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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신입생들, 대학공부 살아남기

2009.05.26.

서울대 신입생들 대학공부 살아남기

강의실 적응하기

광영: 대학공부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대여섯명이 모여 수업하면서 교수님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그런...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빽빽하게 모여서 수업 듣고 교수님 말씀하시는 거 받아 적었다가 외워서 시험보는 게 고등학교 때랑 똑같아요. 리포트 내는 것도 고등학교 때 수행평가 받던 거랑 비슷한 거 같구요. 전 지역균형으로 입학해서 고교 3년 내내 내신에 목숨을 걸어야 했는데 그 생활이 반복되는 느낌이에요. 여학생들과 같이 한다는 점만 다르구요ㅋ

무늬: 전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왔는데, 강의실 분위기에 좀 적응이 안 돼요. 다녔던 중고등학교에선 언제든 손만 들면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여기선 질문도 없고 발표도 없고.. 그 대신 서울대생들 필기하는 건 거의 신의 경지인 거 같아요. 교수님 하시는 말씀을 속기로 다 받아 적는 거 같아요. 대형강의 때는 아예 노트북을 가져와서 받아적기도 하더라구요. 고등학교에서는 필기할 일이 거의 없는데..

상우: 제 생각엔 학생들이 더 문제인 거 같아요. 교수님들이 토론해 보려고 해도 학생들이 너무 수줍음이 많아요. 아는 것도 잘 얘기 안 해요. 솔직히 저도 그렇구요. 제가 아는 외국인 교수님은 계속 수업 수준을 내려요. 학생들이 아는 것도 대답을 안 하니까 못 알아 들어서 말 안 하는 줄 아시구요.

무늬: 그래도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요. 한국인 교수님이라도 아주 개방적이시고, 우리도 극존칭 생략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요. 한국어로 말하려면 교수님께 깍듯이 존대해야 하니까 힘들잖아요.

정기: 저는 역사를 전공해서 평생 공부할 생각이기 때문에 시험이니 경쟁 생각 안 하고 내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역사 과목은 리포트 하나 쓸 때도 며칠밤을 새울 만큼 공을 들였어요. 다른 수업은 그냥 편한 마음으로 듣구요.

찬경: 강의자에 의존하는 공부 스타일을 탈피하는 게 정답이란 생각이 들어요. 내가 얼마나 재밌게 공부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요? 제가 음대 입시 준비할 때, 예고도 아니었고 레슨도 못받았지만 그래서 순전히 제 의지와 영감에 의존해서 작곡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회(호정): 저도 미국 교육을 받아서 서울대에 적응 못하는 1학년이었는데, 대학 공부를 즐기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라는 핵심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스스로 찾아서 공부했을 때요. 여름방학 때 강의계획서 미리 확인하고 수업교재는 물론이고 참고도서 목록에 있는 것까지 다 구해서 읽었어요. 수업 내용에는 없어도 관련 연극도 찾아서 보러 다니구요. 수업은 대형강의실에서 들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핵심교양이었지만 제 스스로 공부해서 얻은 게 많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공부였어요. 대학에선 이렇게 공부하는 거구나 싶었죠. 그렇게 적응하는데 1년이 걸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