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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학번 신입생들이 맛본 3월의 캠퍼스

2009.03.19.

학생들 사진

설레는 가슴을 안고 대학 문을 들어선 새내기들. 캠퍼스에 찾아드는 봄기운보다 더 활기차고 더 신나게 첫학기를 보내고 있는 새내기들을 만나봤다.

서울대에서 치열하게 살아보겠다는 쌍둥이 형제

박석희 경영학과, 박권희 자유전공학부"제가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축하받지 못한 첫번째 학생이 아닐까요?" 서울대에 합격하고도 축하받지 못하고, 또 축하한다는 말도 제대로 못했던 형제가 있다. 올해 나란히 서울대에 합격한 쌍둥이 박권희, 석희 형제가 바로 그들. 2008년도 입시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신 권희, 석희 형제는 올해 심기일전으로 다시 도전하여 각각 자유전공학부 인문계열과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동생 석희씨는 “사실 말이 재수지 4수나 다름 없다”며 지난해 수시 지역균형과 정시, 올해 수시 모두 1차에는 합격하고 최종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형제 모두 합격했지만, 형 권희씨만 수시전형에 합격했을 당시 집 분위기는 초상집이나 다름없었다. 마냥 기뻐하지도, 속시원하게 축하하지도 못했던 형제. 하지만 '쌍둥이의 힘'은 여기서 빛을 발했다. 권희씨가 정시 지원 전략과 함께 논술과 구술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모으는 등 적극적으로 석희씨를 지원한 것이다.

권희씨는 재수하던 시절 먼저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이 여자친구나 학점 고민하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생활 2주만에 대학이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회나 동아리 모임, 아르바이트에 적지 않은 과제까지 하다보면 생각만큼 자유시간이 많지 않았다. 석희씨 역시 공강시간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아는 얼굴들이 보여 ‘다 똑같구나’ 싶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서울대의 첫인상은 한겨울의 삭막하기만 한 캠퍼스였다. 어느새 봄기운이 깃들면서 학교는 형제에게 더 친근해졌다. 더욱이 남중·남고를 나온 탓에 여자 동기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캠퍼스가 더 활기차게 느껴진다. 기숙사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묻자 느닷없이 ‘옷’ 전쟁 이야기를 꺼낸다. 중·고등학교 시절 쭉 교복만 입어 옷이 많지 않은 데다, 아직 세탁하는 습관이 베지 않아 빨래가 쌓이는 탓이다. 하지만 둘이라서 외롭지 않고 힘이 된다면서, 쌍둥이 형제는 지금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각오로 '치열하게' 공부하고 노력하면서 다양한 대학생활을 즐기겠다며 서로의 주먹을 맞부딪쳤다.

신공학관 소문, 허풍이 아니었다

유은지 기계항공공학부2009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입학한 유은지씨. 물리에 관심이 많았던 은지씨는 순수학문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궁금해 기계항공공학부에 지원했다. 아직 실험을 1번 밖에 안해봤지만 기대만큼 대학교 실험실 장비가 좋지 않아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구경도 못했던 다양한 기구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어 실험 시간이 즐거워요.”

입학 전 은지씨는 자주 공대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게시판에서 인문대 부근에 비가 올 때 신공학관에는 우박이 떨어진다거나 3월에도 신공학관 부근에 쌓인 눈은 녹지 않는다는 등의 글을 보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학 후 얼마되지 않아 허풍이라고 여겼던 신공학관의 자연현상이 실제 벌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험난한 자연환경만큼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신공학관의 거리도 맨발로 체험했다.

개강 직후 인문대에서 교양수업이 끝난 어느날, 제출해야 할 서류가 있어 친구들과 떼를 지어 걷기 시작했다. 39동에 있는 공대 행정실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에 시작한 걸음이었다. 그런데 행정실에서 301동 과사무실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고, 친구 하나가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계속 걸어가자”고 해서 무작정 301동까지 걸었다. 3월초라지만 겨울바람 못지않은 칼바람을 맞으며 관악산 정상을 향해 그렇게 오들오들 떨면서 도착한 301동 앞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은지씨는 첫학기 16학점을 신청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영어가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 듣는 수업 중 교양영어가 가장 재밌다고 한다. 20명 정도가 한 반인데, 몇 개의 조로 나뉘어 조별토론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면서 쉴새없이 논의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전공 과목에서도 빨리 조별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해서 밤샘작업을 하고 싶다며 은지씨는 열의에 넘쳐 있었다.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은지씨는 선배와 동기들을 보면서 서울대에 대한 의외의 면을 발견했다. 뭐든지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서툰 구석도 보였고, 허물없이 서로 어울리며 신나게 잘 노는 모습도 봤다. 사실 은지씨는 ‘반드시 서울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서울대 합격을 확인했을 때도 “나도 서울대에 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서울대의 ‘보통사람’ 유은지. 은지씨는 아무 제재없이 중앙도서관에 들어갈 때 ‘아, 내가 서울대에 왔구나’ 느껴져 뿌듯하다고 한다.

대학 4년 독기 품고 헤쳐나갈 것!

오한길 기악과첼로를 처음 손에 잡은 것은 중학교 1학년 가을이었다. 첼로의 깊고 웅장한 느낌이 너무 좋아 배우기 시작했다. 그저 첼로가 좋아 켰던 것인데, 중학교 3학년 미래를 첼로에 걸어보고 싶어졌다. 대부분의 기악 전공자들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시작해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늦었지만 과감하게 결심했다. 그 후 오현길씨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연습뿐이었다. 더욱이 예고에 가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수 없었다.

지난한 노력으로 인천예고에 합격했지만, 더 큰 고비가 현길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업차 해외로 출장을 간 아버지가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장 가정형편이 힘들어졌고, 늦게 시작한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수없이 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해주는 어머니를 보면서 다시 이를 악물었다. 매일 아침 5시부터 새벽 1시에 잠들 때까지 연습에 매진했다. “레슨비 때문에 더 이상 정시 준비를 못하게 될 상황이었어요.” 현길씨는 서울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기회균형 선발제를 통해 서울대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2주간 겪은 대학생활에 현길씨는 험난한 통학길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인천에서부터 첼로를 메고 만원지하철에 시달리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서는 만원버스 안에서 떠밀리다 강의실에 도착하면 기진맥진해진다고 한다. 서있기도 힘든 지하철 안에서 악기가 구둣발에 차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케이스에 흠집이 많이 생겼다고 안타까운 눈길로 첼로케이스를 쓰다듬었다.

현길씨는 아직 중학교 시절 구입한 첼로를 쓰고 있다. 입시 실기 시험 때에는 비싸고 좋은 악기를 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평소 쓰던 첼로로 시험을 치렀다. “당연히 좋은 첼로에 욕심이 나죠. 하지만 악기의 소리에 의존하지 않고 제 실력을 키워 그만큼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합니다.”

친구들에게 뒤떨어지지 않을 것. 또 어느 한 순간도 실력이 정체되지 않을 것. 첫학기를 비롯해 대학 4년간 현길씨의 목표는 얼핏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쉽지 않을 이 목표와 음대 교수라는 꿈을 위해 현길씨는 독해지고 싶고 독해져야 한다며 해맑게 웃었다. 독해지면 더 강한 집념과 집중력이 생길 거란 생각 때문이다. 인터뷰가 끝난 저녁 7시반, “10시까지 2시간은 더 연습할 수 있겠다”며 현길씨는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습을 즐기는 현길씨의 마음이야말로 바로 그만의 독기가 아닐까....

2009. 3. 19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