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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주년 개교기념식

2014.10.13.

존경하는 서울대학교 가족 여러분,

오늘은 우리 서울대학교가 이 땅의 유구한 학문창달의 역사를 계승하여 국립 종합대학교로 문을 연지 6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서울대학교는 온 국민의 희원을 바탕으로 쉼 없이 달려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재양성과 지식창조를 위한 대학 본연의 이념을 정립하고, 국가 발전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과 열정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서울대학교는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하였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지나친 경쟁이 인간의 선한 의지를 침식하고 있으며,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역동성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이 점점 약화되어 감에 따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대신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국민의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68년을 돌아보면 서울대학교는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왔습니다. 지금은 서울대학교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인간에 대해 던졌던 세 가지 물음이 지금 다시 필요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희망해야하는가?」 지금 이 시간 서울대학교는 인간이성, 실천, 판단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남이 설정한 쟁점과 문제의식을 뒤쫓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고, 이제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쟁점과 의제(agenda)를 설정하여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더불어 대학 본연의 임무인 지식창조와 인재양성, 지성적 실천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서울대학교에 부여된 시대적 소명입니다.

서울대학교는 국립대학법인 체제로 전환하였지만, 아직도 이에 걸맞는 새로운 정체성과 학교의 장기 발전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확립하지 못했습니다. 법인체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governance)가 확고히 정립되지 못함으로써 대학 구성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대학 행정과 경영 시스템의 전환이 미흡한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것은 서울대학교가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창의적 의제를 발굴하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결과를 도출하는 학문의 중심으로서 서울대학교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서울대학교에 부여된 또 다른 시대적 소명인 ‘선(善)한 인재’ 양성에도 우리의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제는 지성과 함께 공공성으로 무장된 선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참된 인재 양성은 서울대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와 대학, 그리고 공교육 기관이 국가의 참된 인재상을 공유하며 미래 세대가 필요로 하는 기본 역량을 연계적으로 계발시켜주는 교육 시스템을 운영해야 효과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 인재 양성의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우리 대학이 학생 선발과 교육에서 보다 개방적 자세로 사회와 협력하며 각 분야의 선한 인재를 배출한다면, 서울대학교는 국민의 가슴 속에 자리 잡는, 국민과 함께 하는 대학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 구워낸 도자기는 결코 빛이 바래는 일이 없습니다. 교직원, 학생, 동문 등 서울대학교 가족 모두가 뜨거운 감동을 일으킬 수 있는 대학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미래는 우리 앞에 열려있습니다. 찬란한 미래를 창조하고 개척할 소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담당부서/총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