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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 학술연구교육상(교육부문) 수상자 인터뷰 – 박철환 교수(물리천문학부)

2020.12.29

물리천문학부 박철환 교수는 열과 통계물리를 주로 담당하며 2016년과 2017년 연달아 자연대 우수강의상을 수상하였다. 교수와 학생의 부담이 적은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수업 방법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물리학 전공필수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획기적으로 높였으며 학부생들의 지도교수 상담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면담체계를 구축하였다. 또한 동료 교수들을 대상으로 상담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해 상담 기법을 학습함에 기여하였다.

2020 학술연구교육상 교육부문을 수상한 박철환 교수(물리천문학부)
2020 학술연구교육상 교육부문을 수상한 박철환 교수(물리천문학부)

교수님은 어떠한 계기로 물리학에 전념을 하기로 결심하셨나요?

물리학에서는 기본적인 원리를 알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매력을 느꼈고 결국 업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물질의 물성을 물리 이론과 수치 계산으로 이해하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리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응집물질물리이론(condensed matter theory)과 계산물성물리(computational materials physics)라 합니다.

교수라는 직업이 교수님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나요?

교수는 연구도 해야 하고 교육도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저에게 배우거나, 저와 같이 연구하고 있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날 때 그 이후의 단계를 더 잘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교수님 수업에 사용되는 flipped learning 방법, 그리고 교수님이 구축하신 새로운 면담 체계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은 학생들이 각자 집에서 교수가 올려 놓은 강의 동영상을 미리 보고 공부한 후에 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가정한 상태로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배우는 활동을 계속하는 교수법을 말합니다. 평균적으로 플립드 러닝을 통한 강의의 교육 효과는 전통적인 수업의 교육 효과에 비해 더 좋거나 같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교수의 편에서 보자면, 미리 학습을 하고 와야 하는 동영상 강의를 만드는 일에 매우 큰 노력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일부 교수님들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요즘은 COVID-19 때문에 많은 교수님들이 이러한 일을 하고 계시지만요!) 학생의 측면에서 보자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오기 전에 강의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어려운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수업에 임해야 하고, 동영상으로부터 내용을 잘 배웠다고 가정하고 수업 시간에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과제를 미리 해오지 않거나 이해도가 낮은 학생은 오히려 더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집니다. 동기부여가 잘 된 학생들에게는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수 년에 걸쳐서 만들었는데, 짧게 요약하자면 핵심은 예습 과제로 동영상이 아닌 수업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공부하도록 과제를 내주는 것입니다. 너무 길어질 수 있으니 이번에는 소개만 하고 자세한 설명은 2021년 1월에 예정된 공개강연을 통하여 하겠습니다.

학부생 면담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학부생 면담에 대한 특별한 열정을 갖고 계신 소수의 교수님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저와 같은 보통의 교수님들이 따로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질 좋은 면담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는 점과, 학생들이 교수님들을 찾아가기 전에 갖는 심리적인 벽의 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선된 제도의 핵심은 매 학기 방학을 통하여 학부생들이 지도교수를 찾아가서 면담하고 다음 학기 수강 상담을 하는데, 이렇게 할 수 있게 학부생들과 지도교수에게 해야 하는 연락을 – 바쁜 교수가 아닌 – 학부 행정실에서 그 때 그 때 한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2021년 1월에 예정된 공개강연을 통하여 하겠습니다.

어떠한 철학으로 학생 그리고 제자를 대하나요?

먼저, 제가 수업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학생에 대하여 제가 갖고 있는 간단한 철학은 “물리는 어렵다” 입니다. 저 스스로 매일 느끼는 것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학생들이 어떤 점을 어렵게 느낄까 고민하고, 가능하면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개념에 한 발을 딛고 나서 모르는 개념으로 나머지 한 발을 디딜 수 있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리는 어렵다”가 제 철학이라서(?) 수업 시간에 저 스스로 어려워하면서 헤매서 보는 학생들을 당황스럽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날은 수업을 마치고 나서 ‘오늘 수업 망했다’ 하고 자책하곤 하지요.

수업에서 보는 학생들 말고 학부생 중에 저를 지도교수로 두고 있는 학생들이 몇 명 있고 이 학생들이 한 학기에 한 번씩 찾아와서 면담을 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핑계를 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에 대해서 사실 그 핑계를 들어보면 그 말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 즉,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의 경우에 그 ‘핑계’를 듣고 이해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질문을 합니다.

‘제자’를 좁은 의미에서 대학원에서 저를 지도교수로 두고 있는 학생들로 한정한다면, 제자들을 대하는 제 간단한 철학은 제가 학생일 때 경험한 정도의 생활을 그들이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연구비를 예로 들자면, 제가 학생일 때 특정한 주제의 연구비를 제 지도 교수님이 따고자 제안서를 쓰실 때 제가 제안서 작성에 시간을 쓴 적은 없습니다. (특정한 주제가 아닌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그랜트를 따거나 이에 대한 실적을 보고할 때 1년에 한 페이지 정도로 실적을 요약하고 계획을 쓰는 정도였습니다.) 보통 저는 제 학생들에게 연구비 제안서 쓰는 일을 하나도 부탁하지 않고 그냥 제가 다 씁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학생이 본인의 연구에만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연구비 제안서 쓰는 일을 통해서 학생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보자면, 학생일 때 연구비 제안서 쓰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았음에도 교수가 된 후에 연구비 제안서 쓰는 일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보아 따로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여 그리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은 그룹에서 정한 인건비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넘어서 받는 다양한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의 경우를 제외한 모든 학생들에게 같은 인건비를 받도록 그룹의 자원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물론 산학 협력 장학생의 경우에는 본인의 미래를 담보로 회사에서 돈을 받는 것이고 마음이 바뀌어서 회사에 가지 않을 경우 반납해야 하므로 인건비 산정에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침은 제가 학생일 때 대학원 생활을 했던 미국의 대학원들이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교 혹은 우리 나라의 대학원도 지도교수의 재량에 맡기지 말고 대학 차원에서 인건비를 일정하게 줄 수 있게 제도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에서 제가 경험한 장점은, 연구나 학업 실적이 좋은 학생이나 덜 좋은 학생이나 모두 학교에서 정한 같은 인건비를 받았기 때문에 대학원생으로서 수업이나 연구에서 드러나는 실적이 뛰어나지 않아도 남들과 같은 인건비를 받을 수 있어서 주눅 들지 않고 학업에 정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어떤 연구는 논문 실적 등으로 드러나는 지표로는 보이지 않지만 마치 세포 주기의 간기와 같이 학생이 출판 없이 내공을 키워야 하기도 합니다. 단점이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실적을 갖고 있는 학생에 대한 동기 부여가 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학생은 졸업 이후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대학원생일 때 받는 인건비 이외의) 강력한 동기가 있어서 알아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육상 수상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먼저,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제가 – 아직도 빈 구석이 많지만 – 달라질 수 있게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준 과거와 현재의 제 대학원 지도 학생들에게 감사합니다. 또한, 제 강의를 듣고 익명의 강의평가를 통해서 건설적인 조언을 해준 여러 학생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물리천문학부의 학부생 상담 체계를 개선할 수 있게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함께 개선 작업을 해온 전헌수 학부장님께 감사합니다. 끝으로, 제가 물리천문학부에 와서 적응하고 연구와 교육에 힘쓸 수 있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신 학부 교수님들께 감사합니다. 학부 교수님들이 제가 교육상 최연소 수상자가 아니냐고 물어보셔서 과거에 교육상을 수상하신 분들을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고 심리학과 교수님 한 분, 서양화과 교수님 한 분이 저보다 더 젊을 때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좀 덜 민망하게 되었습니다.

소통팀 학생기자
김지수(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