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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듣는 어제와 오늘

2020.09.11.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단행본자료실(송지형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 민세영 중앙도서관 단행본자료실)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단행본자료실
(송지형 중앙도서관 고문헌자료실, 민세영 중앙도서관 단행본자료실)

한국 현대사를 열람하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전태일 열사 5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하고 뜻깊은 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이를 기념해 지난 6월부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 서울대인과 서울대 도서관의 경험〉전을 진행 중이다. 4·19혁명 때 서울대는 학생 6명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슬픔에 빠진 상경대 학생회는 상경대 3학년이었던 안승준을 추모하는 기금을 모아 상경도서관에 ‘안승준문고’를 설치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진 ‘안승준문고’를 찾아 전시했다. “도서관 70주년을 기념하는 「서울대학교 도서관 70년사」를 송 선생님과 함께 썼어요. 준비하면서 「서울대학교 도서관 50년사」를 읽고 감동했거든요. 한국전쟁 당시 책을 지키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어요.”(민세영) 전란이 터지고 서울대는 도서관의 귀중본을 옮길 여유가 없었다. 당시 문교부 장관이었던 백낙준 박사가 급하게 트럭 8대를 수배해 중앙도서관에 5대, 국립도서관에 3대를 보냈다. 그 노력으로 북한 인민군으로부터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70년 만에 고서 「모든 문자와 언어의 공통 본성론」이 서울대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국 전쟁에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영국군 한 명이 서울대 도서관에 피신해 있을 때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려고 챙긴 책이었다. 그 군인이 영국 작가 앨런 가너(Alan Garner)에게 전해준 책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앨런 가너가 언어학과 김주원 교수를 통해 서울대에 돌려준 것이다. 책을 반환한 앨런 가너의 증언에 의하면 한국전쟁 중 서울대 도서관 장서 일부가 불에 타 사라졌음이 확인된다.

2020년 서울대 도서관 풍경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난 서울대 도서관의 2020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대 학생들은 확실히 한 주제를 깊고 다양하게 공부해요. 무거울 것 같은데, 책을 한 아름 들고 가는 학생들이 많죠.”(민세영) 책을 꼼꼼히 보기 때문인지,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은 채 반납되는 책도 허다하다. 따로 날을 잡고 포스트잇만 떼는 작업을 할 정도. “많아지면 고된 업무가 되지만, 무엇보다 포스트잇을 떼다가 책이 찢어지기도 해요. 잘 떼도 남은 접착력에 먼지가 붙기도 하고요. 간지를 끼워서 보면 좋겠어요.”(송지형) 서울대 학생은 자료를 찾을 때도 도움을 받지 않고 본인이 찾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송지형)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무엇보다 이용자가 원하는 자료를 찾아줄 때다. “의대 교수님께서 다섯 가지 약제의 발화온도에 대한 연구지원을 요청하셨어요. 서울대에서 구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도 결과를 찾을 수 없어서 국내 화학 데이터베이스 전문업체에도 문의했지만 허사였지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명확한 답을 얻어 전해드렸을 때 교수님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이후로도 자료를 여러 번 요청하셨지요.”(민세영)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료 찾기를 돕는데, 실제 결과물로 나오면 정말 보람차요.”(송지형) 70년 전에도, 지금도 중앙도서관 사서가 바라보는 서울대 사람들은 한결같다. 책을 잔뜩 펴놓고 밤낮없이 공부하는 사람들. 오늘도 중앙도서관의 일원은 서울대 사람들의 연구 결과가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하길 바라며 묵묵하게 조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