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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전쟁 속 인기교양강좌

2009.06.09.

매일 일어나는 축제를 즐겨라!" - 고은 시인 ‘관악모둠강좌’
고은 시인금요일 오후 1시 30분. 26동 대형강의실이 2층까지 가득 찼다. 강의실에서는 고은 시인의 ‘관악모둠강좌’ 수업이 한창이다. 2007년 시작된 고은 시인의 관악모둠강좌는 매학기 수강신청전쟁을 치루는 과목 중 하나다. 정원이 200명이나 되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해 첫수업마다 수강신청원, 일명 초안지를 들고 오는 학생이 수십 명에 이른다.

수업은 자아, 관계론, 가족, 함께 살기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고은 시인은 “통일된 하나의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서 매학기 다른 주제를 다른 내용으로 이야기 한다”며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담론들이 끊임없이 명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고나면 매일매일이 축제의 시작”이라는 고은 시인. 그는 이런 축제의 기분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내 강의에서 빛을 얻든, 푸성귀를 얻든 그것은 학생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고은 시인은 학생수가 많아 모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버들골 같은 곳에 가서 막걸리 한잔 하며 교실이라는 딱딱한 공간을 벗어나곤 한다”고 말했다. 아직 수업을 듣지 못했다면 이 수업에서 ‘막걸리’와 함께 ‘빛’까지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자기만의 방법으로 ‘제대로’ 말하기 - 유정아 아나운서 ‘말하기’
‘말하기’ 수업은 말하기의 불안요소를 없애고 자신만의 말하기 방법을 찾아가는 수업이다.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수업 중 촬영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이 말하는 모습을 직접 본다는 점이다.

유정아 아나운서는 “자신의 말하기를 직접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성찰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각자 고유의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고, 선생은 그것을 꺼내주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학생들은 여러 차례의 실습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말의 미감을 찾아가는 것이다.

말하기 수업은 2004년 처음 개설되어 10학기째 계속되고 있다. 줄곧 강의를 진행해온 유정아 아나운서는 ‘말은 잘 하기’, ‘말만 잘 하기’가 아니라, 제대로 듣고 제대로 생각해 말하는 것이 소통의 전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말의 기본이 되는 사고와 성찰, 소통의 본질을 가르치고 싶어요.”

지난학기 ‘말하기’ 수업을 수강했던 김유정 (인문계열2 08) 씨는 "효과적으로 말하는 기술과 함께 말하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논리구조와 토론기법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다“며 단순한 말하기 스킬이 아닌 말하기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수업이라고 전했다.

수업에 참여하다보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게 된다. 유정아 아나운서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깨끗하고 선한 마음을 보게 되어 흐뭇하다고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면서 익숙해지고 능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 생활. 이제 내 안의 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40년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다 - 안국정 SBS부회장 ‘방송분석’
서울대에 개설된 무수한 강좌 중 '방송'을 주제로 한 수업은 안국정 SBS부회장의 ‘방송분석’이 유일하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방송공사 PD로 방송계 생활을 시작해 SBS 부회장직까지 오른 안 부회장은 40년간의 방송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데 주력한다.

다른 이론 수업과 달리 학생들은 조를 짜서 직접 1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한 편을 제작한다. 그밖에도 카메라 워킹, 편집론 등은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듣는다. 또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비평하는 시간도 빠뜨리지 않는다.

수강생들은 현업에 있는 피디들을 통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막연하기만 했던 방송제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 부회장은 “간접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과제를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먼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면서 송현주(의류 02) 씨는 시청자를 감동시키려면 먼저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김태혁(정치 04) 씨는 한 사람의 삶을 작품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만큼 어렵지만 그만큼 의미도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자연 다큐 등 다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영화 속 숨겨진 코드를 읽어라 - 이동진 영화평론가
이동진 영화평론가‘종교와 문화’ 유토피아, 구원, 고통, 꿈과 희망, 상징과 은유 등 넒은 의미에서의 종교적 테마는 영화를 비롯한 모든 창작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코드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종교와 문화’는 바로 그 접근방법을 이야기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다양한 종교적 문제들을 탐구해 보는 것이 이 강좌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종교적 인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종교의 문제가 결국 삶의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인간과 삶을 보다 깊고 넓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업은 매주 영화 한 편씩을 보고 이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지혜(인문계열2 07) 씨는 “종교라는 코드를 통해 더욱 깊이 있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촬영기법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며 유머러스한 강의 진행 덕분에 수업도 재미있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우연과 필연의 문제가 어떻게 맞물려 발생하는지, ‘박하사탕’에서 종교와 시간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한 학생들은 다음 학기 종교와 문화 수업을 노려보자. 단, '초절정' 인기 강좌이니 수강신청 때 빠른 손놀림은 필수!

2009. 6. 9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송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