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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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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부 정용근 교수, 간암 조절하는 유전자 발견

2010.10.07.

생명과학부 정용근 교수가 간암세포주에서 암세포 죽음을 조절하는 AK2 유전자를 발견해 간암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하였다.

정용근 교수는 1985년 석사 과정 시절부터 수많은 유전자로부터 특정 기능을 지닌 유전자를 골라내는 ‘클로닝’(cloning) 연구를 해 왔다. 유전자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던 시절이다. 1993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수 과정을 밟게 된 그는 연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그가 참여한 위안쥔잉 박사(Dr. Junying Yuan) 팀이 세포죽음에 ‘캐스페이즈’(caspase)란 유전자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 정 교수는 생명체의 죽음도 유전자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그는 이때부터 세포죽음, 특히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는 데 온 힘을 쏟기 시작했다.

왜 그는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에 주목했을까? “10년 전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아내 친구의 수술과 항암치료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어요. 암이 건네는 죽음의 공포와 항암치료 과정의 고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죠. 아내 친구는 다행히 죽을 고비는 넘겼지만, 저에게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간절히 부탁했어요.” 이후로 그는 암세포 죽음에만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암세포만을 죽일 수 있는 ‘꿈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연구는 쉽지 않았다. 2003년 1차 완료된 인간 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의 성과로 유전체 관점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살펴보는 것(유전자 스크리닝)이 가능해졌으나, 약 3만개에 이르는 유전자를 일일이 살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전자 1개를 구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들었다. 발현 가능한 유전자 1개를 구비하는 데만도 50만원 정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4~2005년 당시 미국 등 선진국은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뒤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유전체 수준에서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미국처럼 할 수 없었던 우리는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어요. 병이 일어나는 이유는 유전자 기능이 손실되거나, 반대로 유전자 기능이 과대해진 경우인데 우린 후자에 주목했죠. 암세포 죽음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다양한 단백질 결합 방법과 유전자 발현 방법으로 찾기 시작한 거죠.”

2007년 봄, 정 교수팀은 지루한 유전자 스크리닝 과정을 반복한 끝에 ‘그 유전자’를 찾았다. 상당수의 인간 간암조직과 세포주에서 ‘AK2 유전자’가 손상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AK2 유전자는 암세포와 같이 비정상적인 세포를 찾아 제거하는 기능을 하는데, AK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되면 암세포가 증식하게 된다. 이는 AK2 유전자 기능이 회복되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죽일 수 있단 뜻이다. 실제로 정 교수팀은 AK2 유전자 기능이 손상된 간암세포주에 AK2 유전자 기능을 복구했을 때, 간암세포가 항암제에 의해 효과적으로 죽는 것을 발견했다.(그림 2 참조) “세포모델 연구를 지나 동물(형질전환 쥐) 모델을 이용해, AK2 유전자의 기능 회복이 암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결정적 증거를 계속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 성과를 학회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궁극적으로 치료제 개발의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통과해야 하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의 얼굴엔 ‘암 정복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란 믿음이 엿보였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40~50대의 간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각각 17.8명, 46.9명으로 폐암보다 2배 이상 많고, 생존율은 18.9%에 불과하다.

2009년 7월 1일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