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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후기 학위수여식 식사

2018.09.03.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졸업생 여러분께 서울대학교 교직원을 대표해서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열정적으로 학업 지도에 힘써주신 교수님들, 헌신적으로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직원 여러분,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서울대학교 발전에 기여해 오신 동문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우리 졸업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랑과 정성을 베풀어주신 부모님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배움에 정진해온 졸업생 여러분!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입니다. 가정, 학교, 사회는 모두 배움의 터전이고,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은 무한히 확장되어갑니다. 자신에 대한 앎의 노력은 사회와 세계, 그리고 우주에 대한 탐구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배움의 과정에서 대학교육은 유달리 특별합니다. 다양한 학문영역을 탐구함으로써 얻어지는 개인과 사회, 자연과 우주의 거대한 질서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학교육에서 모든 앎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데 필요한 ‘궁극적인 질문들’에 대하여 대학에서의 배움을 통해 이해하고 체득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배움터이었던 서울대학교는 인류의 지적 자산을 전수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학문공동체입니다. 학문공동체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영원한 질문들’을 탐구하고, 열린 자세와 깨어있는 성숙함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객관화하고 시야를 넓히고자 단련하는 학문공동체는 상호 존중의 정신과 신뢰가 살아있는 ‘위대한 공동체’의 토대입니다. 여러분은 서울대학교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식을 탐구함과 동시에, 학문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전인적 인간으로 성숙해왔습니다.

미래를 개척해야 할 졸업생 여러분!

이제 졸업생 여러분 각자는 대학에서 습득한 자신의 전문 지식과 역량을 발휘하여 사회 각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현대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할 책무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복잡하게 얽힌 이익 갈등, 그리고 통제하기 어려운 급격한 변화에 의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응하여 사회적 성찰의 다양한 실천과 제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증폭되는 불확실성과 다변화되는 갈등의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성적 합의 도출의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현실 속에서 공동선을 인식하고 실현하려는 노력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 사회는 극단화의 경향에 의해 사회통합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명분상으로 공동선을 내세우고 통합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배제와 서열화의 경향이 여전히 지배적입니다. 개인과 사회를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견과 가치의 다원성을 인정하고 때로는 관용할 줄 알며, 납득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통합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근거를 제시하는 토의와 서로를 존중하는 설득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들이 합리적으로 중재될 수 있다는 믿음이 항상 견지되어야 합니다. 양자택일보다는 상호보완의 논리로 갈등을 이해하고, 흑백의 이분법을 넘어서 절충을 모색할 때, 비로소 사회통합과 난제해소가 가능하며 우리 사회는 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을 기다리는 대학 밖의 사회는 많은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현실 사회 속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사유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야 합니다. 이제 대학에서 사회로 나서는 지성인 여러분은 전문 분야의 지식과 정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내적 성찰로써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성숙한 개인은 자신의 내면에 공론장을 만들어갑니다. ‘마음속 공론장’은 자기성찰이 이루어지는 대화의 장으로서 도덕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나아가 자신과 상상의 타자 간에 대화가 펼쳐지는 포럼입니다. ‘마음속 공론장’에서 길러지는 ‘이해 능력’은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고, 남의 탓과 허물을 찾기 전에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자아를 통해 반성하며, ‘상상력’을 키워 부분보다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한 자기발전을 추구해갈 졸업생 여러분!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산에서 내려와 행한 첫 번째 연설에서 낙타에서 사자로, 이어서 아이로 거듭나는 자기극복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역설합니다. 순종적인 낙타와 같이 삶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진 진지한 정신의 소유자는 이내 고독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환멸과 투쟁을 통해 자신의 힘과 주체성을 획득하여 사자로 변신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강한 인간은 ‘새로운 시작과 즐거운 긍정’으로 상징되는 순수한 ‘아이’의 정신으로 거듭나는 사람입니다.

모쪼록 졸업생 여러분은 서울대학교에서의 배움의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반추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서울대학교를 통해 겪은 배움은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배움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승화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배움을 즐기고, 인간의 위대함을 실천하는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더욱 성숙하고 거듭나길 당부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또한 여러분의 새로운 탄생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8월 29일
서울대학교총장 직무대리 교육부총장 박 찬 욱

담당부서/총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