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의과대학 의학과 생화학교실 서정선 교수팀, 새 폐암 유전자 발견

2012.02.08.

서정선 교수

젊은 나이에 폐암에 걸린 한 의사의 간절한 요청과 학술적 열정이 새로운 폐암 유발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교수팀은 지난 12월 22일 “폐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며 “이 사실을 유전자 분야 국제학술지 ‘genome’(IF: 1.662) 연구’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폐암 유전자’를 찾아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폐암에 걸린 젊은 의사의 애절한 요청으로 시작됐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에 의사로 근무하는 K모(34)씨는 지난해 우연히 폐암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폐암은 발견 당시 이미 간과 뼈에 전이(轉移)돼 있었다. 암 병기 1~4기 중 4기였다.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담배를 한 번도 피우지 않았는데다, 폐암에 걸리기에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이다. 폐암은 주로 60세 이상 흡연자에서 발생한다. 폐암의 종류도 여성들이 주로 걸리는 ‘폐 선암(腺癌)’이었다. 이는 전체 폐암의 40%를 차지하며 비(非)흡연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마침 그의 대학 선배가 서울대 유전체의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유전자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특이한 유전자 변이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폐암 발생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K씨의 폐암 조직에서 정상 폐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RET 암 유전자’가 기존의 ‘KIF5B’라는 유전자와 융합돼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RET 융합 유전자’가 김씨에게 폐 선암을 일으킨 것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동일한 형태의 폐암을 보인 두 명의 여성 환자에게서도 같은 유전자 변이 현상을 확인했다. 새로운 ‘폐암 유전자’가 입증된 순간이다. 지금까지 폐암 유발 유전자 변이로는 알크(ALK)·EGFR 등이 있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강진형 교수도 이번 연구에 공동 참여했다. 강 교수는 “폐암 유발 유전자를 찾아냈으니 치료에도 희망이 보인다”며 “앞으로 K씨와 같은 폐 선암에 ‘RET 융합유전자’를 억제할 것으로 예상하는 항암제를 투여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RET 융합유전자’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에 발견된 알크(ALK)유전자가 일으키는 폐 선암은 전체 환자의 약 4%인 반면, ‘RET 유전자’ 관련 환자는 그보다 많은 6%로 파악된다. ‘알크 유전자 신약(新藥)’은 다국적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해 현재 임상시험 중인데, 시판 시 의약품 시장 규모는 50억달러(한화 약 5조8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런 약물을 쓰기 위해서는 폐암 환자가 어떤 유전자 변이를 가졌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폐 선암 환자가 유전자 진단을 받게 되는데, 그 진단 기술에 한 사람당 수백 달러가 쓰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폐암은 매년 161만명에서 발생하며, 그 중 138만명이 사망한다. 통상 특정 유전자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데는 2~3년 걸린다.

서정선 교수는 “이번 발견의 의미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효과적으로 찾아내 그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암 치료를 적용하는 새로운 의료 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폐암 말기에도 희망을 놓지 않은 한 젊은 의사의 열정과 노력이 폐암 치료의 획기적 전기(轉機)를 마련할 것인지 의료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