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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나눔의 세 박자 '도움, 소통, 공감'

2016.02.11.

상대방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를 돕는 것은 ‘나눔’의 기본이다. 하지만 단순히 남을 돕기만 하면 다 ‘나눔’인 것은 아니다. 진정한 나눔은 서로 대화하고 공감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도움, 소통, 공감의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진정한 나눔’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으론 어떤 것이 있을까? 진짜배기 나눔이라면 서로 소통하고 마음으로 함께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하고, 그 시작은 바로 언어의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손말사랑’은 2016년, 27주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중앙동아리다. ‘손말’, 즉 수어를 다 함께 배우고 이를 나눈다. 흔히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고 한다. ‘손말사랑’ 동아리원들은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의 언어와 그 안에 담긴 문화를 익힌다. 일주일에 한 번, 동아리실에 모여 간단한 수어 표현들을 배우고, 지역의 수화통역센터에서 열리는 수화 교실에 참석하면서 실력을 늘려나가기도 한다. 물론 농인들과 필담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고방식의 기저에 깔린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의 진심은 보지 못하고 겉만 훑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관악의 수많은 봉사 동아리들은 각자 지향하고 내세우는 바가 뚜렷한 편이다. 그중 ‘손말사랑’이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봉사활동을 단순하게 여기지 않고 농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마음 깊숙한 곳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26년간 300명이 훌쩍 넘는 선배들로부터 이어지는 ‘진정한 나눔’의 가치는 지금까지 한결같다.

2015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됨으로써 ‘수화’는 하나의 독립된 언어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농인들은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일상생활 곳곳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불통(不通)’에 있다. 봉사를 단지 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상대방과 소통하거나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조 정 빈 언어학과 14학번
수화 봉사동아리 ‘손말사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