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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비밀을 알아내는 즐거움, 물리학만한 것이 있을까요” 자연과학대학 최우수 졸업생 서준석 인터뷰

2021.08.27.

7학기 만에 물리학과 학부를 조기졸업하고 오는 9월 매사추세츠공대(MIT) 물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 예정인 서준석 학생(물리학과·16)은 시종일관 겸손했다. “운이 좋았죠.” 4.29라는 학점으로 올해 단과대학 수석 졸업생이 된 그는 학부과정 중 제1저자로 두 번 학술지 게재를 한 것을 두고 ‘대단하다’거나 ‘비결’ 같은 것을 물어보면 한없이 부끄러워하다가도, 원자와 분자의 차이조차 가물가물한 필자에게 용어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모습은 영락없는 물리학도였다.

서준석 졸업생(왼쪽)과 자연과학대학 이준호 학장(오른쪽)
서준석 졸업생(왼쪽)과 자연과학대학 이준호 학장(오른쪽)

물리학에는 원자·분자물리, 입자물리나 천체물리 등 여러 세부 분야가 있다. 학부 과정 중에 2차원 반도체 관련 논문을 두 개 쓰는 등 응집물질물리학 쪽 연구를 주로 했는데 여기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나?

대구과학영재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에서 했던 과학영재창의연구(RnE) 프로그램에서 서울대학교 이탁희 교수님(물리학과)을 처음 뵈었다. 나중에 서울대학교에 진학해 2학년 2학기부터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노분자학이나 응집물질물리학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더 이론적인 분자·소자를 하고 싶었는데 교수님이 응용 쪽으로 첫 방향을 잘 잡아주신 것 같다. 학부생도 연구실에 들어갈 수 있고,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자유로운 물리학과 분위기가 좋았다.

3학년 때 2차원 원자층 물질 기반 전계효과 트랜지스터의 열처리에 따른 광반응 특성 연구로 서울대학교 연구처에서 주관하는 2018년 "학부생연구지원사업"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고, 2019년 학술지 “Nanoscale Research Letters”에 제1저자로 게재했다. 이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연구실에 들어가 처음 했던 연구이다. 2차원 트랜지스터를 공기 중에 일정 시간 가열했을 때 나타나는 속도 변화를 알아본 것이다. 2차원 반도체가 광반응 속도가 느린 편인데 기존 도핑 방법과 다르게 열처리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광반응 속도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취지에서 진행했다. 사실 이 연구는 첫 프로젝트다보니 방향 설정이나 논문 작성 등에서 어려움이 좀 있었다. 그래도 연구를 끝까지 진행하고, 나중에 다른 논문들도 많이 접하다보니 점차 방법을 익히고 학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들이 보여 다음 연구는 더 만족스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말이 나온 김에 두 번째 연구는 2차원 반도체 기반 고성능 아발란치 광검출기(avalanche photodetector) 개발에 관한 것이다. 이것도 설명해달라. (이 역시 이번 달에 “Ultrasensitive Photodetection in MoS2 Avalanche Phototransistors”라는 이름으로 학술지 “Advanced Science”에 게재되었다)

아발란치 항복(avalanche breakdown)이란 원자 밖에 자유롭게 흘러 다니는 전자들이 속도가 빨라지면 원자핵에 붙여 있는 전자들까지 떼어내서 갑자기 전류가 많이 흐르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현상이 기존에는 실리콘과 같은 3차원 고감도 광센서에서만 활용되었는데 2차원 반도체에 적용하면 감도를 상당히 높일 수 있다는 데에 주목했다. 이 연구는 사실 2019년에 거의 끝낸 상태였는데 군 입대 때문에 미뤄뒀다가 전역 후 마무리하게 되었다.

박사과정을 밟을 MIT 물리학과에서는 아무래도 순수물리 쪽으로 더 연구를 하게 될 텐데 그러한 결정을 한 이유는? 현재 관심사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하다.

사실 연구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까지 랩에서 주로 했던 건 트랜지스터나 광센서를 만드는 응용물리였지만 순수물리도 더 깊게 다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추후에 공학이나 응용물리를 하더라도 6년이라는 박사과정에서는 더 이론적인 연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관심사도 이제껏 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2018년에 MIT의 Pablo Jarillo Herrero 교수가 2차원 반도체 그래핀 두 개를 1.1도( )〫로 기울이면 초전도체가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와 관련해서 여러 흥미로운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는 데(unconventional superconductivity, Chern insulator, strange metal 등) 이것을 광학적으로 탐구해보고 싶다.

4차산업혁명, AI 등 응용/융합학문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에서 물리학과 같은 순수자연과학이 왜 중요한가? 본인이 생각하는 물리학의 매력은.

순수자연과학에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된 연구가 공학적인 요소와 결합되면 인류에게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예컨대 기상청 등에서 사용되는 슈퍼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에 비해, 인간의 뇌는 작은 전구 하나 켤 정도의 전력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 여기서 착안해 생물의 뇌를 모사한 연산 장치를 만드는 뉴로모픽 공학(Neuromorphic engineering)이 탄생하듯이, 물리 현상은 다양한 응용 분야를 제시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물리학은 세상의 비밀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뉴턴 이래 50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인류는 자연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러한 지식들의 기반에 물리학이 있었고 그것이 현대의 기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리를 공부하다보면 정말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장엄함이 연구를 계속 해나가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물리학 박사과정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단순히 낯설다고 피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길다면 긴 박사과정을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시간으로 삼기 위해 순수물리를 택한 그에게 모름에서 나오는 방황과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새로운 앎은 그것에서부터 탄생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기자
강도희(국어국문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