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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자 인터뷰] 연구부문 - 박승범 교수(화학부)

2020.03.24.

햇살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박승범 교수님(화학부)
햇살이 잘 드는 연구실에서, 박승범 교수님(화학부)

겨울 방학을 맞아 평소와는 사뭇 다른 2월 중순 한산한 분위기의 학교에서 박승범 교수(화학부)를 만났다. 박 교수는 유기화학과 화학생물학의 전공자로, 2019 학술연구교육상의 연구부문을 수상하였다. 생명과학부(502동) 연구실에서 기자를 맞이한 박 교수는 학계에서 일구어낸 여러 성취를 비전공자인 기자의 입장에서도 알아듣기 쉽도록 설명해주었고, 학생들을 위한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는 박승범 교수의 전공 분야인 화학생물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유기화학의 하위 분과인 화학생물학은 화학과 생물학의 합성어로, 박 교수에 따르면 “화학을 활용해 생명 현상의 신비를 푸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을 도구로 하여 생물학적인 연구대상을 탐구하는 학문인 셈이다. 생명 현상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연구대상은 비정상적인 생명 현상으로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각종 질환이다. 박 교수를 비롯한 화학생물학자들은 질환의 비정상 상태를 정상상태로 복구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이와 더불어 연구 결과 밝혀낸 생명 현상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저분자물질*을 활용하여 약을 제조하기도 한다.

박 교수는 화학생물학 연구에 오래도록 매진하며 지금까지 독창적이며 걸출한 연구 성과를 수차례 냈다. 그 결실로서, 독창적인 신약개발 플랫폼인 pDOS(privileged substructure-based Diversity Oriented Synthesis)의 구축, 새로운 형광 골격인 서울플로우(Seoul-Fluor)의 발견, 표적 단백질 규명법인 FITGE(Fluorescience difference In Two-dimensional Gel Electrophoresis) 기술의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pDOS는 신약 후보 물질로 활용될 수 있는 분자 다양성의 효과적인 확보를 꾀하는 새로운 알고리즘이다. 이렇게 구축된 분자 다양성의 실효를 검증하기 위해서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법을 도입하게 되는데, 박 교수는 스크리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생명체 내에서의 표현형 변화를 높은 감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독창적 형광 골격인 서울플로우를 개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약 후보 물질의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표적 단백질의 색출 작업이 필수적이며, 약효가 검증된 신약 후보 물질의 표적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이 바로 FITGE다. 이상의 세 플랫폼의 구축은 국가 우수 연구상과 연구 100선 각각에 모두 선정되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중대한 연구 성과임을 인정받았다.

“신약개발을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판을 완전히 바꾸고자 했다”는 박 교수는 기존의 연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연구 방식을 개척하고자 했다. 원래 신약개발은 기존의 약물제조법을 바탕으로 그에 약간의 변주를 가하는 정도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박 교수는 신약개발과 관련한 공식적인 교육을 수료한 적이 없음을 오히려 독창적인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박 교수는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어 이를 신약개발에 적용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연구에 임했다”면서 “오히려 기초적인 화학 공부에 열중한 결과 새로운 시각과 발상으로 신약개발 연구를 진척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승범 교수는 연구와 교육 분야뿐만이 아니라 창업에도 발을 들였다. “제약회사가 개발하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제약 시스템을 제안하고 싶었다”는 박 교수는 약 4년 전에 SPARK Biopharma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박 교수는 “내가 작성한 논문을 읽고 아내의 유방암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익명의 전화가 창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2년의 고민 끝에 창업을 결정했고, 학계에서 연구했던 성과를 기반으로 현실에서 절박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회사를 설립했다. 학문적 지식과 실질적인 수행이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승범 교수는 “여태까지의 연구 방식들이 모두 학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었는데, 내가 처음 한 10년간의 노력을 인정해줬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내 연구 이력이 정통적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동료들과 선배들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도 “하지만 뚝심 있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공부에 정진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잘한 것이 아니라 우직하게 이어나가다 보니,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다 보니 지금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의 말을 부탁하자 박 교수는 “학생들이 단순히 열심히 논문을 써서 교수가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에 골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목표로 삼되 어떤 직종을 선택하는 것은 그 목표를 이룩하기 위한 과정으로 여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교수와 같이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모험정신을 잃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이 많기를 바란다.

*저분자물질: 분자생물학과 약리학에서 분자량이 작은 유기 화합물을 지칭하는 말로,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생체고분자에 결합하여 생체고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를 일컫는다. 뉴클레오타이드나 아미노산 등이 대표적인 저분자물질에 해당한다.

홍보팀 학생기자
안소연(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