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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교원 인터뷰 - 불어교육과 김정숙 교수

2020.10.12.

불어교육과 김정숙 교수
불어교육과 김정숙 교수

‘도전’보다 ‘안정’, ‘시작’보다 ‘마무리’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이 50대. 그런데 서울대학교에 50대 신입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교수가 있다. 31년간 고등학교에서 불어 교사로 일하고 2020년 9월부터 사범대학 불어교육과 교원으로 부임한 김정숙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연구실이 채 정리되지 않았지만 벌써 전공수업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숙 교수를 만나봤다.

쉽지 않았던 유학, 놓고 싶지 않았던 배움

1988년 불어교육과 학부와 1991년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10년 동안 고등학생들에게 불어를 가르쳤지만, 불어로 생활하고 현지 문화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꾼 그는 학교의 배려로 30대 중반의 나이에 홀로 프랑스 르망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은 외로운 싸움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나름 사회적인 인정도 받고 자존감이 있었는데, 외국에 나오니까 ‘내가 너무 작아지는 느낌(?)’ 당시에는 2002년 월드컵 전이라 사람들이 한국을 잘 알지도 못했고…. 수업 듣는 것부터 모든 것이 혼자 하기 벅찼어요.”

용기 있게 떠난 유학이었지만 타국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인이 완전한 이방인으로 취급받던 시절, 친구 하나 없이 외딴 바다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던 그는 파리의 한인교회가 보내주는 한글 소식지가 너무 고마워 종이가 닳도록 읽었다.

쉽지만은 않던 유학 생활 끝에 완성한 파리3대학 박사학위논문
쉽지만은 않던 유학 생활 끝에 완성한 파리3대학 박사학위논문

대학에서 알게 된 가르치는 기쁨

르망과 파리에서 어렵사리 학위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돌아왔지만,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고 싶었다. 마침 교양 불어 강사를 찾던 서울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때였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것과 대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달랐어요. 스펀지가 물 빨아들이듯이 학생들이 정말 공부를 잘하니까 수업이 재밌고 보람 있고…. 가르치는 즐거움을 그때 알았어요.”

정신 바짝 들게 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학생들 덕에 그는 기회가 되면 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다가 서울대에서 불어교육과 신임교원을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 것.

“31년 전, 교사로 첫 수업에 들어갔던 때처럼 학생들이 너무 예쁘고 수업도 즐겁고 좋아서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학생들의 성장과 방황을 함께 하며 기쁘기도, 가슴 아프기도 했던 교직 생활
학생들의 성장과 방황을 함께 하며 기쁘기도, 가슴 아프기도 했던 교직 생활

사라진 ‘불어 교육’을 되찾기 위해

30대에는 유학이라는 도전을, 50대에는 교수라는 도전을 시작한 김정숙 교수. 그는 서울의 국공립 고등학교 120곳에 불어 교사가 6명밖에 되지 않고, 30년째 신규 임용도 없는 불어 교육의 쉽지 않은 현실을 바꿔보고 싶다고 한다.

“고교 교육이 대학입시 위주로 짜이니 제2외국어는 인기 있는 중국어와 일본어만 열리고 소수과목들은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라지고 있어요. 고등학교가 교원 부족을, 교육청은 수요부족을 이유로 소수과목에 손 놓고 있는 사이에 이 과목의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은 진지하게 진로를 바꿀 고민을 해야 하는 거죠.”

불어 교사로서 불어 교사의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마냥 밝은 미래를 이야기해줄 수 없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라는 김정숙 교수.

“불어는 프랑스만 쓰는 게 아니고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나라들도 사용하고 전 세계적으로 영어 다음으로 많이 가르치는 언어예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겉으로는 국제화를 외치면서 불어 교육에 손 놓고 있다는 게 슬프죠.”

“지금 우리 제2외국어 교육은 젊은 학생들에게 '세계로 나가라'면서 실제로는 '아시아'라는 틀을 벗어날 기회도 역량도 구비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제2외국어 교육은 젊은 학생들에게 '세계로 나가라'면서 실제로는 '아시아'라는 틀을 벗어날 기회도 역량도 구비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서울대에서의 목표를 묻자 “내 역할은 우선 불어 교사를 키우는 것” 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김정숙 교수.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지만, 이들의 꿈이 꺾이지 않게 하고 싶다는 진심이 와 닿는다. 늘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