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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뉴스

  • 서울대학교 홍보팀
  • 2008-12-26
  • 조회수 3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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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진경종교학과 졸업생이 잘나가는 애널리스트가 된 사연

성진경 | 종교학과 91학번

- 졸업과 동시에 IMF 맞아 선택의 여지 없어 증권사 입사
- 연구소에서 탁월한 분석을 내어놓게 되면서 인문학 전공 콤플렉스 벗어

문과대학을 졸업하고 IMF로 '뜻하지 않게' 경제 애널리스트가 되었다. 돈을 모아 유학하려는 시도가 실패하고 다른 선택이 없어 취직한 곳에서 9년째 버티며 인문학을 공부한 내공으로 탁월한 경제 분석 전망을 내어 놓고 있다.

- 잘 모르고 선택한 전공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자였던 나는 내가 믿는 종교를 공부하고 싶어서 종교학과에 진학한 순진한 신입생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종교학과는 다원론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종교를 학문으로서 분석하도록 가르치는 곳이었다. 순진한 신입생은 전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무 것도 전제하지 않은 무가치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대상을 투철하게 분석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이 때 깨달았다. 특히 은퇴하신 정진홍 교수님의 종교 현상학 수업은 뿌리 깊은 기독교적 세계관을 흔들고 종교를 새롭게 보도록 해 주었다. 나는 닫힌 기독교인이 아니라 모든 종교를 포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났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 모든 선택을 앗아간 경제 불황
졸업을 앞두고 나는 여러 장의 카드를 갖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계속 공부하는 것, 미국에서 새롭게 신학을 공부해 보는 것, 모 선배처럼 언론사에 들어가 감동을 주는 기자가 되는 것, 그리고 소설을 써 보겠다는 숨겨 논 꿈까지. 그 중 무엇을 선택하든 기본 영어 실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우선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면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곧 2007년 11월이 닥쳤고 나는 미국에서 IMF를 맞았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내 손에는 한 장의 카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졸업은 했지만 갈 데가 없었고 이미 취업해 있던 친구들도 합격이 취소되거나 입사가 연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 "1년만 돈을 모으자..." 유학을 꿈꾸던 시절
나는 친한 친구들과 학원을 차려 돈을 모으기로 했다. 딱 1년만 해서 돈을 모을 계획이었다. 각자가 이루고 싶은 꿈이 달랐다. 돈이 모이면 유학을, 여행을, 예술을... 1년이 지난 뒤 우리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강사들을 해고하고 학원을 접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아이들 학원은 보낸다는 한국적인 사정도 IMF 경제위기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내 수중에 모인 돈은 하나도 없었다.

- 시장에 던져진 후의 갈등
1년 사이 경기가 약간 호전되어 일손이 달리게 된 증권업계에서만 유일하게 신입 공채를 다시 시작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첫 번째 지원에 성공해 증권맨으로 창구에 서게 되었다. 경제적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한다는 자괴감 때문에 스스로 괴로웠고, 동시에 증권과 무관한 공부를 한 사람이라는 것에 콤플렉스를 느꼈다. 증권사라는 곳에서는 “종교학과는 뭐 하는 곳 이에요?” 같은 우문(愚問)으로 내 전공이 희화화되고 있었다.

- 탁월한 경제 분석으로 갈등을 극복
인문학 전공자라는 콤플렉스를 해소한 것은 그로부터 1년 쯤 뒤 같은 회사 경제연구소로 옮기면서부터였다.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서 분석하고 경제시장에 대한 예측 보고서를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나는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서 상대 졸업생들 못지 않은, 때로 그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 시장이란 이론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수학적 분석에 따르는 것도 아니어서, 종교학과에서 배운 논리력과 직관적 사고가 상황 판단에 큰 도움이 되었다. 모든 신입들은 일을 처음부터 배워야하고, 상경계열 졸업자들이 경제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고 시작하는 것이 실무에 거의 차이를 주지 않는다는 것도 이 때 깨달았다.

- 인문학 전공자라는 콤플렉스를 벗어라
인문학 전공자들이 소위 ‘시장’에 나와 기업에 취직했을 때 전공 선택에 대한 후회와 콤플렉스에 빠져드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다른 전공에 대한 선택권이 많았던 서울대 졸업생들일수록 더 그렇기도 하다. 선배로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내 보고서에 대한 평가가 나올 때 마다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매번 냉철한 평가를 받는다) 논리성 부분에서 항상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 때마다 종교 현상학을 가르쳐 주신 정진홍 교수님 얼굴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얼마 전 모두가 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을 예측할 때 약간의 주가반등을 예상해 낸 보고서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보고서를 위해 자료를 보는 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던 단어는 '경제의 현상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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