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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복한 우주 먼지’로 지나온 궤적

2020.12.15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 천체사진가이자 NASA ‘오늘의 천문학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최초의 한국인으로 소개되는 권오철 사진가. 그는 광활한 우주 앞에 자신이 우주의 먼지라면 행복한 우주 먼지게 되겠다며 엔지니어에서 천체사진가로 인생의 궤도를 틀었다. 사랑하는 별을 온전히 알기 위해 노력해왔던 시간은 켜켜이 쌓여 그의 궤적이 되었다.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던 그에게 삶의 원동력을 물었다.

캐나다 티피와 오로라(사진: 권오철)
캐나다 티피와 오로라(사진: 권오철)

국내 최초의 직업 천체사진가가 탄생하다

권오철 사진가는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잠수함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일을 하다가 2010년부터 전업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가 생소한 천체사진가. 그가 천체사진가라는 직업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 앞에서 인간은 아주 작은 우주 먼지일 뿐입니다. 어차피 우주의 먼지라면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하면 행복해질 것 같았지요.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10년간 준비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예술과 과학의 결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천체 촬영의 가능성을 탐색했습니다. 때를 기다린 겁니다.”

그는 천체사진가로 작업하기 이전부터 천체를 촬영한 30년 동안 필름, 디지털, 영상, 타임 랩스(Time Lapse), VR(Virtual Reality) 등 다양한 기술을 체득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천문 현상들이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오로라지요. 오로라의 움직임이 굉장히 신비로운데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그는 오로라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 움직이는 영상인 타임랩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타임랩스도 오로라의 매력을 담기에는 어딘가 부족했다. VR 촬영 기법을 이용해 오로라를 촬영했고, 드디어 오로라의 신비로움을 오롯이 담을 수 있었다. 오로라 VR 영상 촬영에 성공하기까지 그의 촬영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하 40도, 카메라가 얼어붙어 촬영이 중단되기도 하는 혹한의 추위 속에서 몇 주씩 머물면서 촬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운 천체 사진 촬영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끈기로 마침내 오로라 VR 영상 촬영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였다.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그는 오로라의 아름다움이 깊이 있게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로라 VR 영상에 오로라의 해설을 담았다. 해설이 가미된 오로라 VR 영상은 천체투영관용 영화로도 손색없었다. 그 연장선으로 2019년에는 천문학의 발달 과정을 담은 〈코스모스 오디세이: 우주를 탐구해 온 위대한 여정〉도 상영했다. “보통 천체투영관 영화의 러닝타임이 30분이에요. 이 영화를 깊게 이해하길 바라며 지난 8월에 『권오철의 코스모스 오디세이』도 집필했습니다.” 책에는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볼 수 있는 큐알코드도 함께 넣었다. 영화를 보면 책이, 책을 보면 영화가 궁금해지는, 결국 우주로 관심이 이어지는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필름에서 디지털, 영상, 타임랩스, VR,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직업의식이 궁금해졌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한 명뿐인 천체사진가라는 직업의 사명을 스스로 정의해봤어요. 제가 느낀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다른 이들에게 온전하게 전한다는 게 제 소명의식이에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역을 연구해서 밝히는 사람들이 과학자라면, 그 밝혀낸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사람들이 과학 커뮤니케이터예요. 저는 비주얼 영역에서 활동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을 증명해내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서로 보인다.’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이다. 이런 기록이 무색하게 일본인은 울릉도와 독도의 거리가 87.4km라며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권오찬 사진가는 울릉도에서 찍은 독도 일출 사진 한 장으로 『세종실록지리지』의 기록을 증명해냈다. 2014년, 광복 70주년을 1년 앞두고 이룬 쾌거였다. 독도 일출 사진은 정확한 위치 계산이 관건이기에 테크놀로지와 공학을 접목한 첨단 사진의 전문가인 권오철 사진가만이 찍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독도에 앉아서 일몰을 보는데 울릉도로 해가 넘어가는 게 보였습니다. 독도에서 울릉도가 보인다면, 울릉도에서도 독도가 보일 텐데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진 겁니다. 계산을 시작했지요.” 울릉도의 시직경은 0.3도, 태양의 시직경은 0.5도. 태양과 독도를 일직선으로 맞출 수 있다면, 태양이 독도를 품은 걸작 중의 걸작을 찍을 수 있다. 매일 일출의 위치가 달라지기에 울릉도에서 독도와 태양을 일직선으로 볼 수 있는 건 연중 2월과 11월뿐. 2월은 쌓인 눈으로 진입이 어려워 기회는 11월뿐이었다. 하지만 촬영에 돌입한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날씨가 좋은데도 이상하게 독도가 보이지 않았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간과했어요. 해수면 밑으로 독도가 내려가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둥근 지구를 고려해 삼각함수를 적용해보니 촬영 포인트가 정확하게 나왔습니다. 그 위치에서 기다렸더니 조금씩 태양이 올라왔습니다.” 정확한 위치를 찾아 두 번째 시도 만에 독도 일출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지만,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의 불만족이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 것. 그렇게 세 번의 시도 끝에 그가 만족하는 독도 일출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완벽한 성공에 이르기까지 3년이 걸렸다.

권오철(조선해양공학과 92학번) 천체사진가
권오철(조선해양공학과 92학번) 천체사진가

불만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

“제가 사진을 찍고 갔다고 하면 그 장소가 유명해져요. 지금도 독도 일출 사진을 찍은 장소에 가면 사진가들이 줄 서서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2차 시도에서 성공했다는 이유로 사진을 공개했다면, 저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은 사람이 나타났을 거예요. 그럼 최초라는 의미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불만을 꼽았다. 결과물에 대한 불만이 자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저는 기본적으로 만족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게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칭기즈칸이 유언도 했잖아요. 성 쌓지 말라고요. 성안에 갇혀서 죽을 수도 있어요. 성 쌓을 에너지로 무언가를 해야죠.” 그는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기보다는 자신의 사명을 정하고, 그 사명을 위해 꾸준히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 작업할 때도 뜨는 분야가 있어요. 그럼,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가죠. 근데 달려가 봐도 이미 후발주자예요.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 사명을 위해 노력한다면 먼저 가서 선점할 수 있습니다.” 올해 말에는 그가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과학관용 SF 영상물도 상영될 예정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이다. 권오철 사진가는 행복한 우주 먼지가 되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전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꾸준히 다양한 매체에 도전하며 자신의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