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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인에게 - 시인 고은

2009.06.18.

관악인에게 시인 고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그대들을 관악인이라 부르지?
관악의 하루 관악을 한번이라도 바라보나?
봐라.
하루 한번 이상 봐라.

관악은 어떤 산줄기도 마다하고 저 혼자 터를 잡은 산이다. 저 혼자 날개쭉지 펼쳐, 이제 막 날개쳐, 옛 표현 빌리면 9만리 창천을 날으려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관악을 자존심의 산이라 부른다.

그대들을 관악인이라 부르지?
관악의 한철 한번 이상 이 숨찬 험로 걸어들어가 봐라.
학부 4년이다.
적어도 네 번에서 여덟 번은 올라가 봐라. 내려와 봐라.
괜히 쳐다본 적도 없이 올라가 본 적도 없이 관악인이라는 이름만 몸에 붙이지 말거라.

아까, 내가 자존심의 산이라 말했지? 뭐냐. 관악의 자존심으로부터 그대들의 자존심을 낳거라. 한 인간에게 자존심은 생존의 불가결한 품위니라.
이것은 그대들이 아무 대학인이라는 허울이 아니다.
행여나 아무 대학인이라는 허울의 우월감이란 다른 곳에서의 열등감과 다르지 않단다.
자존심과 공연히 만연되기 쉬운 우월감은 그 뜻이 같을 수 없다.

관악인들 그대들만의 게토로 살지 말거라.
세상에의 헌신 없이, 시대에의 기여 없이는, 관악 기슭의 고귀한 기억들은 결코 명예로울 수 없다.

그대들을 관악인이라 부르지?
허나 다른 사람들 무슨 인 무슨 인 무슨 출신들과 어깨 겯고 친밀하거라.
부디 그대들만 뽐내지 말거라.
세상은 소외보다 친교가 삶의 본령이란다.

부디 관악의 봄날과 가을의 이 숭고한 대기 속에 있다가 온 세상 난 바다로 나아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