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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연구부문 - 유상열 교수(농생명공학부)

2020.03.02.

‘한 우물만 판’ 식품미생물학 연구로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유상열 교수님
‘한 우물만 판’ 식품미생물학 연구로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유상열 교수님

유상열 교수(농생명공학부)는 매사추세츠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취득할 때부터 ‘식중독균 제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일관된 연구를 해왔다. 평생을 ‘한 우물만 판’ 과학자인 것이다. 2019년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 수상자인 유상열 교수를 지난 2월 12일(수) 농업생명과학대학 개인 연구실에서 만났다. 학술연구교육상의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유 교수는 “정해진 짧은 기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해 연구 주기가 정말 짧은 한국의 과학 환경에서 평생 한 분야를 연구해 왔다”면서 “꾸준한 연구에 대한 성과를 인정 받은 수상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 교수는 “이러한 결과를 내기 위해 항상 함께 노력해 준 대학원생들에게 큰 감사를 표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연구 분야를 설명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유상열 교수는 “인류는 100여년 전 항생제의 발명으로 인간에게 유해한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균의 등장’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고 운을 뗐다. 균들은 유전체의 크기가 작아 변이가 무척 쉬우며, 항생제에 대항해 생존하기 위해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여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국내에 식품 안전 개념이 거의 없었던 실정이었던 1980년대부터 식품 안전 분야에서도 유해균을 막기 위한 항생제 외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통찰을 얻었다”며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을 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대안을 찾기 위한 연구에 정진했다”고 밝혔다.

항생제를 사용하여 유해균의 생존을 가로막는다면, 필연적으로 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의 탄생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즉 유해균들이 인간에게 병을 유발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서이지, 질병을 유발하는 것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점에 주목하여, 유상열 교수는 “항생제에 맞서 적응과 진화를 거듭하는 항생제 내성균들을 죽이기 위해 더 강력한 항생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아니라 병을 유발하는 특성, 즉 병원성을 감소시키는 것에 주력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바로 그것이 ‘유해균 제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상열 교수는 식품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균인 식중독균을 제어하기 위해 두가지 분야의 연구를 해왔다. 한 가지는 병원성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키는 연구이다. 다른 한 가지는 이번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의 큰 이유가 된 박테리오 파지를 이용하는 연구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식물과 동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오직 세균만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유 교수는 “특정 세균이 박테리오 파지에 감염되면, 파지는 세균 내에서 증식하며 세균의 세포벽을 분해하는 엔도라이신이라는 효소도 만들게 된다”며, 따라서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박테리오 파지를 유해균들만 감염시키도록 표적할 수 있다면, 장내 유익균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고 유해균들만 선택적으로 제거가 가능하므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유 교수 연구실은 파지가 특정 균주를 표적하는 방법과 엔도라이신의 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자는 생명과학 분야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유상열 교수에게 조언을 요청하였다. 유 교수는 “20년 넘게 식중독균 제어에 관련한 한 분야만 연구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구에서 느끼는 강렬한 재미였다”고 밝혔다. 아직도 연구를 할 때면 설레고, 후배들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들을 때도 무척 재밌다는 유 교수는 무슨 일이든 진정으로 즐기는 자세로 대한다면 좋은 성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유 교수는 연구실에 들어온 대학원생에게도 첫 두 학기 정도는 미션을 주지 않고 선배들의 연구를 보며 재미 있을 것 같은 주제를 정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유상열 교수는 “생명과학 연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꾸준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미국 유학 시절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하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내는 공학도들은 많이 봤지만, 생명과학 분야는 노력이 빠진 천재가 소용이 없는 분야”라고 언급했다. 유 교수는 “생물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생명과학은 생물들의 대사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끈기가 필요하기에 천재적인 머리보다 노력이 중요한 학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였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선형(생명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