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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학문에서 기본소득을 논하다

2021.03.29.

캠퍼스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개강 첫 주, 기본소득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바로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이해” 심포지엄이다. 사회과학연구원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의 8개 학과 및 학부인 정치외교학부, 심리학과, 경제학부, 사회복지학과, 언론정보학과, 인류학과, 지리학과, 사회학과 교수진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본 행사는 지난 5일(금) 사회과학대학 국제회의실(16동 349호)에서 개최되었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zoom을 통한 실시간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과학연구원 심포지엄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이해”의 행사 포스터 이미지
사회과학연구원 심포지엄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이해”의 행사 포스터 이미지

기본소득 아래 모인 사회과학자들

심포지엄은 유홍림 사회과학대학장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유 학장은 “위기가 중첩되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정치·경제적 삶의 기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며 기본소득이 주는 혼란이 새로운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뒤이어 안상훈 사회과학연구원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안 원장은 “기본소득에 대한 복잡다단한 담론 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많은 사람이 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8개 학과가 모여 약 6개월간 연구한 중간 단계의 관찰 결과라고 할 수 있다”며 “현재 혼돈상태인 논쟁구조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보다 제대로 된 논의로 승화되는 첫 발자국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본 행사는 크게 3개의 세션으로 이루어졌다. 제1세션의 소주제는 ‘기본소득의 정치와 경제’로 강원택 교수(정치외교학부), 최인철 교수(심리학과), 장용성 교수(경제학부), 안상훈 교수(사회복지학과)가 참여했다. 제2세션의 소주제는 ‘기본소득 담론의 다양한 전개’로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 이승철 교수(인류학과), 김용창 교수(지리학과), 권현지 교수(사회학과)가 참가했다. 마지막 세션은 ‘RDC 기본소득 논문경진대회 세션’으로 “국가승인통계 마이크로데이터 활용 기본소득 전국 논문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두 팀의 학생들에 대한 시상과 연구 발표 및 논평이 이뤄졌다.

기본소득을 통해 그리는 더 나은 미래

제1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인 강원택 교수는 ‘기본소득제의 정치: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갖나’를 주제로 기본소득을 정치적 관점에서 논의했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은 혜택을 나누는 것이기에 혜택의 수혜자에 대한 고민과 혜택의 공급자가 얻는 대가가 조화로워야 한다”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정책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재정 조달 방법이 포퓰리즘 전략 이외에는 마땅치 않을 수 있다”며 “문제에 대한 활발한 견해 제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뒤이어 두 번째 발표자인 최인철 교수는 ‘기본소득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 오해, 오류, 그리고 오도’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기본소득을 찬성하게 되면 진보 혹은 보수로 단정 지어진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탈정치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기본소득 논쟁에는 인간의 도덕성, 판단 능력, 공정 등 다양한 이슈들이 혼재되어 있는데 실제 사람들의 태도 측정에는 이와 같은 기준들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다 세밀하게 측정해야 함을 강조했다.

제2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인 한규섭 교수는 ‘기본소득담론’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기본소득과 관련한 사회적 담론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기본소득에 대한 충분한 숙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음을 피력했다. 언론 보도와 국회회의록을 분석해 기본소득과 관련한 전환점을 찾고자 한 한 교수는 “분석 결과 기본소득 관련 논의는 매우 초기 단계이며 그나마 지금까지는 선거 정치적 맥락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다”며 기본소득담론 전개 상황이 제한적임을 설명했다.

네 번째 발표자인 권현지 교수는 ‘일의 의미 복원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기본소득과 노동을 연결지었다. 권 교수는 “기본소득 논쟁이 일의 질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노동 구조의 변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문제를 논하지 않고서는 기본소득이 해결안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일자리 보장제도인 ‘잡 개런티’와 같은 대안들을 고민해 기본소득 도입 이후 필요한 노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하며 청년 일자리 보장제도인 ‘유스 개런티’를 추가적으로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더욱 활발한 후속 연구들을 기대하며

이번 심포지엄의 마지막 세션을 통해서는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논문경진대회의 학생 수상자들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김한솔 학생(경제학부), 이찬호 학생(경제학부)은 “기본소득제 도입에 관한 경제학적 검토 - 현행 사회보장제도 하 수급 상황분석 및 세율 인상의 일반균형효과 분석”을 주제로 논문 발표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소득 분위에 순자산 분위를 추가해 높은 분위와 낮은 분위의 수급 상태를 비교하였으며 세율조정을 통해 자원을 조달하는 경우를 가정해 적절한 세금 형태를 제시하고자 했다. 뒤이어 박민성 학생(경제학부), 임기혁 학생(경제학부), 김미성 학생(정치외교학부), 오태양 학생(수리과학부)이 “노동공급탄력성 추정을 통한 기본소득 도입의 효과 - 재원 마련 시나리오별 가계의 노동·소비 의사결정 변화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가계들의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단기적인 노동 공급 및 소비의 변화를 관찰해 부정적인 영향을 덜 주는 시나리오를 제안하고자 했다.

기본소득은 아직도 새로운 논의의 여지가 많으며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제도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러한 기본소득의 사회과학적 연구에 초석을 다진 첫 관문이었다. 본 행사는 후속 연구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나갈 기반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사회과학연구의 선발주자로서 관련 주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

서울대 학생기자
허서인(동양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