외국인 교수 14명을 신규 임용한다. 3월부터 서울대에서 강의를 시작해 새롭게 서울대 식구가 되는 사람들. 이들은 최고가 되고자 하는 한국인의 강한 열망에 반했다거나 조선시대 ‘서당’ 스타일 교육을 직접 적용해 보겠다는 등 서울대 생활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제랄드 트루트나우 교수한국은 행복한 카오스
제랄드 트루트나우 교수 (수학과)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추계학(stochastics)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파리13대과 빌레펠트대에 재직했다.

“수학이 창의적인 활동이라는 것은 학자들의 과장이 아닙니다. 음악처럼 규칙성을 다루는 것인가 하면,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맛을 내는 프랑스 요리 같기도 하지요.” 제랄드 트루트나우(Gerald Trutnau) 교수는 실제로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수준급 피아노 연주자이고, 프랑스 요리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 지역대표 축구팀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취미생활만큼이나 다양한 가족을 꾸리고 있다. “수학을 대할 때는 독일인인 거 같은데, 취미생활을 할 때는 프랑스인에 가깝지요. 아내와 함께 하는 일상 속에선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볍게 농담을 던지는 그는 독일인 생물학자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한국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두고 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모두 모국어인 덕분에 파리13대학에서 3년 동안 불어를 가르쳤고, 이후 5년 동안 독일 빌레펠트대 연구를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를 거쳐 아내의 나라에 오게 된 그는 “한국이라는 빠르게 변화하는 카오스 세상”에서 행복하게 적응해서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린 일란 교수세계와 이렇게 소통하라
린 일란 교수 (교육학과)
하와이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국제교육학과 국제경제학을 같이 공부해서 각각 박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가르치고 싶은 것은 단 하나, ‘Global View(글로벌한 관점에서 세계를 보는 안목)’입니다. 세계와 닿을 수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제가 평생 몸으로 익힌 방법을 서울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어요.” 린 일란(Lynn Ilon) 교수는 관록이 붙은 목소리로 자신있게 말했다. 일란 교수의 전문분야는 국제 경제가 제3세계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녀는 잠비아에서 미국 정부지원이 아프리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고, 중동 요르단에서는 하바드 국제발전연구소의 연구주제 팀장을 맡는 등 십여 개국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대부분 1년 이상 체류해야 했던 과제들이다. 일란 교수는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겸허하게 다른 사회에 접근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영어가 서툰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초급영어교본처럼 또박또박 말하는 훈련을 받았고, 학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객관성을 견지하기 위해 세계 어떤 오지에 가더라도 제일 먼저 인터넷을 연결했다. 일란 교수는 “서울대는 내 평생의 연구를 집대성하고 은퇴할 장소”라며 의욕을 보였다.

엘리아스 새니다스 교수순수한 열망을 간직한 한국인에 매혹되다
엘리아스 새니다스 교수 (경제학부)
그리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렁공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조직혁신 이론, Just-In-Time 이론 등을 연구했다.

호주 월렁공대 정교수인 엘리아스 새니다스(Elias Sanidas) 교수는 까다로운 심사 끝에 얻은 정년보장 교수직을 사임하고 서울대 부교수를 선택했다. 주변에서 다들 말렸지만, 한국이 너무 좋아서 왔다는 새니다스 교수. 그는 순수한 열망을 간직한 한국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그리스인”이라 철학적으로 말하는 것을 이해해 달라면서 새니다스 교수는 한국인의 가장 깊은 저변 심리에 ‘도덕적 순수성’과 ‘수월성(excellence)’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월성에 집착한다는 것은 스스로 최고가 되려는 욕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겁니다.” 새니다스 교수는 그 욕망이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기적’을 이뤄 낸 원인일 거라고 덧붙였다. 도덕적 순수성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읽어낸 것이다. “한국인이 시위를 많이 한다는 것도 정치적 도덕성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열망이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밀란 히트매넥 교수“서당 스타일로 가르치겠습니다”
밀란 히트매넥 교수 (국사학과) 
스탠포드대에서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원에서 조선시대사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정부의 Peace Corps 프로그램을 통해 전라남도 고흥군 보건소에 파견되어 하숙방에서 ‘이심전심’으로 한국말을 익혔다.

7:1의 높은 경쟁을 뚫고 서울대 국사학과에 첫 외국인 교수로 임용된 밀란 히트매넥(Milan Hejtmanek) 박사. 그는 요즘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빛나라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휴일 한 나절을 아이들과 보내는 것에 대해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좋은 뜻을 조금이나마 실천하려는 것뿐”이라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배움에 귀천이 없다’며 저소득층 자녀에게 수업료를 받지 않고 서당을 운영하던 독특한 전통을 되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에서도 소그룹의 제자들을 성심으로 가르치는 ‘서당 스타일’ 교육으로 돈독한 사제지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저는 맹목적인 ‘유학 전도사’가 아닙니다. 조선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사상과 문화를 세계 학계에서 너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조선사 연구를 활성화하려는 것입니다.” 유교의 좋은 면만 보는 것 같다는 말에 히트매넥 교수가 정색을 하고 해명을 했다. 히트매넥 교수는 “세계 학계가 조선 역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방대하고 생생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된 서울대 규장각에도 오고 싶어 할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더글라스 그레스 교수한국을 아는 경제지리학자
더글라스 그레스 교수 (지리교육과)
미국 SUNY 버팔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동아시아 지역 경제를 연구했다. 최근 클러스터 입지에 대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가계 빚 규모가 글로벌 경제와 비교해서 ‘괜찮은 수준’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더글라스 그레스(Douglas Gress)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경제지리학’이 일반적인 경제학과 다른 이유를 한국의 가계 빚 문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 새 집과 혼수를 마련해 주는 관습이 있고 이런 관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가계 빚이 많은 세대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결혼할 때 또 한 번 큰 빚을 지게 되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화된 이론에 기대기보다는 지역 사회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제학과 다른 ‘경제지리학’의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레스 교수는 “지금의 한국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좇으려는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울대에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가르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세계철학자대회’에 감동해 서울대 지원
아흐티 피에타린넨 교수아흐티 피에타린넨 교수 (철학과 인지과학 협동과정)
헬싱키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 철학 박사학위 취득, 헬싱키대학 철학과 교수

핀란드 헬싱키대 철학과 교수였던 아흐티 피에타린넨(Ahti-Veikko Pietarinen) 박사는 지난해 서울대에서 열린 ‘세계철학자대회’에 참석하면서 처음 서울대를 방문했다. 한국 방문도 처음이었지만, “어떤 컨퍼런스보다 잘 준비된 유익한 컨퍼런스”였다면서 그 때 경험으로 주저없이 서울대행을 결정했다고 한다. “헬싱키대처럼 캠퍼스가 나눠져 있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 함께 모여 있는 것이 맘에 들었던 것”도 서울대로 오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리차드 위도우스 교수소비자학의 거장이 오다
리차드 위도우스 교수 (소비자아동학부)
퍼듀대 교수, 오하이오주립대 소비자학과 학과장, 노스캐롤라이나대 석좌교수

소비자학의 중심인 미국에서 ‘거장’으로 불리는 노스캐롤라이나대 석좌교수 리차드 위도우스(Richard Widdows) 박사가 서울대 행을 결심했다. 주로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연구를 해왔던 위도우스 교수는 IT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온라인 소비자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소통을 중시하는 학문을 하는 만큼 학생들에게도 친절해서 위도우스 박사는 퍼듀대 학생들에게 ‘천국에서 온 지도교수’로 불렸다고 한다.

<서울대사람들> 17호(2009년 봄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