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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2021 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습관이 되었던 봉사

2021.11.04.

(성 명: 김주현)

‘좋은 일을 습관처럼 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교육봉사를 꾸준히 해오며 저 또한 ‘습관’으로 봉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교육 봉사를 하며, 봉사하는 사람들이 커리어 등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더 느꼈던 것 같습니다. 봉사의 목적을 자신에게 두는 사람들의 방식이나 마음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저는 나의 만족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이유가 없는’ 선(善)을, 삶에 녹아있는 봉사를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봉사하면서 즐거운 마음이 들더라도 자신을 다잡고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즐겁다 보면 나를 위해서 봉사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봉사 경력이 점차 쌓이고, 서울시 자원봉사협회의 대표로 국제자원봉사 컨퍼런스에 참가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바랐던 데로 봉사가 삶의 일부, 습관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오히려 봉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봉사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한때의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 제게는 ‘봉사가 습관이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동안 봉사를 돌이켜보면 봉사의 ‘타인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사라지고 삶의 습관이 되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원했던 것처럼 봉사가 재밌지 않게 되었지만 무언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결국, 어느 시점 이후로 저도 모르게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기계처럼, 관성적으로 연기하는 배우처럼, 무감각하게 가르치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해 바빠질 테니 교육 봉사를 중단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를 접했습니다. 바로 지방에 있는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 장애가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 확진자 수의 급증으로 인해 전면 비대면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제약 조건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제약 조건이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더 나서야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소통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있는데 학생이 시각 장애가 있다 보니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더 좋은 수업을 위해 담당 복지관 선생님과 시뮬레이션도 해봤었습니다. 한국사와 생활과 윤리 과목을 가르쳐야 했는데, 특히 한국사의 경우 무조건 가르쳐야하는 유물이나 지도 같은 시각 자료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다행히 제 멘티(해당 봉사활동에서 학생을 멘티로 지칭하고 봉사를 진행했습니다)는 전맹(前盲)이 아니라, 시력이 약하더라도 사물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점은 신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착한 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멘티의 힘든 사정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저 나름대로 수술도 해보고 재활도 해보면서 나 자신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멘티는 학교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친구를 진심으로 돌보고 하나하나 잘 알려줬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그 친구가 자신을 때리며 소리 지르더라도, 그 친구 관점에서 부족한 게 무엇이 있는지 이해할 줄 아는 배려심이 있었습니다. 제게 그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은 그 친구와 있는 것이 좋고 오히려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이야기는 한동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내가 과연 멘티처럼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갖고 봉사에 임했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멘티의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멘티가 자신의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공부를 잘 못할까 봐, 배운 것을 따라가기 힘들어할까 봐 걱정했는데 당연히 그런 걱정은 기우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가 멘티의 학교생활, 평소 생활에 관해 이야기 나누며 느꼈던 문제는 약한 시력으로 인해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시각 자료를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말을 극도로 꺼내지 않는 소극적인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소극적인 성격이 적극적인 성격에 비해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은 전혀 아니고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 발표 시간이나 본인의 진로 문제를 비롯해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문제라고 느끼고 있을 정도였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특히, 평소 생활할 때는 자신이 시력으로 인해 읽는 속도가 느려 이해 속도도 느리다고 생각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틀린 선택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일상에서의 두려움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에서 멘티가 바뀌어야 했습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성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야 하면서도 성적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했기에 멘티뿐만 아니라 복지관 선생님이나 멘티의 부모님과 상담을 반복했습니다. 먼저,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것마저 소극적이던 멘티에게 학업 외에 멘티의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꿈을 향해 진일보하게 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님께서는 세상 풍파를 겪어보시기도 했고, 학업적으로 그리 뛰어나지 않은 멘티에게 현실에 대해서 많은 강조를 하셨습니다. 어느 시점 이후 멘티는 꿈이나 진로에 대해서 부모님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다고 제게 푸념 섞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먼저 저는 멘티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현재 고민은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래에 가까우며 오랫동안 공부를 해와서 그런지 저와의 대화를 잔소리로 여기지 않고, 다행히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멘티는 본인처럼 힘든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서울에 가서 더 큰 세상에 서 있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꿈이나 목표가 부정당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습니다.

이후 부모님과 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멘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삶을 바라시는지 현재 멘티의 상황은 어떤 것 같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부모님께서 저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걱정하셨던 것은 멘티가 바라는 대로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현재 성적으로는 장담할 수 없고, 하물며 지금도 자신감이 낮은 상태에서 실패할 때 무너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멘티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봐온 시간이 부모님께 감히 비할 바 없이 부족한 것을 알지만, 지금 멘티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냉철한 판단이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 아닌 거 같습니다. 냉철한 판단과 현실을 보게 해서 노력하게 하는 것은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인 제가 맡을 테니 따뜻한 격려와 응원으로 하나씩 이야기해주세요”처럼 말하며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저의 의견을 받아주셨고 천천히 멘티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다행히 대화의 물꼬를 튼 이후, 부모님과 멘티의 꿈이나 진로에 대한 대화를 다시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었고 전보다 덜 잔소리 같이 들린다며, 자신의 꿈에 관해서도 이야기하다 보니, 보다 자신감을 느끼고 행동하게 되었다는 멘티의 말을 듣고 안심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부모님께서 하셨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멘티의 학업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멘티에게 문제를 풀고 난 이후 내용을 설명해 보라고 했을 때, 절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은 내용은 기억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내용을 놓친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매주 수업 이후 일지를 기록하는데, 그 일지를 보다 보니 특정 주제 혹은 문제에 대해서 혼자 상상할 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에 대해 특히 잘 기억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사에서 병인박해부터 강화도 조약 체결 시기까지의 내용을 질문했을 때 박규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에 대해서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발견한 이후 수업 때 관련한 내용을 더욱더 풍부하게 그리고 수업보다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줬습니다. 한국사에 등장하는 지도(地圖) 같은 경우 식별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지도를 직접 그려주며 어느 곳에서 이들이 활동했고 어떤 곳으로 진격했는지 역동성을 담아내거나 해당 인물이 삼국유사와 같은 문헌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이후의 내용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친구들과 함께 있고 도와주는 걸 좋아한다고 멘티가 말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 친구들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해보고 스스로 문제 해설을 해보게 시켰습니다. 아직 성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취득하겠다는 목표도 스스로 정하고 저와 함께 공부하며 특수 교육 전문 교사가 되고 싶다면서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는 등 멘티가 학업 외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교육 봉사를 처음 했을 때의 뿌듯함과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교육 봉사를 해오며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어느새 상대방을 배려하고 돕는 자세는 사라지고 습관처럼 봉사라는 형태만 남은 행위를 했었습니다. 나 자신을 다잡는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돕는다는 기본과 그 기본에서 오는 행복을 잊었습니다. 결국, 습관으로 해야 했던 것은 봉사라는 형식적인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되새겨보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던 좋은 기회였고 멘티에게 제가 오히려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얻은 깨달음을 통해 앞으로는 봉사를 진정한 의미의‘습관처럼’ 하려고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