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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줄 놓고 ‘나’와 놀다?

2009.05.13.

관악캠퍼스 봄 축제

2009년 봄축제 나와 놀자!

본부 앞 잔디에 고릴라가 나타났다! 난데없이 웬 고릴라? ‘고릴라리온’이라는 이 조형물은 바로 관악캠퍼스 봄 축제 <‘나’와 놀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알을 깨고 나오는 형상의 고릴라는 삭막하고 바쁜 일상에 묻혀 있던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견해 보자는 의미다. 11일부터 3일간 펼쳐진 서울대 축제의 열띤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축제 기간 중 아크로에서는 도서관에서 공부에 파묻혀 있는 학생들을 유혹이라도 하듯 하루 종일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로 누구나 무대에 오를 기회를 주는 ‘하자, 연’. 실력에 상관없이 다투어 무대에 오른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18번을 마음껏 뽐냈다. 갑자기 관객의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새내기 남학생 둘이 멋들어지게 듀엣 발라드를 뽑아낸 것이다.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 속에 노래를 마친 송진리(종교학 09) 씨와 이재익(인문계열2 09) 씨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 더욱 신나고 뜻 깊다”며 노래도 부르고 친구끼리 우정도 다질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며 활짝 웃었다.

‘하자, 연’ 코너를 담당한 축하사의 한진희(인문계열2 07) 씨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예상보다 학생들 반응이 훨씬 뜨겁다는 한 씨. “축제 첫날 비가 와서 많이 걱정했는데 축제 제목에 걸맞게 많은 학생들이 동참해 고맙다”며 “잠시 책을 덮고 도서관에서 나와 시원하게 노래 한곡 뽑고 나면 기분전환도 되고 공부도 더 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부 앞 잔디에 가득한 각종 음식 냄새는 허기진 배를 자극하며 학생들을 반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브라질, 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자기 나라의 음식을 뽐내는 ‘국제음식축제’가 한창이다. 여러 가지 색다른 음식에 입과 함께 눈도 즐겁다. 주최를 맡은 외국인학생회(SISA)는 저녁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품절된 음식들이 많아 더 이상 팔지 못한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관악캠퍼스 봄 축제우즈베키스탄 코너에 마련된 양고기 바비큐를 맛본 학생들은 양고기의 새로운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노즈마(약대 박사과정) 씨는 “평소에는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드물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 음식을 계기로 함께 먹고 즐기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어 무척 신이 난다”고 말했다.

노래 부르며 스트레스도 풀었겠다, 다양한 세계 음식으로 배도 채웠겠다, 이제 게임하며 소화를 시킬 차례다. ‘고릴라리온’ 옆에 땀을 뻘뻘 흘리며 줄넘기를 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자신의 ‘사소한 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지압판 줄넘기’ 코너다. 지압판 위에 올라가 줄넘기를 35개 이상 하면 상품권을 받는다. 상품에 눈이 먼 학생들은 발바닥의 ‘사소한(?)’ 고통은 잊은 채 너도 나도 도전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체육 시간 이후 오랜만에 하는 줄넘기인지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순홍(경제 08) 씨는 발바닥엔 불이 난 것 같은데 고작 10개 밖에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래도 교실에서 수업만 듣다가 잔디밭에 나와 운동도 했고, 땀도 뺐고, 지압으로 건강도 챙겼으니 1석 3조라며 웃으며 돌아섰다.

관악캠퍼스 봄 축제줄넘기로 한바탕 땀이 났다면 이번에는 시원한 물놀이로 땀을 식혀보자. ‘지압판 줄넘기’ 바로 옆에서는 ‘물총 배틀’이 한창이다. 비록 물총이지만 총을 받아든 학생들 눈에는 비장함이 가득하다. 드디어 시작된 물총 배틀! 처음에는 옷이 젖지 않도록 비옷까지 챙겨 입지만, 금새 ‘에라 모르겠다~’ 시원하게 벗어 던지고 총질(?)에 여념이 없다.

축제의 흥에 취해 무심코 지나쳤던 ‘고릴라리온’. 제대로 보니 여기저기 학생들의 명함이 붙어있다. 자신도 잘 모르던 ‘나’를 발견해 명함으로 표현해 보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명함에는 재기발랄한 내용이 넘쳤다. ‘수업 밤 8시까지 있을 뿐이고~ 안들어갔을 뿐이고~ 성적 망했을 뿐이고~’라는 유머넘치는 명함부터 ‘교수님, 축제기간에는 휴강 좀 해주시면 안 되나요?’라는 애원까지 다양했다.

어스름이 몰려오지만 축제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간다. 저녁 6시경 ‘따이빙 굴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무대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다. 예선을 거쳐 총 9팀이 무대에 올랐고, ‘장기하와 얼굴들’이 게스트로 초청됐다. 장기하(사회학 08년 졸업) 씨는 ‘따이빙 굴비’ 출신 가수답게 학생들과 막걸리를 함께 기울이며 무대와 관객이 한데 어우러진 공연을 선사했다.

2009. 5. 13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노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