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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 인터뷰 - 정두현 교수(병리학교실)

2021.03.29.

서울대학교는 매해 독창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통해 해당 학문분야의 발전에 현저한 기여를 한 교수 10명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 중 한 명인 병리학교실 정두현 교수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면역학적 기전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특히 마우스를 이용한 질병중심의 면역학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면역학 수준을 한 단계 높게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한일 공동 심포지움을 조직하여 8년째 학문후속세대의 국제적 교류 증대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학술적 성취를 인정받아 2008년 화이자상, 2011년 심호섭 의학상을 수상하였고, 2018년에 의학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선출된 바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울대학교 영문 학생기자단은 정두현 교수의 연구상 수상 소감을 들어보고 그의 연구 철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정두현 교수(병리학교실)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정두현 교수(병리학교실)

교수님은 어떠한 계기로 면역학에 전념을 하기로 결심하셨나요?

제가 본과 1학년 (1984년도)에 면역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는 면역학이라는 학문이 매우 어렵다는 느낌이었고 그 당시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학 수업을 마치면서 뭔가 여운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수업의 흐름이 면역학이라기보다는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같은 수업으로 느껴져서 좀 지루함을 느끼기는 했으나, 면역학이 인체의 질병과 매우 중요한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본과에서 질병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면역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병리학 중에서 면역학이라는 학문을 선택하였던 것도 이런 과정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현재 선천면역세포의 기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면역시스템은 크게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으로 나누어지며 적응면역은 우리가 잘 아는 T, B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항원에 대하여 면역반응이 늦게 나타나지만 정교한 면역반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선천면역은 T, B 세포를 제외한 다른 면역세포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고, 이들 세포들은 항원에 대하여 빠르게 반응하나 적응면역보다는 정교함이 덜한 특징이 있습니다. 인체는 다른 특징을 갖는 두 개의 면역반응이 조화롭게 나타남으로써 병원체와 암세포에 대하여 대처하게 됩니다. 제 연구분야는 다양한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선천면역계에서 Natural Killer T (NKT) 세포의 기능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대식세포와 수지상세포의 기능연구로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면역세포의 단순한 기능 연구를 벗어나 면역세포 내에서 이루어지는 대사 (metabolism)가 면역세포의 발달 및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면역대사 (immunometabolism)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면역학을 제 연구분야로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면역반응의 다이나믹한 면에 큰 매력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생체 내에서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수많은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 혹자는 이런 점 때문에 면역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만, 저에게는 이런 점이 매우 큰 매력으로 느껴집니다.

연구를 할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를 하면서 결과를 얻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과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은 연구결과를 통해서 얻는 기쁨과 즐거움으로부터 온다고 생각됩니다. 이 세상에 남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제가 최초로 알게 된다는 것은 신세계를 발견한 것에 견줄만한 매우 큰 기쁨입니다.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눈 내리는 거리를 처음 발자국을 내면서 걸을 때 느끼는 “뽀도독” 소리와 그 후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면서 느끼는 신선함과 기쁨 같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매우 식상한 이야기입니다만, 연구에 필요한 것은 1%의 영감과 99%의 노력입니다. 가설을 떠올리기까지의 과정은 늘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떠올린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꾸준함과 집중할 수 있는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한 비법은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만들어 낸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교수님이 여태까지 해오신 연구 중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위에 기술한 연구 분야에서 지금까지 NKT 세포의 기능연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는데, 그중 제가 책임저자로 2005년에 발표한 첫 논문이 나름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희 연구는 류마티스 관절염 동물 모델에서 NKT 세포가 관절염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습니다. 이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NKT 세포는 자가면역질환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런 결과는 NKT 세포가 다양한 질병에서 염증을 억제하지만 일부의 질병에서는 염증을 증가시키는 이중적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로 이해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NKT 세포에 대한 새로운 기능적 개념을 제시한 연구 결과이며, 제가 책임저자로 낸 첫 논문이기 때문에 가장 정이 많이 갑니다.

연구 외에 또 다른 취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구기 운동도 좋아하여 축구 야구를 직접 많이 했는데 지금은 직접 운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주로 스포츠 관람을 즐겨 하는데, 특히나 프로야구 시즌에는 제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하여 주중, 주말에는 걷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걷고 있으면 제 마음과 몸이 힐링 되어 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하고 싶으신 연구 또는 미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생명현상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개념을 제시하였는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면역학적 현상을 더욱 잘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개념을 제시하고 정립할 수 있는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서울대 학생기자
김지수(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