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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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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과 이호영교수, 찌아찌아어 한글교과서 만들어

2010.10.12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 공식문자로 한글 채택

인도네시아 부톤섬 바우바우시에 사는 소수민족 찌아찌아족(族) 학생들은 자기네 말을 한글로 배운다.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은 주당 4시간씩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배우고 있고, 고등학생들도 8시간씩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한글로 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만든 이가 이호영(46)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6일"찌아찌아족 초등학교 4학년 학생 50명이 한글로 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면서"내년엔 더 많은 학년에서 한글 교과서로 배우게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외대 전태현 교수(말레이·인도네시아통번역학과)의 소개로 찌아찌아족을 만나게 됐다. 전 교수는 3년 전 국제학술대회차 바우바우시를 방문했다가 한류 덕분에 한국 마니아가 된 현지 시장에게서 좋은 인상을 받고, 지난해 한글 보급 지역을 찾는 훈민정음학회에 바우바우시를 적극 추천했다.

학회는 먼저 바우바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학회로부터 책임을 맡은 이 교수는"정부의 견제가 가장 우려됐고 그 다음으로는 해당 민족의 교육열과 한글에 대한 관심이 문제가 됐다"면서"지방정부와 MOU를 맺고 공식적으로 진행해야만 한글 보급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MOU 안에는 한글로 된 교과서를 만들어 제공하고, 현지 교사들을 한국에 데려와 한국어 연수를 시키는 내용 등이 담겼다. MOU가 체결된 후 이 교수는 현지 언어를 분석해 문자체계를 만드는 일에 착수했다. 또 바우바우시 고위 교육관료와 교장, 교사 등을 초청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찌아찌아족 교사 2명이 한국으로 연수를 받으러 왔다. 그중 한 명은 한국의 강추위와 음식, 문화 등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 반 만에 돌아갔다. 끝까지 남은 한 명이 아비딘 선생이다. 그는 6개월간 남아 한국어를 배우는 한편 이 교수와 함께 교과서를 제작했다. 이 교수는 아비딘씨와 함께 내년 여름까지 찌아찌아어 교과서 2권을 쓸 계획도 가지고 있다.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전파한 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 교수는 예전에 알타이 프로젝트 학술진흥재단 지원으로 중국 흑룡강 유역의 소수민족인 오로첸족에게 한글을 전파하려 했지만 동북공정 등으로 인한 중국 정부의 곱지 않은 눈길 때문에 도중하차한 적이 있다. 또 태국 치앙마이 라오족 언어를 조사했던 이 교수의 은사 이현복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도 비공식적으로 한글교육을 했고, 미국 뉴욕주립대 음성과학과 김석연 교수 역시 네팔 오지에 한글 보급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이 교수는"비공식적이거나 개인적으로 가면 실패하기 마련"이라며"체계적인 교과서가 없었던 것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한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장된 국력과 한류의 인기 덕분에 한글 보급 사업이 예전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현지에서 한국의 인기와 한글·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의가 의외로 높았으며, 한글을 통해 한국과의 교류가 활성화할 것이란 희망을 찌아찌아족들이 가지고 있어서 초기 접근이 쉬웠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이제 행정적 절차가 마련됐으니 그들의 일상생활에 한글이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원해 가야 한다"며"여력이 생기면 다른 민족, 더 나아가 한 나라의 국어를 한글로 채택하는 경우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9. 8. 18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