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 연구팀

바이러스 점핑유전자에 의한 인류 진화 기전 규명

2021.02.15.

- 동물 DNA에 새겨진 바이러스 유전자가 유인원 진화를 이끌다 -

인간 유전체의 40% 이상은 고대 바이러스 유전자의 흔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 바이러스 유전자 중 인간 유전체 속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유전자들을 ‘점핑유전자’(jumping gene) 혹은 ‘트랜스포존’으로 부른다. 점핑유전자는 유전체 내에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만들기 때문에 암이나, 유전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고, 뚜렷한 기능이 알려지지 않아 유전체의 기생충으로 여겨졌다.

L1은 현재 가장 활발한 점핑유전자이며, 인간 유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 L1에 의한 돌연변이가 인간에게 해로울 수도 있지만,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L1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인간에게 진화적인 이점도 제공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진은 L1이 어떻게 유인원 유전체 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되었는지를 규명하였다. 또한 인간, 침팬지, 고릴라의 공통 조상에서 생성된 L1 돌연변이를 발견하고, 이 돌연변이가 유인원 진화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혔다.

본 연구진은 L1의 돌연변이 때문에 L1 전령RNA의 메틸화 변형이 유도됨을 분자적 수준에서 확인하였다. 나아가 L1 RNA 메틸화 변형이 L1의 복제와 점핑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임을 밝혔으며, 이런 현상은 유인원에서만 특이적으로 보존되어 있음을 입증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점핑유전자의 성공적인 생존 전략을 최초로 규명하였으며, 이 사건이 인류가 유인원의 선조로부터 진화하는 중요한 분기점이었음을 제시한다. 본 연구는 그동안 유전체의 기생충으로만 여겨졌던 인간 유전체 내의 바이러스 점핑유전자들이 인간 진화를 이끄는 동력임을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연구자 지원 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연구결과]

L1 retrotransposons exploit RNA m6A modification as an evolutionary driving force

Sung-Yeon Hwang, Hyunchul Jung, Seyoung Mun, Sungwon Lee, Kiwon Park, S. Chan Baek, Hyungseok C. Moon, Hyewon Kim, Baekgyu Kim, Yongkuk Choi, Young-Hyun Go, Wanxiangfu Tang, Jongsu Choi, Jung Kyoon Choi, Hyuk-Jin Cha, Hye Yoon Park, Ping Liang, V. Narry Kim, Kyudong Han and KwangseogAhn

(Nature Communications, http://www.nature.com/ncomms. DOI:10.1038/s41467-021-21197-1)

점핑유전자 L1의 복제 및 증식은 인간 유전체의 보존 측면에서 위협이 된다. 따라서 진화과정 중 인간 세포는 L1의 활성화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기전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L1은 여전히 유전체 내에서 전파가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 유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이번 연구는 L1 점핑 유전자가 어떻게 세포 내 억제를 피해 생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RNA 메틸화 변형 기작 측면으로 설명한다. 나아가 인간 및 영장류의 L1 계통을 비교 분석하여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L1 돌연변이를 규명하였고, 이 돌연변이가 RNA 메틸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염기서열 모티프임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L1 점핑유전자가 인간유전체에 성공적으로 기생하면서 인간 진화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함을 제시하였다.

[용어설명]

1. 점핑유전자(Jumping gene)
  • 트랜스포존(transposon) 이라고도 불리며, 유전체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DNA 서열을 말한다. 아주 오래 전 외부 바이러스가 생물체의 유전체에 침투해 그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진화의 원동력이면서도 제어되지 못할 때 질환 원인이 될 수 있다.
2. L1 (Long Interspersed nuclear element-1)
  • 인간의 점핑유전자 중 유일하게 스스로 복제 가능한 유전자다. 인간 유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진화과정 중 활발하게 증식해왔다.
3. 전령RNA (mRNA)
  • 전령RNA는 DNA에 보관된 유전 정보를 단백질로 전달해주는 매개체로, 모든 생명 활동에 핵심인 물질이다. 전령RNA는 염기서열로 암호화되어 있는 유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4. RNA 메틸화(m6A RNA modification)
  • RNA 아데닌 염기에 메틸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RNA 메틸화는 전령 RNA의 분해, 번역, 이동 등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닌다.

[그림설명]

인간 유전체 속 점핑 유전자의 기생 전략
인간 유전체 속 점핑 유전자의 기생 전략

점핑유전자 L1은 1,200만 년 전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겨났고, 이로 인한 L1의 증식은 현생 인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본 연구팀은 L1의 돌연변이를 분석하여 L1이 RNA 메틸화 (m6A)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진화함을 규명하였다. RNA 메틸화는 L1의 단백질 생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임을 본 연구를 통해 밝혔고, 이를 통해 돌연변이 L1이 현생 인류까지 성공적으로 증식할 수 있던 이유와 유인원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되어 진화한 기전을 새롭게 규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