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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작가 배명훈 동문

2012.09.10.

국제정치학에서 얻은 SF 문학의 영감
SF 소설작가 배명훈 동문 (외교학과 97)

배명훈 동문은 무기나 우주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외모였다. 부스스한 머리 밑에 얹힌 동그란 금테 안경 너머의 두 눈은 소처럼 순박했다. 짧게 돋은 수염과 헐렁한 옷차림 때문에 배동문은 꽤나 소탈해 보였다. 하지만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논하는 동문의 어조에서는 날카로운 통찰이 느껴졌다. 천상 사회과학도였다.

남들보다 큰 세계를 떠올리는 사람

SF 소설작가로 활동 중 인 배명훈 동문(외교학과 97학번) 배동문이 외교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순전히 보다 넓은 가능성 때문이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의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외교학과로 진학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배명훈 동문은 한때 학자의 꿈을 꾸었다. 학부 졸업 직후 외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는 1차 세계대전을 공부했다. 동문은 전쟁사를 공부하며, 전쟁사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인간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익혔다. 국제정치학을 배우며 쌓아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은, 후에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의 소설 쓰기에 도움을 준 것은 비단 대학원에서의 세계대전 공부만이 아니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전 지구를 무대로 하는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동문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이 또한 배동문이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SF 소설을 쓰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지구인 정체성으로 보면 한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여요. 모두가 지구에서 사는 지구인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제 SF 소설에서 한국 이름을 사용해요. 어차피 지구인인데, 이름이 한국식이면 어떻고 외국식이면 어떻겠어요.”

글로 세계를 설계하다

배동문은 우연히 2004년에 주위의 권유로 제출한 습작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공부를 하며 취미로 글을 쓸 생각을 하던 그는 이를 계기로 소설가의 길에 매진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다. 2005년에는 과학기술 창작문예에 <Smart D>가 당선되었다. 뒤이어 2010년에는 <안녕, 인공존재!>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가 SF로 데뷔를 했잖아요. 그러면 (SF 장르의 특성 상)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해요. 국제정치학을 배우며 쌓은 세계관과 교양은 제 작품 속에 SF 장르에 걸맞는 독특한 세계를 설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좋은 작가로서의 꿈

같은 과 선후배인 이주영 학생(외교학과 09학번)과 배명훈 동문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으며 소위 주류 문단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한 그의 꿈은 무엇일까.

“글을 포함한 예술은, 사회를 바로바로 바꾸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의 생각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고 싶을 때 유용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은 학자보다 더 빨리 사회와 시대를 포착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걸 잘 하고 싶어요.”

뒤이어 작가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니, “당장 등단하는 것만 목표로 하다가는, 등단하더라도 이후에 지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내지 못하면 독자로부터 외면당해요. 그래서 꾸준히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작가가 되는 걸 목표로 해야 해요. 그게 제가 되고자 하는 ‘좋은 작가’이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배동문은 이러한 소신을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10년 <타워>, 2011년 <신의 궤도>에 이어, 올해 그는 신작 장편소설 <은닉>을 발표했다. ‘좋은 작가’를 향한 배명훈 동문의 로켓은 순항 중이다.

취재: 홍보팀 학생기자 조은애(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