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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주년 개교기념식 식사

2018.10.19.

2018. 10. 12.(금)

존경하는 전임 총장님, 이사장님, 총동창회장님, 내외 귀빈여러분, 서울대학교 가족과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성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오늘 서울대학교는 개교 72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견인하고 세계무대에서 국가를 빛낸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하였습니다. 올해 개교기념일을 맞아 세계 30위권 대학으로 성장한 서울대학교의 미래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간의 대학의 역사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1946년 현대적 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염원 아래 서울대학교는 1개 대학원과 9개의 단과대학을 통합하여 국립종합대학교로 출범하였습니다. 학문의 기반이 척박했던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성과 학문의 수호자로서 소임을 다해왔습니다. 1975년에는 관악캠퍼스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고 명실상부한 종합캠퍼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만년 웅비의 대학 터전이 되기를 기대했던 관악캠퍼스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 40여 년이 흘렀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국가와 사회의 진로를 밝히고 겨레의 대학을 넘어 세계의 대학이 되겠다는 소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서울대학교가 기득권을 지키려 애쓰고, 우월주의와 특권의식을 내세우며, 지성의 모범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도 없지 않습니다.

더욱이 차기 총장 선출절차가 완결되지 못해 총장궐위 사태에 처한 지금 깊은 반성과 성찰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과도기에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 저는 여느 때와는 다른 무거운 마음으로 개교기념일을 맞았습니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한 나라의 상태를 알려면 그 나라의 감옥 안에 어떤 사람이 들어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고, 한 나라의 미래를 알려면 그 나라의 학교에서 어떤 교육이 실시되고 있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나라는 그 나라가 보유한 대학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으며 대학은 국가의 뿌리입니다.

서울대학교가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국가의 동량이 될 인재를 지속적으로 길러내려면 우리 모두가 교육자로서 진정한 사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국 북송(北宋) 시대의 유학자인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經師易求 人師難得(경사이구 인사난득)이라고 하며 참스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서를 가르치는 스승은 구하기 쉬워도 인생의 스승을 얻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지식을 배워 가르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지만, 사람을 기르는 스승으로서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人師의 길은 각고면려를 요구합니다.

서울대학교는 앞으로 두서너 달 안에 제27대 총장이 취임하고 저는 총장공백기를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30년 가까이 서울대 교수로서 살아오며 바라왔던 몇 가지 소망으로써 기념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소망은 서울대학교의 혁신입니다. 하버드나 예일, 그리고 옥스브리지 대학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든, 싱가포르의 난양공대나 스위스의 로잔연방공대와 같이 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세계 최상위 권에 드는 대학이든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하는 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대학혁신’입니다.

세계의 대학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혁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구태의연한 관행과 현상유지의 사고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혁신 없이는 대학이 국가와 사회를 이끌고 발전시키는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습니다. 대학도, 기업도, 국가도 부단한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두 번째는 남북한 평화의 정착 그리고 통일과 관련된 소망입니다. 지구상에 냉전체제가 유일하게 남아 지난 60여 년 동안 분단과 대결로 점철되고 전쟁 위기까지 치달았던 남북한 관계에 새로운 변화와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가 구현되고, 남북한이 다시 민족통합을 이루어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서울대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대학교는 다양한 남북한 교류 및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할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시작함으로써 남북한 간 신뢰를 증진하고 지속가능한 협력모델을 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머지않아 선출될 새 총장께 바라는 소망이 있습니다. 학문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되고, 균형적인 사고, 합리적인 대화와 민주적인 토론이 충만한 대학을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지성의 기본 바탕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며 성찰 없는 지성은 존경받지 못합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지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힘겨운 내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이러한 일들을 지혜롭게 극복해 주기를 당부 드립니다.

지난 70여 년 간 서울대인은 산업화를 이끈 역군이었고,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민주화에 헌신한 애국자였습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빛나는 기여를 해 주신 동문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 통일평화 시대의 소명에 부응하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무를 완수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서울대학교의 혁신에 앞장서고 또한 참여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0월 12일
총장직무대리 교육부총장 박 찬 욱

담당부서/총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