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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연구성과

생명과학부 이일하 교수 연구팀

겨울저온 인지 기작의 발견

2023.02.13.

- 세계적 대가의 가설을 뒤집어 -

[연구필요성]

구소련 과학자 라이센코는 밀, 보리 겨울종을 이용하여 겨울저온에 의해 꽃이 피는 현상인 춘화처리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춘화처리의 분자 기작인 후성유전학은 21세기에 들어서서야 생물학의 주요 관심사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본 연구실에서는 춘화처리의 후성유전학적 현상을 연구하던 중 식물이 겨울저온을 인지하는 분자 기작을 밝히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인 비암호 유전자 COOLAIR의 발현이 춘화처리에 의해 유도되는 분자 기작을 명쾌히 밝히게 되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그동안 춘화처리 개화 유도 분야에서 춘화처리는 저온 반응과는 다른 식물의 생리적 반응이라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실의 실험 결과 춘화처리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는 비암호 RNA, COOLAIR의 발현은 저온 신호전달체계의 master regulator인 CBF라는 전사조절단백질에 의해 유도됨을 밝혔다. 이는 춘화처리에 대한 기왕의 일반적 상식과 달리 저온 반응과 춘화처리 반응이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음을 보인 결과라 학계에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놀랍게도 이 분야의 세계적 과학자 Caroline Dean 교수의 오랜 가설 중 하나인 춘화처리에 COOLAIR가 작동하는 모델이 잘못된 가설임을 밝혔고, 지난 십여년간 이 연구실에서 발표된 무수히 많은 Cell, Nature, Science 논문들이 사실상 연구데이터의 인위적 선택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본 연구의 결과 식물이 겨울저온을 인지하는 방식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 결과를 이용하면 밀, 보리, 배추, 당근, 사탕수수 등 춘화처리 반응을 보이는 작물들의 생산성 증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본문]

식물이 겨울저온을 인지하는 기작을 이해하기 위해 춘화처리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는 유전자 VIN3 (VERNALIZATION INSENSITIVE3), COOLAIR, COLDAIR, COLDWRAP이 발현되는 분자 기작을 연구하였다.

이 중 단백질 암호화 VIN3 유전자의 발현에는 생물시계가 관여함을 이미 발표하였다. 생물시계가 겨울기간 날짜를 카운팅하는 수단으로 작용함을 밝힌 것이다.

COOLAIR, COLDAIR, COLDWRAP은 비암호 RNA 유전자인데, 이 중 춘화처리의 분자 기작에 관여하는 것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COOLAIR의 발현을 유도하는 기작을 본 연구에서 밝혀내었다.

COOLAIR promoter 부위에는 CRT/DRE라는 cis-element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다. 이 cis-element에는 저온 시그널의 master regulator인 CBF (CRT/DRE Binding Factor) 전사조절 단백질이 결합하여 저온 기간에 비례하여 COOLAIR의 전사를 증가시킨다.

CBF는 기왕의 연구 결과의 예측-CBF의 발현이 24시간 이후 뚝 떨어지므로 장기 저온에서는 CBF 발현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장기간의 저온(겨울 저온)이 가해지면 다시 발현양이 점차로 증가하는 특성을 가진다.

CBF에 의한 COOLAIR의 발현 증가는 저온 2주 이후 다시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CBF 단백질이 춘화처리에 의한 유전자 후성유전학적 비활성화에 의해 COOLAIR promoter에서 떨어져 나오기 때문임을 확인하였다.

COOLAIR는 2009년 영국 John Innes Center의 Caroline Dean 교수에 의해 발견된 이후 C. Dean 교수에 의해 꾸준히 연구되어 춘화처리의 후성유전학적 기작에 대단히 중요한 key regulator로 작용한다고 발표되었으며, 두가지 관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끌게 되었다. 첫째는 비암호 RNA 유전자가 생물의 발달 과정에 직접 참여함을 밝히면서 식물에서의 훌륭한 모범사례로 교과서적인 발견으로 각광을 받았다. 둘째는 비암호 RNA 유전자가 후성유전학의 대표적인 분자 PRC2 (Polycomb Repressive Complex2)의 기능을 어떻게 돕는지를 밝힌 역시 교과서적인 발견으로 주목받았다.

C. Dean 교수는 이러한 연구내용을 지난 십여 년간 30여 편의 Cell, Nature, Science 혹은 자매지에 발표해 왔으며 이 업적으로 영국의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되는 Royal Medal과 식물 분야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Wolf Prize를 2020년 수상하였다. (뒷쪽 참고)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COOLAIR를 완전히 제거한 식물에서도 정상적인 춘화처리 반응이 나타남을 보임으로서 COOLAIR가 춘화처리에 관여하지 않음을 명쾌하게 입증하였다. 말하자면 Dean 교수의 지난 십여 년간의 연구 업적이 잘못된 가설과 잘못된 연구데이터 해석에 기인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이는 가히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일대 사건이라 할만하다.

본 연구실의 입장에서는 식물이 겨울 저온을 인지하는 방식을 두 번째 발견한 것이라는 의의가 있다. 첫 번째는 생물시계를 이용한 겨울 기간의 날 수 카운팅 기작(Plant Cell, 2022년 발표)이고, 두 번째는 usual suspect라 할 수 있는 저온 신호전달의 master regualtor인 CBF 전사조절 단백질의 작용 기작(eLife, 2023년 발표).이다.

[연구결과]

Vernalization-triggered expression of the antisense transcript COOLAIR is mediated by CBF genes

Myeongjune Jeon, Goowon Jeong, Yupeng Yang, Xiao Luo, Daesong Jeong, Jinseul Kyung, Youbong Hyun, Yuehui He, and Ilha Lee

식물은 긴 겨울 저온을 거치면 다음 해 쉽게 꽃을 피우게 되는 춘화처리 현상을 보인다. 모델식물인 애기장대 겨울종은 가을에 발아하여 긴 겨울 저온 기간에는 꽃을 피우지 않게 개화가 억제되고 다음 해 봄에 적절한 환경 조건 하에서 꽃을 피우게 된다.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유전자가 FLC (FLOWERING LOCUS C)라는 유전자로서 가을 기간에 개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겨울 저온을 거치게 되면 FLC 유전자는 후성유전학적으로 비활성화되어 다음 해 봄에는 꽃을 피울 수 있게 만든다. 이러한 춘화처리 과정에 여러 유전자들의 발현이 춘화처리 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게 된다. 이 연구에서는 FLC 유전자 상의 antisense RNA 유전자, COOLAIR의 발현이 어떻게 유도되는지 그 기작을 밝혔다. 이를 유도하는 유전자는 usual suspect라 할, 저온 신호전달의 master regulator인 CBF가 작동함을 보였다. 그러나 COOLAIR의 발현은 2주가 지나면 다시 감소하는데 이것은 CBF 단백질이 COOLAIR promoter에서 후성유전학적 비활성화에 의해 떨어져 나오기 때문임을 보였다. 또한 놀랍게도 COOLAIR는 춘화처리에 의해 발현이 유도되기는 하지만 개화유도를 촉진하는 춘화처리 반응에는 관여하지 않음을 보였다. 즉 CBF 유전자들을 모두 제거해도, 심지어 COOLAIR promoter 부위를 제거하여 COOLAIR 생산이 안되는 돌연변이체를 만들어도 개화유도를 촉진하는 춘화처리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것을 보였다.

[용어설명]

춘화처리
  • 밀, 보리 겨울종은 겨울 저온을 거쳐야 다음 해 봄에 꽃을 피우고 곡식을 생산할 수 있다. 이와같이 겨울 저온을 거쳐야 다음 해에 적당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는 생리적 현상을 춘화처리라 한다.
비암호 RNA 유전자
  •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일반적인 유전자와 달리 RNA를 생산하는 유전자, 마이크로 RNA, small RNA, ribosomal RNA와 같은 RNA 생산 유전를 말한다.
CBF (CRT/DRE binding factor)
  • 저온 신호 반을을 일으키는 전사조절 단백질로 저온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겐 매우 유명한 단백질이다.
Antisense RNA
  • DNA 이중 나선 가닥 중 단백질 정보를 담고 있는 가닥과 상보적인 가닥을 antisense 가닥이라 하며 이 가닥 방향으로 생산되는 RNA를 antisense RNA라 한다.
후성유전학
  • DNA 염기서열이 아닌, DNA 혹은 DNA가 감고 있는 히스톤 단백질의 화학적 변형에 의해 유전자 발현이 다르게 나난 결과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후성유전학적 현상이라 한다.

[그림설명]

aaaaaaaaaaaaa

CBF의 발형은 저온 처리후 24시간 이내에 급격히 사라진다. 그러나 이후 춘화처리 기간에 비례하여 서서히 다시 증가한다. 반면 COOLAIR의 발현은 춘화처리 초기 2주까지 발현이 증가하고 이후에는 발현이 급격히 줄어든다. 춘화처리 초기에는 FLC 유전자의 3’-end에 있는 COOLAIR promoter의 DRE cis-element에 CBF 단백질이 붙어 COOLAIR의 전사가 유도된다. 그러나 춘화처리 후기에는 FLC 유전자가 전체적으로 후성유전학적 비활성화 되어 COOLAIR의 발현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