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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람들에게 2020년은: 신입생 편

2020.12.31.

다사다난했던 2020년, 서울대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많은 강의가 사전 녹화나 Zoom을 활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20학번 신입생을 맞는 새내기 OT와 새내기새로배움터를 포함한 각종 행사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거나 취소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러 서울대 구성원들을 만나 2020년의 소감을 묻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현덕 학생(응용생물화학부·20)을 만나 신입생으로서 보낸 올 한 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일 오전에 마지막 기말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번 학기를 마무리했다는 강현덕 학생은 후련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어제 늦게까지 기말 보고서를 쓰느라 아침 8시에 잠들었다”며 “이제 종강했으니까 다시 부지런하게 지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20학번 새내기 강현덕 학생(응용생물화학부)
20학번 새내기 강현덕 학생(응용생물화학부)

20학번 새내기로 보낸 2020년은 어땠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현덕 학생은 “확실히 아쉬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현덕 학생은 자신이 1년간의 재수 생활을 거쳐 입학했기 때문에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수업이 다 비대면으로 진행되어서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비대면 수업은 수업을 들을 때 집중도가 확실히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열심히 듣지 못한 것 같은 수업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비대면 수업이었기 때문에 좋았던 점도 있었다며, 강현덕 학생은 “올해 시간표에 1교시 수업이 많이 있었는데, 대면 수업을 했다면 왕복 2시간씩 통학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냐고 묻자 강현덕 학생은 “아주 많았다”며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고, 재미없다고 소문난 서울대 축제 구경도 해보고 싶었고, CC(캠퍼스 커플)도 해보고 싶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직은 모두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말이 뒤따랐다. 많은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각종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강현덕 학생은 20학번 동기들과는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교에 굉장히 자주 들른 편”이라며 과방에서 동기들을 만나 같이 농생대 식당(75-1동)에서 밥도 먹고 친해진 덕분에 조금은 덜 아쉬울 수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강현덕 학생은 정원 조성 동아리 ‘피움’과 곤충 동아리 ‘헥사포다’에서 활동했다. 그는 “둘 다 활동이 바쁘지 않고 힐링하면서 즐길 수 있는 동아리”라며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곤충 동아리 ‘헥사포다’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묻자 강현덕 학생은 “제가 평소에 곤충을 무서워했다”며 수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응용생물화학부 응용생물학전공 전공필수 과목 중에 ‘곤충학’이 있는데, ‘헥사포다’에서 곤충을 미리 만나보고 공부하면 조금은 덜 무서워질까 싶어서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에 대한 질문에는 평소에 운동에 관심이 많아 크로스핏 동아리에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올해 들었던 수업 중에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강현덕 학생은 망설임 없이 김영 교수의 ‘예술과 과학’을 꼽았다. 과제가 많고 어려운 수업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의계획서를 보고 ‘이 수업은 꼭 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듣게 된 수업이었다고 한다. 강현덕 학생은 “철학적인 고민도 해보고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수업”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수업에서 특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어릴 때 ‘어린 왕자’를 읽으며 느꼈던 것과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새롭게 배우고 느낀 것이 달랐다고 한다. 그는 다만 평소에 글을 잘 안 쓰는 편이다 보니 수업에서 주어지는 글쓰기 과제들을 소화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덕분에 재수강을 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수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현덕 학생은 평소 화학 과목에 관심이 많아 응용생물화학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관심 있는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으니 공부하는 게 즐거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강현덕 학생은 “입학할 때부터 쭉 화학 공부를 하고 싶었고, 앞으로는 대학원에 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응용생물화학부 세부 전공 중 특히 응용생명화학전공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1학년이어서 전공 수업을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전공과목 중에 생화학, 그리고 유기화학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대학 새내기들이 자주 겪곤 하는 자존감 하락과 같은 문제는 없었는지 묻자 강현덕 학생은 “점수가 잘 안 나오지 않을 때면 ‘역시 똑똑한 사람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덕분에 학점이 안 나와도 좋고, 잘 나오면 더 좋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고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이번 겨울방학의 계획, 더 나아가 새해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강현덕 학생은 자신이 컴퓨터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며 “당장 이번 겨울방학에 세워둔 계획은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의 제일 큰 목표는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라는 강현덕 학생은 “올해는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과제도 안 하고 공부도 열심히 안 했는데, 내년에는 바뀌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내년에 입학하게 될 21학번 새내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강현덕 학생은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뗐다. 그는 “코로나19로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잘 끝내고 와서 굉장히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학교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새내기로 살아남는 것이 힘들었던 이유가 단지 충분히 놀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기들과 얼굴을 맞대며 쌓을 수 있는 유대감이 부족했기에 외롭고, 모든 게 새롭게 다가오는 대학 생활에 길잡이가 되어줄 선배들이 없었기에 혼란스러운 2020년이었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꾸준히 자신의 관심을 끄는 일을 살피고 찾아 나가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괜찮다는 위로 역시 전하고 싶다. 외롭고 혼란스러웠을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이기 때문이다. 강현덕 학생의 바람처럼, 학교에서 반갑게 만나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한다.

서울대 학생기자
남은결(불어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