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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회 전기 학위수여식」식사

2022.02.25.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이 보여준 노력과 분투에 박수를 보냅니다. 졸업식장에서 직접 여러분을 만나지 못하고 비대면 졸업식을 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그동안 졸업식을 거행해 왔던 체육관에 와서 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바로 이곳에서 여러분을 떠나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은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입니다. 지금 그 시간들을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어떤 분들은 가득한 성취감에 만족스러울 수 있고, 또 다른 분들은 ‘좀 더 열심히 할 걸’하며 아쉬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오늘 하루만큼은 모두들 자기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졸업식은 여러분의 성취를 칭찬하며 마무리하는 자리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졸업은 학생과 학교가 함께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는 학부모님의 헌신과 관심이 늘 함께 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자녀분들을 두셨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업을 이끌어 주시고 뒤에서 받쳐주신 교직원 여러분, 언제나 모교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시는 동문 여러분 모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코로나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우리를 괴롭히겠지요.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은 코로나만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앞날에 큰 숙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좀 더 가깝게는 신냉전을 예감케 하는 국제정세의 변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 심각한 난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또한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진영대립과 거기에 올라타고 있는 정치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회구성원들의 반목과 분열은 가중될 것입니다. 이밖에 사회, 경제면에서 우리가 목도(目睹)하고 있는 상황도 낙관과 희망 섞인 관측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이제 막 발을 내디뎌야하는 세상은 그저 장밋빛이라고만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졸업생 여러분! 인류의 역사에도 개인의 인생에도 어려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아니 어려움이 있어야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나 인생은 난관과 난제들을 뚫고 헤쳐 나간 과정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어려움을 대처하는 데 세 가지 유형이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첫째는 닥쳐온 난관에 놀라고 두려워하다 굴복하는 경우입니다. 역사에서 이런 문명과 사회는 소멸했고, 개인사에서도 이러한 삶은 당당한 삶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는 난관을 견디다 결국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경우입니다.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견뎌낸 것은 평가할 만합니다만,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셋째는 처음 겪는 난관과 난제 속에서 ‘돌파와 비약’의 길을 찾아내는 경우입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어려움은 몹시 가혹한 것이지만, 거기에는 묘하게도 평상시였다면 우리가 발견해낼 수 없었을, 혹은 발견했더라도 좀처럼 실천할 수 없었을 ‘돌파와 비약’의 길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역사와 인생의 갈림길은 바로 이 어려움과 위기를 돌파하고, 생각도 못하던 단계로 뛰어오르는 실마리를 잡아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부디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난관을 회피하지도 말고, 그것이 함께 가져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어 여러분의 것으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고대학에 입학하여 어려운 학업을 수행하느라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많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잠시 숨을 돌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이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물론 여러분의 출중한 능력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일까요? 오늘 여러분이 누리는 이 영광은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선후배, 선생님, 나아가 물심양면으로 서울대를 지원하는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서울대인에게 보내는 관심과 기대가 남다르다는 건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것은 앞서 얘기한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도정(道程)에서, 여러분들이 지도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간절한 당부이기도 합니다.

한 사회에 아무리 뛰어난 인재가 많다하더라도 그 인재들이 ‘공공심(公共心)’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과거에 비한다면 우리 사회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훨씬 높은 수준의 인재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이런 엘리트들을 충분히 신뢰하며 성원하고 있을까요? 유감스럽지만 오히려 과거보다 냉랭한 시선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아무리 ‘대중의 시대’라고 해도 각계의 전문가와 지식인이 담당해야할 몫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런데도 더 수준이 높아진 인재들에게 국민들이 흔쾌히 신뢰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들이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공공심’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 문제는 여러분보다 기성세대의 지식인들이 깊이 반성해야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이 ‘공공심’은 관악(冠岳)을 나서는 여러분의 몫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역할이 무엇일지 깊이 성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대통령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합니다. 여러분도 그동안 서울대에 내렸던 닻을 풀고 돛을 높이 올려 새롭게 출범(出帆)하십시오. 서울대는 언제나 여러분에게 ‘마음의 닻’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바람을 가득 품은 돛처럼, 가슴 가득 꿈과 희망을 안고 전진해나가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졸업을 마음속으로부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2월 25일 서울대학교 총장 오 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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