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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2016.08.29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는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는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8월 29일(월) 열린 서울대학교 제70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김인권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의 축사 전문입니다.)

여러분들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몇 해 전 어려운 경쟁력으로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셨습니다. 그 후 피나는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졸업의 영예를 맞이하였습니다.

저도 1975년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졸업하자마자 5년의 전공의 수련기간을 거쳤으며 그 후 3년의 공중보건의 복무를 하여 졸업의 기쁨을 느낀 것은 정작 졸업 후 8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즉, 학업이나 수련기간이나 군대와 같이 해야만 하는 기간이 끝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막상 의무적 과정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자신만의 의사로 진로를 정해야 하는 더 어려운 선택의 앞에 놓이게 됩니다. 그 선택을 위해 제가 선배로서, 사회의 경험자로 몇가지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너무 좋은 직장을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수직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여러분들의 존재감을 나타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또 조금의 실수도 포용하지 않고 서로 상대방의 단점을 부각하여 여러분들이 여간 강심장이 아니면 그 사회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또 살아남는다고 하여도 여러분의 감성은 아주 무뎌지고 말 것입니다.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에게는 손숙오라는 유능한 재상이 있었습니다. 장왕은 손숙오의 도움으로 나라를 잘 다스렸고 또 춘추시대의 패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손숙오가 병에 걸려 죽게 되자 손숙오의 병상에 찾아가 슬퍼하며 그 아들인 손안을 잘 돌봐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손숙오가 죽자 왕은 손안을 불러 높은 벼슬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손안은 아버지의 유언이라며 높은 벼슬을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이에 왕은 손안에게 넓은 땅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토지마저 아버지의 유언이라며 사양을 했습니다. 그 후 손안은 가진 재산이 없이 무척 고생을 하였습니다. 이 소문을 들은 왕은 다시 손안을 불러 무엇이든지 원하는 바를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손안은 침구라는 땅을 달라고 합니다. 왕과 신하들은 침구는 토질이 좋지 않아 아무도 원치 않는 땅이니 더 좋은 곳을 주겠다고 합니다. 손안은 아버지께서 유언으로 벼슬과 토지를 사양하되 계속 왕이 권하면 토질이 가장 좋지 않은 침구를 달라고 하라고 하였다는 말을 전합니다. 세월이 흘러서 왕이 바뀌고 신하들은 서로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투고, 심지어 모략하여 죽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토질이 좋지 않은 침구땅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손씨들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김인권 원장 소개 영상

둘째, 여러분들이 어떤 직장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일할 뿐 아니라 즐겁게 일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주위가 즐거워지고 활력이 넘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에“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화평케 하는 자는 영어로 peacemaker입니다. 즉, 여러분들이 주위의 peacemaker가 되시기 바랍니다. peacemaker가 되려면 주위의 짐을 들어줘야 하고, 주위의 말을 경청해야 하며, 주위의 사람들을 비판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노래를 잘 못합니다. 그러나 찬송을 부를 때는 큰 소리로 힘차게 부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그 노래 가사에 저 자신이 감동하며 또다시 찬송을 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습니다. 또 모든 능력에 뛰어난 하나님이 들으시기에는 사람이 노래를 잘하고 못하는데 큰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오로지 열심히 부르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일을 얼마나 세련되게 잘하는 것보다 우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여러분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얻게 되며, 열심히 일하는 것에 여러분들의 상사가 더 감동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각자가 유일한 존재이고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여러분들이 속한 사회나 조직에서 언제나 인정받고 잘 나가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잘 안 풀리고 때로는 실망하고 좌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다 독특한 능력이 있으며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을 수 없는 유일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 때, 여러분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라는 성경말씀이 위안이 됩니다. 또 “여러분이 당한 시험은 모든 사람들이 다 당하는 시험입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므로 여러분이 감당할 수 없는 시험당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여러분이 시험을 당할 때에 피할 길을 마련해 주셔서 감당할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우리에게 용기와 회복의 희망을 줍니다.

직장을 선택하게 될 때 또는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될 때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여러분들의 결정에 후회가 없고 설령 후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원망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첫 직장을 여수의 신풍리에 있는 한센병 환자와 소아마비 장애자들을 주로 치료하는 병원으로 정했습니다. 이곳은 제게 아무 지연과 혈연이 없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던 의사들 역시 저와 아무 학연도 없었습니다. 다만 이곳의 일이 제 마음에 들고 이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후 큰 동요없이 34년간을 봉직하게 된 제일 큰 힘은 이 선택을 내 자신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습니다. 정년을 맞이했고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해 달라고 부탁을 듣게 될 때 제가 바른 선택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작은 조직에 들어와 즐겁게 일을 했고 열심히 일을 했으며 그 결과 주위사람들이 이 사람이 이 조직에 아직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제 졸업을 합니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보면 이제 인생의 첫걸음을 내 딛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부디 앞길을 잘 선택하시어 먼 훗날 인생을 마무리를 하게 될 때, 이 순간이 여러분의 행로에 후회가 없는 선택이 됐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택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6년 8월 29일
여수애양병원 명예원장 김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