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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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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연구팀, 스트레스가 의사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 연구

2017.08.03.

다이어트 중 스트레스가 많은 날 체중계에 올라가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또 성적이 떨어진 고3 수험생이 독서실보다는 PC방에 가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 연구팀은 예일의대 신경과학과 이대열 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리는 의사결정 과정을 실험심리학 패러다임과 전산모델링을 통하여 연구하여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의식하건 못하건 사람들은 매일 매일 의사결정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때 작용하는 행동원리는 크게 두 가지로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위하여 이로운 선택을 하는 목적 지향적 원리와 또 하나는 여태껏 보강된 행동을 다시 선택하는 습관적 원리이다. 이 두 원리가 서로 경쟁하며 우리의 의사결정에 기여하게 되고 이러한 의사 결정들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적응과 부적응 혹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되기에 매우 중요한 심리적 기능으로 여겨진다.

의사결정에서 선택이나 대상들의 이로움과 해로움은 계속 변하기 마련이기에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뇌는 변화하는 환경의 보상 속성들을 신속히 학습하고 (일명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 이에 기반 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삶의 상황과 유사하게 변화하는 보상의 맥락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연구팀은 56명의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게만 스트레스 상황을 연출한 후 두 집단의 의사결정 게임 수행을 비교 분석하였다. 스트레스 상황은 낯선 사람이 찍는 동영상 카메라 앞에서 차가운 얼음물에 손을 담근 채 3분 간 참게 연출한 것인데, 이는 차가운 자극으로 인한 물리적 스트레스와 함께 사회적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심리적 부담을 함께 가하는 대표적 스트레스 처치이다. 한편 의사결정 게임은 주어진 옵션들에 대한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 혹은 보상이 즉각적으로 제시되는 게임으로, 200여 회의 행동-결과 세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제시되었다. 이후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의사결정 양상을 추적하여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참가자가 당장의 행동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좌우되지 않고 게임 자체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하여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목적 지향적 원리에 의해서 의사결정을 하는지 아니면 당장의 행동 결과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즉각적인 혹은 습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분석하였다.

연구에서 관찰된 첫 번째 결과는 스트레스 처치 조건의 참여자들에게서 의사결정이 단지 보상에 따라 결정되는 습관적 원리의 경향성이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성을 좀 더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의사결정의 결과가 부정적인 경우에만 이 경향성이 관찰되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즉 행동의 결과들이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습관적 원리 사용의 경향 혹은 충동적인 의사 결정을 크게 유발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는 변화하는 보상 맥락을 학습하는 것을 느리게 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스트레스는 습관 행동을 촉진하며 중독 재발의 주요한 위험 요소로 확인되었으나, 아직 이러한 현상의 행동과학적 기전을 파악하는 연구는 부족하였다. 이번 연구는 의사결정에 있어, 일상적인 문제에서부터 스트레스 관련 병리적 문제까지 기여하는, 스트레스가 의사결정 행동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의 행동학적 기전을 세부적으로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

연구자들은 “스트레스가 습관적인 행동을 초래하고 중독 재발의 위험 요인이라고는 알려져 왔으나 이제까지 그에 대한 행동적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스트레스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기전을 밝힘으로 중독, 강박증 등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의사결정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는“이러한 원리는 교육 및 행동 교정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의의가 더 크다. 스트레스가 많은 수험생들에게 비현실적인 성취 목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할 경우, 부정적인 실패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적으로 필요한 목적 지향적인 행동보다는 충동적이거나 중독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학부모와 교사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험 결과에 실망한 수험생들을 격려해 주고 결과를 건설적으로 해석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수험생을 보다 목적 지향적인 행동으로 이끌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제1연구자인 박혜연 박사는 보편화된 다이어트의 실패율을 낮추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였다.“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이어트 중인 사람의 경우 스트레스가 많은 날 체중계에 오르면 체중이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면 아예 고칼로리 음식을 폭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난 직후 보다는 마음이 편안할 때 체중을 측정하는 것이 다이어트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은 7월 19일(수) 국제 과학 학술지 플로스원 (PLoS ONE)에 실렸으며 후속 연구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사 결정할 때 세부적인 과정들과 상관있는 뇌의 변화를 살펴본 fMRI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현재 그 결과를 집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